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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취임 선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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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5개월이 다 됐습니다. 지난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상황 속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국정을 맡아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 이야기는 아마 열흘에 가까운 추석 연휴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가장 큰 대화 주제가 될 것입니다.

비록 5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가운데 국민의 막힌 속을 뻥 뚫어 준 장면, 국민들을 흐뭇하게 만들어 준 장면 등 문 대통령 취임 후 최고의 장면을 3개를 꼽아 봤습니다. 물론 아쉬운 장면들도 있었을 겁니다. 아직 정권 초기이고 섣부른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독자여러분도 한번 각자의 최고, 최악의 장면을 뽑아 보시면 어떨까요?

BEST1. 국민을 안아주는 대통령

<오마이뉴스>가 꼽은 첫 번째 장면은 바로 지난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입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역사에 남을 명연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보통 연설 시간에 맞춰 기사가 나갈 수 있게 기사를 미리 써놓습니다. 당시 기사에는 쓰지 못했지만 연설문을 행사 전 미리 받아 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조금 상기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연설이 생중계 되는 걸 지켜보는 기자들 자리 여기저기서 어께가 들썩이는 게 보였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먹먹함이 몰려왔습니다. 특히 5.18을 알리기 위해 애쓰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았던 열사들의 이름을 대통령이 하나하나 호명할 때의 감동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관련기사 : 5.18 열사 이름 외친 문 대통령... "큰 감동, 위로받았다").

또 이런 장면도 있었죠.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나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가 아버지를 그리는 편지를 낭독하고 무대에서 내려갈 때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씨를 안아주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관련기사 : 5.18 유족 '사부곡'에 문 대통령도 울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독립운동가와 후손, 그리고 국가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자신을 국가에 바친 사람들, 그럼에도 위로 받지 못하고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사람들을 문 대통령은 끌어안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5.18 기념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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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생후 3일 만에 아버지 잃은 김소형씨,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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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기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기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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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2.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현재 청와대 위치가 국민과 동떨어져 있고 폐쇄적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그동안 권위적인 모습이 대부분이었던 대통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탈하고 국민을 만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 전임 대통령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여러 장면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면, 지난 8월 17일에 있었던 취임100일 기자회견 꼽아보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0명이 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1시간15분 동안 말 그대로 '대본 없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하는 모습에 한 기자는 "기자들이 대통령 쫓아가려면 공부 많이 해야겠다"라고 했다죠.

이밖에도 취임 첫날 청와대 참모들과 격의 없는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모습, 또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 직원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모습, 청와대 관람을 온 아이들과 시민들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언제든 시민들이 함께 걸을 수 있게 한 일까지. 보고 있으면 흐뭇해지는 장면이라는 것에 이의 없으시겠죠?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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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기능직 직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기능직 직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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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3. 국민이 원하던 인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 혼자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니 어떤 인사를 어느 자리에 쓸 것인가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문 대통령의 인사는 한 마디로 '파격적'이었습니다. 취임 직후 발표한 청와대 참모 가운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단연 화제가 됐죠. 검찰 수사지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안 된다"라고 단칼에 자르는 모습은 왜 문 대통령이 그에게 '검찰개혁'을 맡겼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단연 화제의 인물은 이 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바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됐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낡은 가방, 취임 후 프렌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철퇴를 가하고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저지한 부분에서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재벌개혁까지 김 위원장이 쭉 잘 해나갈 거라 기대해 봅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윤석열 서울지방검찰청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전 정권에서 탄압 받고 억울하게 물러나야 했던 인사들의 화려한 귀환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신 분도 있었을 겁니다. 아직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그동안 이분들이 보여준 모습이라면 분명 기대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민정·홍보·인사 등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발표에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민정·홍보·인사 등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발표에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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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청문회장 나온 '재벌저격수'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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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장면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앞서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았던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경환, 조대엽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사건과 연결된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앉히려다 과학계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창조신앙' 신봉, 뉴라이트 역사관 문제로 낙마했습니다. 또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낙마한 문재인 정부 고위직은 7명에 달하는데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인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살충제 검출 달걀 파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도 과도한 언행과 정부 정책에 벗어나는 발언들로 청와대로부터 공개적인 문책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 외교안보 상황이 극도로 불안하다는 것 역시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북한이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핵실험까지 한 것은 문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숙명입니다. 문 대통령의 국민의 막힌 속을 뚫어준 것처럼 불안도 씻어내주길 기대해 봅니다.


태그:#문재인, #조국, #김상조, #세월호,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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