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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어르신~"

누가 어르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상관없다는 듯 앉아 있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다시 한번 "어르신"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제야 주변을 두리번거려봤다. 나보다 나이를 더 먹은 듯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을 애타게 찾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으로 "나를 불렀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어르신이란 소리에 너무나 놀란 것이다.

며칠 전 동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었다. 내 앞으로 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민센터에 비치된 책을 보며 차례를 기다렸다. 이전 사람들의 일이 끝났는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호칭이 '어르신'이었다.

내 나이는 이제 막 60대 중반을 넘었다. 젊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어르신 소리를 들을 땐 아니라고 은연중에 믿었나 보다.

볼일을 마치고 주민센터를 나와 잠시 걸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어느새 어르신이란 소리를 들을 때가 됐나 봐.' 

태어나 처음으로 '할머니' 소리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아찔했다. 갑자기 더 늙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앞으로는 수시로 들어야 할 소리. '그래 쿨하게 인정하자'며 마음을 다독였지만, 어르신이란 소리가 귓가에 자꾸 맴돌았다. 내가 60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의식해보니 현실은 어느새 70대를 향하고 있었다. 70대도 되고 80대도 될 텐데. 60대에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하며 마음을 다시 한 번 굳게 먹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시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스포츠 댄스 부분에 출전한 영등포구 어르신이 발랄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시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스포츠 댄스 부분에 출전한 영등포구 어르신이 발랄한 춤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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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친구 모임이 있었다. 평균연령은 65세. 65세가 넘은 사람도 있고 그보다 어린 사람도 있다. 모임에나온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어르신이란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한 친구가 말했다.

"어르신이란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많이 놀랐지. 내가 어느새 어르신 소리를 듣다니. 그런데 예전에는 65세가 노령의 기준이었는데 요즘은 예전하고 좀 다르잖아. 내가 며칠 전에 신문에서 읽었는데…."

그 친구는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우리 나이가 지금은 노년이 아니라는 거지, 중장년이라는 거야"라고 강조했다. 친구들 모두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얼마 전 유행했던 '신 중년'이란 말이 떠올랐다.

이야기는 계속됐다. 친구들은 지하철을 타면 무료승차권을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노약자석을 차지해 60대 초반인 자신들은 자리가 나도 안 앉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한 볼일이 아니면 될 수 있으면 이른 아침에 지하철을 타지 말아야 해. 젊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조금이라도 앉아서 가게 해야지. 요즘 살기가 얼마나 팍팍해" 한다.

나도 올해 만 65세가 된다. 지하철 무료승차, 무료 예방접종 등 많은 혜택이 있다고 주민센터에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반갑지만은 않다.

자기 나이에 0.8을 곱하면 '현대 나이'가 나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의 내 나이에 0.8을 곱하니 52.8세가 나온다. 실제로 친정어머니의 66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가족 간의 문제, 환경, 문화, 취미 생활 등 자신만의 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점일 것이다. 

"현재 만 65세인 노령의 기준을 좀 더 높여야 해."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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