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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아랫장국수’집의 국수와 만두다. 착한 가격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순천 ‘아랫장국수’집의 국수와 만두다. 착한 가격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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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 따뜻한 국물에 담긴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 순천에 가면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맛있는 국숫집이 있다. 순천 아랫장의 '아랫장국수집'이다. 부부가 함께 만드는 이곳의 국수는 행복한 맛이다. 부산의 이름난 구포국수 면을 사용해 구포국수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시작했으나 지금은 아랫장국수집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 아랫장국수, 참 친근해서 좋다.

이곳 김영민 셰프(52)는 부산의 유명호텔 일식 조리장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그 고급스런 맛에 한약재를 넣어 나름의 맛을 덧입혔다. 그래서 이곳 국수 맛은 여느 집과 다르게 그 맛이 빼어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재래시장 모퉁이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고급진 풍미의 국수 맛에 다들 놀라곤 한다.

기자 역시 그 맛에 어느새 중독되어 가는 걸까. 요즘 부쩍 아랫장 국수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잦다. 김 셰프는 그의 부친에 이어 막내딸까지 3대가 요리사 가족이다. 국숫집인데 메뉴도 늘 새롭다. 오늘은 세트메뉴인 국수와 만두에 필이 꽂혔다. 만두는 소가 듬뿍 들어간 큼지막한 왕만두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더없이 좋아... 국수와 만두 5000원 세트메뉴

이곳 셰프는 부산의 유명호텔 일식 조리장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이곳 셰프는 부산의 유명호텔 일식 조리장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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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만두, 세트메뉴가 5000원이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더없이 좋다.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경험하고도 별 부담이 없으니.

멸치와 새우 가다랑어포 등을 넣어 정성으로 끓여낸 맛국물에 말아낸 잔치국수는 은근한 감칠맛이 스며있다. 어묵과 부추 김 가루 고명에 참깻가루도 듬뿍 뿌렸다.

은근한 감칠맛에 고소한 풍미가 좋다. 소면을 사용해 혀끝에 와 닿는 면발의 식감도 기분을 썩 좋게 한다. 그냥 맛만 보려 했는데 국수 그릇은 어느새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 오면 멈추지 않는 식탐이 문제다. 아직 왕만두가 두 개나 남아있는데.

뜨끈한 국물이 이 가을에 잘 어울린다.
 뜨끈한 국물이 이 가을에 잘 어울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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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만두는 좋은 식재료로 셰프가 직접 빚어 순수한 맛이 좋다.
 왕만두는 좋은 식재료로 셰프가 직접 빚어 순수한 맛이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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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와 양배추 다진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왕만두는 오늘은 한 개만 먹기로 했다. 이곳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직접 빚어 순수한 맛이 좋다.

찬바람 부는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터진 만둣국도 이 집의 별미다. 

순천 아랫장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다 보면 늘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이 시인은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고 노래했다.

소면을 사용해 혀끝에 와 닿는 면발의 식감도 기분을 썩 좋게 한다.
 소면을 사용해 혀끝에 와 닿는 면발의 식감도 기분을 썩 좋게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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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시인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순천 아랫장의 아랫장국수 전경이다.
 순천 아랫장의 아랫장국수 전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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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랫장국수, #순천 아랫장, #맛돌이, #국수가 먹고 싶다,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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