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유리정원>의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영화 <유리정원> 포스터

영화 <유리정원>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주역들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유리정원>은 한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히고 자기가 태어난 숲으로 돌아가 무명 소설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환타지한 이야기를 그렸다.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주역들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유리정원>은 한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히고 자기가 태어난 숲으로 돌아가 무명 소설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환타지한 이야기를 그렸다. ⓒ 유성호




올해 22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었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의 선정 이유에 대해 "한국 영화의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주는 영화" 라고 설명했다.

숲에서 나무를 베던 한 남자에게 딸이 태어난다. 딸이 태어나던 날, 아내가 죽는다. 남자는 이 모든 것이 본인이 나무를 베었기 때문에 저주가 내려진 것이라 믿는다. 딸 재연(문근영 분)은 자라서 과학자가 된다. 그녀는 엽록소가 인간의 적혈구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재연의 다소 허무맹랑한 연구는 사람들에게 비웃음 거리가 되고, 그녀와 서로 사랑했던 지도교수(서태화 분)마저도 재연을 조롱한다.

크게 상처를 입은 그녀는 도시에서 숲으로 귀환하고, 아무도 없는 외딴 숲에서 엽록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는 와중, 무명 작가 지훈(김태훈 분)이 그녀가 살던 집에 이사 오게 되어 우연히 그녀의 신비로운 삶과 조우하게 된다. 벽지 속에서 발견한 인간을 잉태하고 있는 나무의 그림 한 장. 재연이 남긴 이 한 장의 그림으로 그의 영감이 분출하고 마침내 역작이 탄생한다. 곧 재연은 그녀가 소설의 주인공인 것을 알게 되지만, 이로 인해 그녀의 삶은 파괴당한다.

<유리정원>은 장르를 규정 할 수 없는 영화다. '우화' 라고 언급한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의 탐욕과 그것을 관대하게 인내하는 자연을 한 소녀의 눈을 통해 잔인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벤 것에 대한 형벌로 태어난 아이는 평생 나무가 인간에게 영생을 줄 수 있다는 마법을 실현 하려다가 실패하고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 나무로 '귀환'한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 컷

영화 <유리정원> 스틸 컷 ⓒ 리틀빅픽처스


<유리정원>의 배경이 되는 숲의 냇가는 녹조가 넘쳐 물고기 들이 둥둥 떠다닌다. 재연은 "예전엔 여기서 낚시도 하고 그랬어요" 라며 삶의 기운으로 충만했던 과거의 냇가를 회상한다. 영화 안에서 몇 차례나 등장하는 이 녹조 쇼트는 영화가 큰 틀로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나의 정물로 담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안에서 뉴스로 언급되는 4대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는 초록과 자연, 그리고 그것이 뿜어내는 나른한 기운이 상업 영화의 신속한 컷들과 해부학적인 프레이밍에 길들여 있는 관객들에게는 분명 삼키기 힘든 "녹즙"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리정원>은 테렌스 말릭의 작품들을 닮았다. 그의 <씬 레드 라인>이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역설하고자 했던 목가적인 잔인함, 즉 자연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추악함은 <유리정원>에서도 섬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인간'이 아닌, 사고(思考)의 의지로 '식물' 이 되길 분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추악한 뉴스를 목도해야 하는 이 시기라서 더 절절하고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10월 25일 극장 개봉.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 정원 문근영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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