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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팩트리포트⑤] 세월호 참사 1보 전한 앵커의 '눈물'...

'10시 최초 보고'라는 것은 의심받고 공격되어야 하는 대상이지 결코 명백하고 확고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 여러 면에서 의심스러운 '10시 최초 보고'를 청와대가 주장하는 데는, 대통령이 최초 보고받은 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가 침몰해 버렸기 때문에 손쓸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대통령의 최초 인지 시점을 최대한 늦추어 놓았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 팩트체크>, 190쪽

이미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10시에 최초 보고받았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월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초 상황보고서의 시간이 원래는 오전 9시 30분인데 사후에 오전 10시로 조작되었음을 발표하였다.

세월호 참사에는 여러 가지 '시간'들이 등장한다. 검찰 공소장에 적혀 있는 사고 시각 8시 48분, 단원고 학생의 최초 119 신고시각 8시 52분, 1등 항해사가 제주 VTS에 최초로 신고한 시각 8시 55분, 최초 언론보도 시각 9시 19분, 현장 출동세력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초계기 CN-235(B703)의 도착 시각 9시 26분, 해경 헬기 B511호의 도착 시각 9시 27분, 현장 지휘함의 역할을 맡았다는 해경 경비정 P123정의 도착시각 9시 35분, 세월호가 완전침몰했음을 알리는 EPIRB신호 발신시각 10시 30분, 최초 전원구조 오보 11시 1분 등.  

이 많은 시간들이 모두 진실일까? 일단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은 10시가 아니라 9시 30분이었음을 말해주는 자료가 발견되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조작'했음을 알려주는 자료가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시간들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역시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세월호참사에서 이야기되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팩트로 확정된 것이라기보다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또는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들이다. 완전한 진상규명 이전까지는 잠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오전 9시 19분
: 언론의 최초 보도시각
: 청와대, 국정원, 안행부의 최초 인지 시각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YTN은 정치 관련 보도를 하던 중 세월호 관련 최초 속보를 자막으로 내보낸다. "진도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신고"라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최초로 세월호 관련 보도를 접하는 순간이다(여전히 오전 7시 20분 KBS 속보 자막 의혹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최초 보도라고 '주장되는' 순간이다).

YTN 최초 자막 보도 캡처 사진
 YTN 최초 자막 보도 캡처 사진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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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최초로 보도했다는 9시 19분은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청와대, 국가정보원, 안전행정부가 모두 이 보도를 보고 세월호참사를 최초 인지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쟁쟁한' 국가기관들이 한 목소리로 9시 19분에 최초 인지했다는 주장은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단원고 학생이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119(전라남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한 시각이 8시 52분이고, 이 전화를 목포해경에 연결한 시각이 8시 54분이다. 세월호 선원이 제주 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5분이고, 세월호의 한 승객이 112(전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6분이다. 이렇듯 8시 50분대에 소방, 해경, VTS, 경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계속해서 목포해경은 9시 2분경 상황보고서 제1보를 발신하고, 9시 3분경 전남 119상황실은 핫라인을 이용하여 3함대 지휘통제실에 상황을 전파한다. 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9시 5분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보고를 받고, 9시 10분 해경에 중앙구조본부가 구성된다. 9시 15분 해작사(해군작전사령부)를 통해 합참(합동참모본부)과 국방부가 상황을 접수한다.

정리하면 9시 15분까지 소방, 경찰(이상 안행부 소속), 해경, VTS(이상 해수부 소속), 3함대, 해작사, 합참, 그리고 국방부가 모두 세월호참사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행부 소속기관인 119가 최초로 참사를 인지하였고, 역시 안행부 소속 기관인 경찰도 인지를 하였는데, 안행부는 TV에서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소속 기관인 119, 112로 신고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재난관리 책임기관 안전행정부. 또 한해 조 단위의 예산을 사용하고 청해진해운과는 오래 전부터 특수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정보기관 국가정보원.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모든 정보가 결집되는 곳이고, 심지어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 청와대. 이를 우리가 그대로 믿어야만 하는 것일까?

