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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 제출 요구하는 장제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
| ⓒ 유성호 | 관련사진보기 |
진짜 사회적경제가 대세인 걸까?
사회적경제가 정권이 바뀐 후 청와대에서부터 활발하게 언급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서울시 국감장에서 때 아닌 사회적경제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사납게 질문을 한 것이다.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입장으로 관심이 갈 수밖에.
장 의원의 주장은 아주 간단하다. 박 시장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아주 불순한 이념, 즉 사회적경제를 주입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집요하고 교묘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박원순 시장이나 조희연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육관을, 그런 이념을 주입하려는 박원순 조희연 두 분에 대해서 섬뜩함을 느낍니다." 장 의원은 중학교 사회적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만화를 예로 들었다. 이 만화는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소위 '공유지의 비극'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인데, 내용인 즉 공공자원을 시장경제에 맡겨 놓으면 모든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으니,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적했듯이 미국의 엘리너 오스트롬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 의원은 이 만화가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만화가 자유시장경제를 악으로, 사회적경제를 선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다.
"자유시장경제는 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자유시장경제는 이렇게 다 가진다고 표현을 하고 있고, 사회적경제는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상생하고 공존한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과연 그럴까? 장 의원이 이야기하듯이 사회적경제는 자유시장경제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을까?
사회적경제에 대한 오해결론부터 말하자면 장 의원은 주장은 틀렸다. 사회적경제는 그가 이야기하는 자유시장경제의 대체재가 아니다. 보완재일 뿐이다.
그는 만화에 등장하는 표독스러운 사람의 표정을 보며 교과서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독에 가깝다. 그 그림은 인간의 이기심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자유시장경제, 특히 양극화를 불러일으키는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일 뿐 자유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같은 교과서 11페이지에 적혀 있는 시장경제에 대한 설명을 보자.
"시장경제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일부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 체제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의 조절 기능에 힘입어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고 소득이 분배되며,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즉, 시장경제를 통해 개인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하면서 능력에 따라 물질적인 만족과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 11p. 이런 글귀를 나열한 교과서가 어찌 장 의원의 말처럼 자유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한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교과서는 단지 자유시장경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사회적경제가 보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그 사회적경제란 우리 선조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향약, 두레, 계 등을 통해 발현해왔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장 의원은 왜 이 만화 한 컷을 보고 교과서가 자유시장경제를 악, 사회적경제가 선이라고 주장한다고 느꼈을까? 그것은 그가 국감장에서 무의식중에 내뱉은 잘못된 언어선택, 말실수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주의 경제론을 물들이고 사회주의적 경제 신봉자를 만드는 박원순 시장님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이렇게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해서 비교하는 것, 이것을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물론 나는 그가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 경제로 착각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가 결정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이지 않은가.
다만 그의 말실수로 짐작할 수 있는 건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만화에 나오는 인물의 표정 하나만으로 사회적경제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한다고 설명할 수 있으며, 사회적경제가 착한 사람의 전유물인양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적경제는 결코 선하지 않다. 만화에서 그리듯이 우리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공공재를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긴 안목으로 봤을 때 더 합리적인 선택이며, 사회적경제는 그 선택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냐고?사회적경제에 대한 오해 이외에 장제원 의원의 발언을 보면서 불편했던 또 하나의 지점은 그가 계속해서 중학생들을 걱정한다는 사실이다.
"굉장히 교묘하고 악랄하고 집요하게 자유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이런 것들을 중학생들한테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 정말 교묘하고 악랄한 이념 주입입니다. 이거는요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강탈하는 행위예요. 제발 좀 그만두세요.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과연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당장 그가 속해 있는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말도 안 되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으며, 그 전신들은 국정교과서를 통해 5.16 쿠데타, 10월 유신 등을 찬양하고 광주민주화항쟁을 광주사태로 폄훼했었던 세력들이다. 교과서를 통해 국민들을 우롱했으며, 교과서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 와서 교과서 내용을 운운한다? 게다가 장제원 의원은 개인적으로도 자격이 없다.
국감장은 정당 간의 정쟁을 위한 장이 아니다. 적폐청산이 시급한 요즘 여야가 합심하여 국정감사를 진행하기 바란다.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바쁘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