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16년 넷마블게임즈에서 3명의 젊은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습니다. 그해 11월에 일어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이듬해 6월 과로사로 확인됐습니다. 3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하면서, 넷마블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국정감사 때도 넷마블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다뤄집니다.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맞춰,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넷마블 잔혹사를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넷마블 자회사에서 게임을 만들던, 28세 청년이 2016년 11월 쓰러졌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토요일 하루 쉬고, 일요일에 다시 출근하려던 길이었다. 망인이 사망한 일요일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SNS 메시지가 '오후에 출근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일 오후에 출근을 준비하다 숨진 젊은이의 사망 원인은 심장동맥경화. 28세 청년에게는 매우 드문 사인이다. 2015년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20~29세 젊은이는 십만 명 당 0.3명, 전국에서 18명뿐이다.

이 회사 전체 직원 350여 명 중 100여 명이 포함된 새 게임 개발팀에서 일했다. 사망 1~2개월 전인 9, 10월이 게임 빌드 기간이었다. 게임 빌드 기간은 게임 개발 중간 점검 기간으로 장시간 노동이 집중됐다.

특히 10월에는, 첫 주에 89시간, 넷째 주에 78시간 일했다. 이 시기에는 휴일도 부족해서, 10월 1~2주에 휴일 없이 연달아 12일, 10월 4~11월 1주에 연달아 13일을 근무했다. 장시간 노동 이후 이렇게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으면, 신체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이는 2016년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고인은 2013년부터 넷마블에서 일하면서 사망 직전 3개월과 유사한 형태의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이 청년의 사망은 고용노동부 고시의 예시 규정인 '지난 12주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 60시간, 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 초과'에는 해당 안 되지만, 게임개발자의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특히 빌드 시기의 초장시간 노동의 건강 영향을 인정해 게임 노동자 최초로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이 청년의 죽음 이후, 게임 개발자들의 자유게시판에서 넷마블의 악명 높은 과로에 대한 성토, 누구든 언제든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 우울증과 공황장애 경험담이 쏟아졌다.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한번에 1박2일씩 근무)한다는 '구로의 등대, 넷마블'의 과로 실태가 드러났다.

넷마블은 올 초부터 야간 노동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고, 늦은 감은 있지만 이 노동자의 산재 인정 후 대표이사가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2016, 2017년에도 급격히 늘어난 넷마블 과로질병

이제 넷마블 직원들의 과로와 과로질병, 과로사는 이제 지난 일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정미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5년간 넷마블게임즈와 그 계열사 직원들의 과로 관련 질병 진료 기록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과로와 관련된다고 보이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직원 수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
 이제 넷마블 직원들의 과로와 과로질병, 과로사는 이제 지난 일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정미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5년간 넷마블게임즈와 그 계열사 직원들의 과로 관련 질병 진료 기록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과로와 관련된다고 보이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직원 수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
ⓒ 최민

관련사진보기


그러면, 이제 넷마블 직원들의 과로와 과로질병, 과로사는 이제 지난 일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지난 5년간 넷마블게임즈와 그 계열사 직원들의 과로 관련 질병 진료 기록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과로와 관련된다고 보이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직원 수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2명이던 뇌혈관질환 질환 진료인원은 2016년 9명, 2017년 8월까지 이미 4명이다. 2014년까지 2~3명이던 심장질환 진료 인원은 2015년 5명, 2016년 13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7년은 8월까지 이미 6명이다.

뇌심혈관질환은 아니지만, 과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또 다른 질병인 정신건강 관련한 진료를 받는 인원도 2012년 13명, 2013년 21명에서 2015년 32명, 2016년 67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아직 몇 달이 남은 2017년 진료 인원이 이미 64명이다.

숨겨진 과로사 밝혀야 한다

그 중 치사율이 높은 급성심근경색,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진료받은 직원들 기록이 남아 있어, 과로사가 더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이미 넷마블게임즈 및 그 계열사에서 2016년에 급성심장사로 언론에 알려진 건만 해도 최소한 1건이 더 있다. 급성심장사한 30대 노동자(마이어스) 사례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정미 의원실에서 확보한 <넷마블게임즈와 그 자회사 사망자 자료>와 <지난 5년간 넷마블게임즈와 그 계열사 직원들의 과로 관련 질병 진료 기록 현황>를 보면, 2012년 아◯◯◯스에서 일하던 1977년생(당시 35세) 남성 노동자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30대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 역시 10만명당 1.8명으로 매우 낮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과로가 일상화된 회사에서 일하다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경우 과로사를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2016년에도 의심 사례는 더 있다. 산재 승인 받은 넷마블네오의 28세 노동자와 급성심장사한 마이어스 노동자 외에도 급성심근경색으로 2016년 치료받은 노동자가 2명(넷◯◯◯투, 넷◯◯◯◯크)이나 있다. 심지어 2017년에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료 받은 노동자가 1명(넷◯◯◯오) 더 있다. 급성심근경색은 대표적인 과로질병 중 하나이고 매우 위험한 질병이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심장질환 외에 과로로 인한 뇌출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역시 치사율이 높은 지주막하출혈로 넷◯◯◯◯즈 노동자가 2016년 진료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업무상질병 인정 사례는 2016년 1건 뿐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기업에서조차, 노동자가 먼저 나서기 전에는 이 노동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런 노동자들의 건강상 문제가 얼마나 되는지, 이런 문제가 과로 때문은 아닌지, 장시간 노동 외에 노동자를 괴롭히는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누구도 먼저 나서 밝혀주지 않는다.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10월 12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는 넷마블 부사장이 출석한다. 넷마블이 정말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 앞에 고개 숙인다면, 지난 5년간 넷마블 및 자회사 직원에게서 발생한 뇌심혈관질환 사례 및 정신질환 사례를 모두 조사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직원 사망 기록, 병가 기록을 토대로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 질환 발생 건수가 몇 건이나 되는지, 실제 일반인구와 비교해서 발생률이 높은지, 지난번 근로감독 결과와 연계하여 장시간 노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사망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중대재해에 해당하므로, 중대재해 발생 이후 해야 하는 보건 진단(산업안전보건법 제49조) 혹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질병에 대해 조사하는 역학조사(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의2)를 할 수 있다.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거나 사망한 노동자가 있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하고 사회가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는 회사가 아니라,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해 실시돼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게임업계는 좁다. 노동자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체불임금을 달라는 노동부 진정조차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를 충분히 털어놓고,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고려한 조사와 대책 마련, 대책 이행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

이미 여러 노동자가 사망했다.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적발됐다. 아직도 노동자들이 여기저기 아프다는 것을 숫자가 보여준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제보를 받습니다.
급성심정지,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
우울증, 급성우울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
과로로 인해 원래 있던 병의 악화

넷마블에서 위 질병으로 고통받거나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동료들을 찾습니다.

무료노동신고센터 010-9814-8672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시민기자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넷마블, #장시간 노동, #게임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