석연치 않은 YTN의 세월호 침몰 최초 보도

여기서 생겨나는 또 하나의 질문. 그렇다면 YTN은 어떻게 최초로 보도를 할 수 있었을까? 참사 당일 오전 9시 13분경, 육상경찰의 한 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YTN 광주지국의 기자에게 전화를 하여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동생, 큰일 났네. 진도에서 500명이 탄 여객선이 조난당해서 침몰하고 있다네.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라는데 수학여행 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네. 한 번 알아보소."

경찰이 기자에게 전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에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이야기했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여겨진다. 또 경찰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사항을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흘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경찰의 최고 수장, 경찰청장이 참사를 최초 인지한 시각이 9시 29분이라는 점이다. 8시 56분경 세월호 승객의 신고로 상황을 파악한 전남 112상황실은 9시 7분경 전남청장(전라남도 지방경찰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하고, 전남청장은 9시 29분경 경찰청장에게 전화로 보고하였다고 한다.

YTN 기자에게 전화한 경찰간부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자신의 최고지휘부에게 보고도 하기 전에 언론사 기자에게 먼저 비공식적으로 흘린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청장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하여 "사실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답하였다.

정리하면, 9시 19분 YTN이 최초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경위 자체가 일단 석연치 않다. 그리고 그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보도된 속보를 보고 참사를 최초 인지하였다는 청와대, 국정원, 안행부의 주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오전 8시 35분
: 청와대 상황보고서에 적혀 있는 사고발생 시각

또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에는 인상적인 '시각'이 하나 등장한다. 이 시각은 조작 전의 보고서이든 조작 후의 보고서이든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바로 사고 일시가 2014년 4월 16일(수) 8시 35분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시각을 10시로 조작하여 헌재에 제출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시각을 10시로 조작하여 헌재에 제출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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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되기 전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조작되기 전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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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세월호의 정확한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그 침몰원인을 밝혀내려고 인양된 세월호를 조사하는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현재 활동 중인 것이다. 그런데 침몰원인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심지어 정확한 사고 시각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는 8시 48분, 49분 정도를 침몰 시작 시각으로 간주하지만 이 역시 아직 확정적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 시각 이전을 세월호 참사 발생 시각으로 가리키는 자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듯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보고서마저 사고 시각을 8시 35분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래에서는 일반적인 사고 시각 이전의 시각을 가리키는 자료들 중에서 '공문서들'만을 나열해 보겠다.

■ 8:00
SBS화면에 잡힌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보고서
 SBS화면에 잡힌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보고서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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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보도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사고보고서(2014.06.24.)
 <뉴스타파>가 보도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사고보고서(2014.06.24.)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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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실이 작성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에서도, 그리고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의 사고보고서에도 사고시각은 8시 정각으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해운조합 인천지부의 보고서는 사고 당시 세월호 조타실에 있었던 1등 항해사나 3등 항해사와 직접 통화를 한 기록까지 표기되어 있는데, 사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인 사고 시각이 8시로 표기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8:25
<뉴스타파>가 보도한 진도군 상황실의 상황보고서(2014.04.18.)
 <뉴스타파>가 보도한 진도군 상황실의 상황보고서(2014.04.18.)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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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청 상황실이 작성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상황보고서'라는 문서에는 사고시각이  8시 25분경으로 표기되어 있다.

■ 8:30

<세계일보>가 2014년 4월 21일자로 보도한 '08:10 “해경인데 연락안된다”… 긴급상황 몰랐나' 기사에 언급된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
 <세계일보>가 2014년 4월 21일자로 보도한 '08:10 “해경인데 연락안된다”… 긴급상황 몰랐나' 기사에 언급된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
ⓒ 세계일보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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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오전 10시쯤 '항행경보 제14-155호'를 긴급 발령하는데, 그 내용에 사고 시각이 오전 8시 30분경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사고 시각을 오전 8시, 8시 25분, 8시 30분으로 표기한 공문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보고서 1보에는 사고 시각이 오전 8시 35분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의 계기 되어야

최근 청와대의 발표로 이전 정권이 상황보고서 보고시각을 조작한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제 왜 조작을 하였는지, 누가 조작하였는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작을 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간 조작 확인은 세월호참사에 있어 존재하는 다른 시간들 역시 얼마든지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여러 시간들을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얼마든지 '조작'되었을 수 있는 것으로,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참사 시간 조작은 궁극적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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