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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인생을 바꾼 책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해보자. 왠지 인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니 '생각의 전환점이 된 책이 있습니까?'라고 바꿔 질문해도 좋다.

나는 '있다'. 먼 훗날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해 보려 한다. 동물 구조 활동을 하는 활동가가 쓴 책을 기대하거나 평단들도 인정하는 대문호의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면 실망할 테니 미리 양해바란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외면하고 지나쳐온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니까.

지금은 반려동물 전문서점도 운영하며 책과 동물과 사람에 대한 글도 쓰고 있지만 4~5년전만 해도 미숙한 인간이었다. '반려동물'이라는 표현보다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더 익숙했고, 유기동물, 공장식축산, 동물복지와 권리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다. 심지어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런 내가 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고,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결국 반려동물 전문 책방지기의 길을 걷게 된 건 <오보이>라는 책 한 권과 그 책 속에 삽입된 그림 때문이다.

환경과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패션, 문화잡지 <오보이>와 김혜정 작가의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나에게는 <오보이> 하면 김혜정 작가, 김혜정 작가 하면 <오보이>를 떠올릴 만큼 둘을 떨어트려 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가 깊다.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잡지
▲ 오보이!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잡지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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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이>는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 문화 잡지다. 패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존의 매체들과는 달리 <오보이>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복지를 다루며 현명한 소비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기를 제안한다.

또한 공정무역으로 생산한 제품을 선호하고 친환경 기업의 정신을 지지하며 동물단체와도 꾸준한 협업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오보이>가 보여주는 행보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넣어 주고 있다.

포토그래퍼 김현성 편집장이 만드는 1인출판이라는 점도 흥미로워 구독하게 되었지만 김혜정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오보이>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잡지 속 한 켠 트럭에 팔려가면서도 '고마웠어요'라고 말하는 개의 눈빛은 나의 시선을 붙잡고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른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오보이>의 정신은 김혜정 작가의 그림과도 닮아 있다.

오보이속 김혜정작가의 그림
▲ 오보이속 김혜정그림 오보이속 김혜정작가의 그림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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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그려진 그림속 동물들은 애절한 눈빛으로 그저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림 한 장을 통해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글이 주는 힘보다 때론 날카롭고 가슴을 묵직하게 내려치는 힘을 보여준다.

단순히 동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사람을 통해 그 상처를 보다듬어 주자고 말하는 것 같다. <오보이>를 정기구독하지 않거나 그녀의 그림을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2015년에 출간된 <마음을 그리다>를 추천한다.

<오보이>에 3년간 연재한 그림들에 4마리 동물 친구들과 동거하며 겪는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내가 그녀의 그림을 보고 느꼈을 그 감동과 울림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 동물들의 슬픈 눈빛을 잊지 못할 것이고 나의 반려동물로 인해 내가 얼마나 치유 받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고 눈물을 쏟게 하는 힘을 가진 이 책 한 권이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당장에 바꿔주진 못하겠지만, 상처와 외면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동물 친구들에게 따스한 온기로는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무겁거나 어렵지 않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물권리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관한 이야기
▲ 마음을 그리다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에관한 이야기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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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반북스' 서점 내에 <오보이!>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과월호 내에서 무료료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그린보이 - 패션 문화잡지 <Oh Boy!> 편집장 김현성의 자연, 사람, 동물 이야기

김현성 지음, 시드페이퍼(2012)


태그:#오보이, #김혜정, #동물, #일러스트, #동물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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