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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현안보고에서 질의하고 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현안보고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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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2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자살"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고 강변했다. 정진석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언론에서 지적했다시피 그가 공개한 해당 공문에 적시되어 있듯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해당 기사에 부처 의견 실명 댓글 기재"라 적혀 있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명박 정권 시기 국정원의 정치공작 관련 사실이 줄줄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선봉장'으로 나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0년 7월부터 이명박 정부의 정무수석으로서 정권재창출 임무를 맡았던 사실이 주목된다. 이 사실은 2014년 정진석 의원 스스로 <조선일보>에 10회에 걸쳐 연재한 <정진석 전 정무수석의 MB정부 비화>라는 회고담에 잘 나타나 있다.

정진석 의원이 <조선일보>에 직접 기고한 해당 연재물은, 2010년 8월 21일 이명박-박근혜 회동부터 시작하고 있다. 해당 글에서 정진석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2010년 8월 21일은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대해 의견일치를 본 날이었다. 지속가능한 국가경영을 하자는 두 분의 합일된 뜻은 정권재창출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희망이 됐다. 치밀하고도 은밀하게 막후준비를 했던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불신의 물살로 끊어진 양쪽 편을 잇는 다리가 되어, 정권재창출의 서막을 연 날이기 때문이다.

위 인용문에 잘 드러나 있다시피 그는 2010년 8월 21일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이후 보수진영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신호탄이었으며, 해당 회동의 막후 준비를 자신이 담당했다고 자랑하듯 서술하고 있다.

해당 연재물 10회분에 따르면, 2010년 7월 당시 이명박은 청와대 정무수석에 정진석 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임명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준비하란 말이야"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은 "임태희 실장도 그렇고, 당신(정진석을 지칭)도 3선 의원 아니야? 정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지금 여권 내부의 큰 혼란과 갈등을 잘 수습해서 정권 재창출을 준비하도록 해봐"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아울러 당시 이명박이 정무수석에 정진석 의원(당시)을 임명한 것은 애초 청와대에서 박근혜 쪽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즉, 2010년 7월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임명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프로세스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정진석 정무수석은 이명박-박근혜 양 쪽의 '다리' 역할에 진력했다고 한다. 더구나 당시는 6.2지방선거에서 여권(당시)이 패배하고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친박계에 의해 무산된 직후였다.

정진석 의원은, 해당 연재물에서 정무수석이던 당시 이명박에게 박근혜와의 회동을 줄기차게 건의했으며 그 결과 8월 21일 이명박과 박근혜가 전격적으로 비공개 회동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서술했다. 회동은 배석자 없이 1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졌으며 양 측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정진석 의원은 8.21 회동 당시 이명박-박근혜의 대화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정진석을 정무수석으로 기용한 이유는 박 전 대표가 불편함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시작으로 대통령은 오고간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냈다. '나는 절대로 박 대표에 대해서 다른 감정을 갖고있는 게 아니다. 국민이 원하고 당원이 원하는 후보라면 나는 당연히 팔 걷어붙이고 도울 거다. 거기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심하지 마라. 반대로 국민과 당원들이 박 대표로는 도저히 정권재창출이 안 되겠다고 한다면 내가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광폭 행보를 당부했다고 했다. 

8·21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회동 결과에 대해 언론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회복되었다는 청신호였다. 그날 이후부터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부담되는 언사를 한 적이 없었다. (중략)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결실은 그 해 12월 8일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 (중략) 그만큼 8·21 회동의 의미는 각별했다. 그동안 반목하고 갈등했던 관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계기가 되었고, 당내 안정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마침내 세종시 수정안 파동에 따른 분열 위기는 수습됐다.

실제 2012년, 한 언론에선 다음과 같이 썼다.

'적대적 탄압 관계에서 공생적 밀월관계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5년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 앙숙이던 두 사람은 2010년 8월 21일 단독 회동을 기점으로 묵인, 협조하기 시작했다.(<박근혜-MB 악수한 2010년 그날, 무슨일이>, <한겨레>2012년 11월 29일자)

이상의 사실에서 드러나듯 8.21회동은 이명박 정권의 정권 재창출 또는 재집권 기도에 있어 분수령을 이루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실무 역할을 담당한 이가 당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는 이듬해인 2011년 6월 3일 재차 회동하여 정권 연장을 위한 협력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심지어 대통령 선거 석 달 전이던 2012년 9월 2일에도 비공개로 만났다.

이처럼 집권 3년차이던 2010년 경부터 이명박은 정권재창출에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문제는, 2010년 8.21회동 이후 정권연장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정치공작이 노골화된 정황이다.

예컨대 8.21회동으로부터 두 달 뒤인 2010년 10월, 국정원 심리전단은 사이버팀을 3개 팀으로 늘렸다. 최근 밝혀지고 있다시피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명박 정권 정치공작 및 여론공작의 핵심이었다. 또 2012년 2월에는 선거 시기 여론 공작 강화를 위해 4개팀 70여 명으로 확대개편하였다. 이러한 확대개편은 이명박의 재가에 따라 이루어졌다.(민주통합당, <민주당 국정원국정조사 대국민보고서>, 2013 참조) 이와 함께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여론공작 역시 청와대와 국정원의 지위 및 공조 속에 이루어진 일로서 사이버사 요원들의 여론공작 상황은 매일 청와대에 보고되었다. 이 사실은 이미 2013년 11월과 12월, <한겨레>와 JTBC에서 각각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2010년 8.21회동은 당시 여권 내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박근혜로 결정하고, 정권연장을 위한 여론공작에 돌입하는 결정적 계기였을 가능성을 제기해볼 수 있다. 특히 이명박과 박근혜는 대선 직전까지 비밀 회동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과 군을 동원한 여론공작 사실을 박근혜 쪽에서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8.21 회동에서 이명박이 박근혜에게 당부했던 '광폭행보'를,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봉하마을 방문, 이희호 여사 방문 등을 통해 실제 실천하고, 주류언론이 이를 '광폭행보'라며 선전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상의 정황을 놓고 볼 때,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밝혀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여론) 공작 범죄 사실에 대응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선봉장으로 나선 것은, 그 자신이 당시에 맡았던 역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나아가 2010년 8월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 양측 간의 '수상한 밀월 관계'와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공작의 실체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또 당시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이들의 구체적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2010년 8.21 회동의 실체와 결과가 국정권과 군, 민간조직을 동원한 정치공작으로 이어졌는지의 여부는 향후 2012년 대선의 불법성을 밝혀내는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정진석, #정무수석, #이명박, #박근혜, #정권연장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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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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