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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세상 많이 변했다."

최악의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으로 중도하차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진행된 각종 조사와 수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다.

박근혜 재임 시절 잘못된 통치행위가 엄청난 범죄행위였음이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 진실 규명의 주제는 세월호 참사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 본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의 수많은 악행 중에 하나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엄중한 사건이라 비밀 상자의 뚜껑을 열지 못하는 것인지, 밤마다 참사와 관련된 꿈을 꾸는 나는 그날을 기다리는 것에 애가 타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오전 해경은 과연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했을까?

참사 초기 상당수의 보수 논객들과 지식인들, 언론인들, 그리고 많은 블로거들이 용감하게도 "예"라는 단어를 쏟아 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더 나아가 그들은 해경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침몰하는 해상에서 더 이상의 구조는 불가능 했다"고 친절하게도 해경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요즘 그 친구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떨 때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무능에 따른 구조 실패'? 틀렸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2014년 7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고 당시 해경의 미숙한 초기대응에 관해 지적받고 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2014년 7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고 당시 해경의 미숙한 초기대응에 관해 지적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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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대형 참사라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 세력이 그 정도는 할 줄 알았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이미 내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말은 참사 당일 구조 지휘를 책임졌던 해경 수뇌부와 상황실 근무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감사원 등에서 진술했던 면피용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감사하고 수사해야 할 주체들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는지 '무능에 따른 구조실패'로 규정하고 처벌의 대상에서 모두 제외시켜 주었다.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단언컨대 위 결론은 틀렸다. 우리가 그들의 책임을 논하는 이유는 "그들은 했어야 했던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그들이 이 참사의 잘못된 구조의 책임을 면하려면, "침몰 사실 인지 시점부터 구조세력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점까지"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사명을 완수하려 노력했어야 했다. 침몰 중인 선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여, 구조계획을 수립하고,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일사분란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하게 구조작전을 전개했어야 했다.

하지만 참사 당일 그들이 보여주었던 행태는 어떠했던가. 사고사실 전파와 탈출자 숫자 파악에만 몰두하다 소중한 구조 기회를 모두 날려 버렸다. 신속한 구조를 시도했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보스러울 정도의 무능과 구조시스템 문제로 미루어 버리고 책임을 면했던 것이다.

어쩌면 해경의 핵심 수뇌부들은 침몰이 진행되던 순간까지 잘못된 사태파악으로 구조 행위에 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참사 당일 해경이 구조를 위해 사용했던 통신 수단은 TRS, 문자 상황 시스템, 휴대전화, 내선 전화 등으로 파악이 된다. 만약 그들이 정상적인 구조 행위에 임했었다면, 이곳에 그 사실과 정황에 대한 흔적을 남겼어야 옳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침몰 직전 목포서장과 서해청장의 상황에 맞지 않는 TRS 통신 기록 몇 마디를 제외하면 침몰 시점까지 수뇌부의 지시 행위라고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해경청장 김석균의 행적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가 없다.

해경청장 김석균의 행적에 대한 의문

감사원에 제출된 해경의 문건에 의하면, 해경청장은 09:05경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09:10~10:10까지 위기관리실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점검했으며,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상 크레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감사원에 제출된 해경의 문건에 의하면, 해경청장은 09:05경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09:10~10:10까지 위기관리실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점검했으며,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상 크레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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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제출된 해경의 문건에 의하면, 해경청장은 09:05경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09:10~10:10까지 위기관리실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점검했으며,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상 크레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감사원에 제출된 해경의 문건에 의하면, 해경청장은 09:05경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09:10~10:10까지 위기관리실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점검했으며,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상 크레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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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제출된 해경의 문건에 의하면,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은 09:05경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고, 09:10~10:10까지 위기관리실에서 상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점검했으며,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상 크레인을 동원했다고 한다. 

세월호 선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도 않은 시점에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전원 구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이 아니라, 동원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그리고 침몰을 전제로 하는 장기계획인 크레인 동원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해경청장은 최소 9:28경까지 상황실이 아닌 자신의 집무실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근거의 하나로, 9:28경 내선번호 2242번(상황부실장) 통화기록을 제시한다. 상황실 근무자가 청장실로 "야 청장님 오셔야 돼"라고 전화했다면, "적어도 해경청장은 이 시간까지 상황실에 없었구나"라는 말로 나는 해석을 했다.

09:28:08(2242번 : 상황부실장)
청장실  : 예. 감사합니다. 청장실 이**입니다.
기획담당관 : 야 청장님 오셔야 돼
청장실 : 예. 지금 올라가셨습니다.

두 번째 근거로는 해경청장이 진행했다는 회의의 상황대책 회의록 또는 이와 유사한 기록이 해경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올해 9월 초 참사 당일 해경청장의 실질적인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대책과 관련한 회의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그 답변으로 부존재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그 답변을 전달 받지 못했다.

나는 올해 초 9월 참사 당일 해경청장의 실질적인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대책과 관련한 회의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그 답변으로 부존재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그 답변을 전달 받지 못했다.
 나는 올해 초 9월 참사 당일 해경청장의 실질적인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대책과 관련한 회의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그 답변으로 부존재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그 답변을 전달 받지 못했다.
ⓒ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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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초 9월 참사 당일 해경청장의 실질적인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대책과 관련한 회의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그 답변으로 부존재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그 답변을 전달 받지 못했다.
 나는 올해 초 9월 참사 당일 해경청장의 실질적인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대책과 관련한 회의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으나, 그 답변으로 부존재 사실을 통보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다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 그 답변을 전달 받지 못했다.
ⓒ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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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신청에 대한 처리 기한 등을 감안하면 해경 내에는 침몰이 전개될 당시 진행했다는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관련된 회의가 애초에 개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해경 조직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라도 보여 주었었다면, 내 아이의 생존 여부를 떠나 쉽게 그들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참사 당시 그들이 관련법규와 매뉴얼에 근거하여 합당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는 흔적이라도 찾아볼 수 있었다면 이성적으로 이해라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이틀째인 2015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석중 위원이 해경 지휘부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고 지적하자,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해하고 있다.
▲ 해경 승객 구조 소홀했다는 지적에 허탈해하는 유가족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이틀째인 2015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석중 위원이 해경 지휘부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고 지적하자,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해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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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모습과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으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잘못된 변명만 늘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의 감사, 검찰의 수사,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언론의 인터뷰 등에서 거짓된 사실을 밝혔으며,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언사로 유가족들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했다.

구조도 하지 않고, 진실도 밝히지 않고 있는 해경. 진실이 철저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는 그날까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조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대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태그:#세월호, #해경, #김석균, #해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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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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