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름의 끝> 공식 포스터. 중국의 주목 받은 신예 주전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여름의 끝> 공식 포스터. 중국의 주목 받은 신예 주전 감독의 작품이다. ⓒ 텐센트 픽쳐스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중국 주전 감독의 영화 <여름의 끝(End of Summer, 西小河的夏天)> 제작발표회 겸 공식 시사회가 개최됐다. 주전(Quan Zhou) 감독 및 주연 배우들도 참석했다. <여름의 끝>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경쟁 부문에 올랐다.

<여름의 끝>은 중화권의 주목을 받는 신예 주전 감독의 데뷔작이다. 주전 감독은 영화계열 투자로 중화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홍콩 아시아영화투자협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여름의 끝>은 신인감독 작품으로는 드물게 <적벽> <미션 임파서블II> 등 작품에서 활약한 중화권의 저명한 제작자인 홍콩 출신의 장자전(Terence Chang, 張家振)이 직접 프로듀서에 참여했다.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Tencent)'의 자회사 '텐센트 펭귄 픽쳐스(Tencent Penguin Pictures)'도 배급 및 투자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개봉 전부터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중국어 영화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뉴 커런츠'의 심사위원이자 오스카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깜짝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1998년 여름, 중국의 이야기
 (왼쪽부터) 장자전 프로듀서, 주전 감독, 주연 장송원.

(왼쪽부터) 장자전 프로듀서, 주전 감독, 주연 장송원. ⓒ 권소성


부산국제영화제 김영우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는 <여름의 끝>을 이렇게 소개했다.

"1998년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운 중국. 축구를 좋아하는 샤오양은 축구반에 들고 싶지만 교사인 아빠는 공부나 하라며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런 샤오양을 격려하며 축구연습을 시켜주겠다고 나선다. 전통공연 배우인 엄마는 늘 바쁘고 아빠는 그 사이 학교로 부임한 임시교사에 호감을 느끼고 짝사랑을 시작한다. 이를 눈치 챈 샤오양은 둘을 미행하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어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여름의 끝>은 5학년인 샤오양의 시선을 통해 각각 한 세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인생을 포착한 따뜻한 영화입니다. 자식과 화해하지 못하고 인생의 황혼을 홀로 보내는 할아버지와의 우정, 늦게 찾아온 사랑에 들뜬 아버지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 소년이 1998년 여름에 겪었던 상실과 성장을 다룹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한창 열리던 중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초등학생인 샤오양과 아버지의 갈등은 축구부에 가입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돼 이웃 할아버지와의 우정 역시 프랑스 월드컵을 계기로 싹트게 된다.

이에 대해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의 시간적 배경으로 1998년 월드컵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중국 CCTV(중앙방송국)에서 처음으로 중계를 진행한 월드컵입니다. 나에게도 시간을 공유한 같은 세대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저와 같이 당시 밤을 지새우며 프랑스의 선전과 브라질의 석패에 울고 웃었던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추억을 되새기고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를 비롯한 당시 사람들의 꿈도 함께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1998년은 또한 중국 사회에 커다란 변화와 변혁의 바람이 불었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당시의 상황이나 사회상을 녹여내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마 중국에서 오신 관중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바로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관중에게는 중국의 1998년과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교무주임이자 샤오양의 아버지 역으로 등장한 중견 배우 장송원(張頌文) 역시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당시 시대상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거듭된 고증도 거쳤습니다. 아마도 끊임없는 노력이 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자전 프로듀서 역시 신인 감독과 함께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제가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시나리오였습니다. 특히 거창하지는 않지만, 세밀한 감정묘사와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관중과 공감대를 찾고 보여주는 것이 저를 이끌었고 제안을 받고 바로 함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함께 작업하면서 주전 감독, 장송원을 비롯한 배우분들의 열정과 투철한 직업 의식이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남자 주인공 장송원과 여자 주인공 탄줘인 경우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지만 영화 속 캐릭터의 묘사를 위해 연기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주전 감독 역시 중국의 한 영화계 선배가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젊은 영화 촬영 팀은 별로 본 적이 없고 그렇기에 경험은 좀 떨어질 수 있지만 내가 보았던 그 어느 영화 팀보다도 더 순수하고 깨끗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납니다"라며 "어쩌면 경험이 없는 신인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저희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이 주전(조우취엔) 감독이다.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이 주전(조우취엔) 감독이다. ⓒ 권소성


<여름의 끝> 영화는 초등학생 샤오양의 눈으로 스토리가 주로 진행되지만, 샤오양의 성장만을 다루지 않는다. 샤오양의 아버지, 어머니, 이웃 할아버지 모두 사랑, 갈등 및 개혁개방의 풍파 속에서 자신만의 고충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후 시간을 거듭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모두가 성장통을 겪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주전 감독 역시 "<여름의 끝>은 한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모든 세대가 함께 성장하며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밝힌다. 그 사건들도 가출, 월드컵 관람, 공장 폐쇄, 부모-자녀 갈등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름의 끝>은 사건에 대한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승화한다.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어내면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중국 양쯔강 하류의 수향(水鄕) 마을을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아이가 축구를 하는 것을 보면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장소적 배경에 대해 주전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다.

"영화에서 나오는 마을은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인 중국 샤오싱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양식의 마을은 중국 양쯔강 하류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향 마을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축구와 영화를 매개체로 제가 살던 고향인 중국 강남(양쯔강 하류)지역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만약 외국 분들이 저희 영화에 흥미를 가진다면 제목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한 풍경, 희곡 및 문화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낄 것이고, 이를 통해서 중국의 전통문화를 해외로 전파시키는 메신저 역할도 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질의응답이 끝난 이후, 주전 감독은 아래와 같이 소감을 토로했다.

"부산영화제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특히 이 영화 자체도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저는 영화란 관중과 감독이 함께 소통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부산을 시작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관중들과 대화를 하면서 감독 생활을 시작하는 저에게도 성장의 동기가 될 것입니다.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친구들에게 가서 소문 많이 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또한, 감독과 두 주연은 관중들에게 둘러싸여 연예인 못지않은 사인 요청을 받았다. 한편 <여름의 끝>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한 후, 오는 2018년 중국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정식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한 <여름의 끝> 팀. 왼쪽부터 장자전 프로듀서, 주전 감독, 주연 배우 담탁, 장송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한 <여름의 끝> 팀. 왼쪽부터 장자전 프로듀서, 주전 감독, 주연 배우 담탁, 장송원. ⓒ 텐센트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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