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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끌다"란 꽃말에 어울리게, 이 가을날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꽃이 있다. 앙증맞은 꽃잎과 달리 그 향기는 매우 강렬하게 달콤하고 상큼하다.  

금목서(金木犀)는 물푸레나무과 목서속(Osmanthus)에 속하는 나무로, 무소와 같은 껍질을 지녀 '무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향이 만 리까지 퍼진다 하여 만리향(萬里香)라는 별칭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계화(桂花)라 부른다. 이름에 '금(金)'이 있으니 메달처럼 금, 은, 동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이 목서나무는 은메달까지만 있다. 은목서는 꽃 색깔이 연한 노랑이다.

10월 6일 촬영한 것으로, 금목서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 꽃을 준비하는 금목서 10월 6일 촬영한 것으로, 금목서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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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약해서 따뜻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등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데, 꽃은 9월에서 10월에 핀다. 그런데 마치 요절한 은막의 스타처럼 오렌지 색깔의 꽃은 한순간 열정을 다해 향기를 뿜어내다가 홀연히 저문다. 강렬한 향기와 달리 꽃잎은 지름이 고작 5mm 정도로 매우 앙증맞아서 '겸손'이라는 꽃말도 지녔다.

향기는 꽃잎 색깔처럼 오렌지를 연상시키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데, 오래 맡아도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다. 워낙 출중하여 향수 재료로 사랑을 받는다. 메릴린 먼로가 유일한 잠옷으로 사용한다 말하여 더욱 유명해진, '샤넬 NO.5'에도 들어간다고 전해진다.   

10월 7일 촬영한 것으로, 하루만에 완연하게 꽃봉오리가 오동통해졌다.
▲ 꽃봉오리가 맺힌 금목서 10월 7일 촬영한 것으로, 하루만에 완연하게 꽃봉오리가 오동통해졌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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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특산품인 마이코상 고체 향수에는 아예 금목서향 제품이 있다. 어린 게이샤인 '마이코'들이 썼던 향수로, 토끼가 그려진 원형 케이스 덕에 '토끼 향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처럼 금목서 꽃향기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니, 어쩌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속 조향사 그르누이가 이를 맡았더라면, 굳이 미녀 살인마가 안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0월 8일 오후에 촬영한 것으로, 드디어 금목서에 오렌지 색깔의 꽃이 피였다. 금목서 꽃은  한꺼번에 피였다가 저문다.
▲ 금목서의 꽃 10월 8일 오후에 촬영한 것으로, 드디어 금목서에 오렌지 색깔의 꽃이 피였다. 금목서 꽃은 한꺼번에 피였다가 저문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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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는 두툼한 두께에 짙은 초록빛의 긴 타원형 잎을 지녔는데, 공해에 강해서 가정의 관상용뿐만 아니라 도로 조경수로도 좋다. 국립수목원의 자료에 따르면, 잎은 기침·가래를 삭이고, 중풍 또는 버짐 치료, 치통, 구취제 효능을 가진다. 그리고 꽃은 술이나 차 등 식재료로 사용된다. 꽃이 질 무렵에는 초록색 열매가 열린다.

올가을, 금목서의 달달한 유혹에 눈과 코, 입까지 즐겁다.



태그:#금목서, #만리향, #계화, #가을 꽃, #향수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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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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