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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잘못된 우스꽝스러운 성적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성 관념을 갖고 가족계획을 세워야 하니까요."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Mecklenburg-Vorpommern)주의 토지공사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교민 도미경(57)씨는 "독일에서는 7학년(중1) 정도가 되면 생물학 시간에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배우며 피임 방법도 실습한다"면서 "예를 들어 고무로 만든 성기에 콘돔을 씌워보게 하는 실습도 한다"고 말했다. 도씨는 "학생들은 익명으로 성에 관한 어떠한 질문도 종이에 적을 수 있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아이들 앞에서 읽고 설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도미경씨는 "독일에는 한국의 일반고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외에 음악 김나지움이나 스포츠 김나지움, 자연과학 김나지움도 있다"고 밝혔다. 도씨와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독일 교민 도미경씨(왼쪽)와 외동딸 야나 양.
▲ '엄마와 딸' 독일 교민 도미경씨(왼쪽)와 외동딸 야나 양.
ⓒ 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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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김나지움에서는 수학, 물리, 화학을 집중적으로 교육합니다. 또 문학 김나지움도 있습니다. 문학 김나지움에서는 제2외국어로 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 수업도 합니다. 제 딸은 음악 김나지움에 다녔습니다. 처음에 간단한 입학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독일의 전통 가곡 세 곡을 불러야 했고 피아노곡 한 곡을 연주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끝낸 뒤 음악 김나지움에 갈 때 이 시험을 봤습니다."

도미경씨는 1978년 2월 서울 무학여고를 졸업하고 가족과 함께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했다. 함부르크에서 우선 성악을 공부하고 싶었고, 함부르크 음대(Musikhochschule Hamburg)에 입학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서 11학년부터 다시 공부하여 독일 수능(아비투어)을 치렀다. 그 후 함부르크 파흐호흐슐레(Hamburger Fachhochschule)에서 측지학(測地學)  공부를 시작하여 엔지니어가 되었다. 측지학 분야 엔지니어링 학위가 있다.

도미경씨는 함부르크에서 흉부외과(Kardiologe) 의사로 일하는 독일 남성과 결혼하여 38세에 딸을 낳았다. 슈베린(Schwerin)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딸 야나(Jana)는 4학년까지 몬테소리 학교를 다녔고, 그곳에서 괴테 음악 김나지움(Goethe Musik Gymnasium)에 다녔다.

현재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에서 글로벌 경영(국제 경영)을 전공 중인데 한 학기를 반드시 외국에서 공부해야 해서 지금 대구의 계명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도미경씨에게 자녀를 키우면서 접한 독일 교육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독일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도미경 씨는 “독일에서는 7학년 정도가 되면 생물학 시간에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배우며 피임 방법도 실습한다”고 말했다.
▲ "피임방법도 실습" 도미경 씨는 “독일에서는 7학년 정도가 되면 생물학 시간에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배우며 피임 방법도 실습한다”고 말했다.
ⓒ 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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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독일에서 배울 게 많다고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독일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독일 문화에는 한국과 같은 즐거움 문화가 없어요. 그렇지만 그걸로 독일 문화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수는 없죠."

-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한국인들은 퇴근 뒤 동료들과 가볍게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독일인들은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를 같이 하는 것을 보통 좋아하지 않습니다."

- 세대에 상관없이 독일인들이 모두 그런가요?
"그렇지는 않죠. 청소년들은 보통 이런 독일 방식이 매우 지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카나리아 제도로 여행가서 놀곤 합니다. 독일 젊은이들은 한국의 신 나는 문화를 알고 나면 좋아합니다. 제 딸도 그렇고요."

의사는 감기환자에게 항생제 처방 대신 "차 마시고 휴식하라"

- 한국인들이 독일을 오해하는 것도 있겠군요.
"한국인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불가능한 것이 많아요. 엄청난 의약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하죠. 독일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 같은 것을 처방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차를 마시고 1주일 집에서 쉬라고 합니다. 항생제는 면역 체계를 망가트리고 환경도 손상시킨다고 하면서요."

- 교사의 열정이나 전문성은 어떻게 차이가 날까요?
"사실 한국 교사들이 독일 교사들보다 훨씬 감정을 담아 자신의 일에 헌신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정작 선생님들은 자신의 아이나 가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합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너무 큰 흥미,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성폭력 같은 잘못된 일도 저지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교육 방법입니다. 독일에서는 교사가 학생과 깊은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3학년 여학생(한국의 고교 졸업반 정도)은 선생님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이 처벌 받습니다. 물론 성적인 관계 말입니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를 향한 기대를 좀 줄이면 좋겠다"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딜타이김나지움의 5학년 독일어 수업 장면.
▲ '독일 5학년 독일어 수업 장면'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딜타이김나지움의 5학년 독일어 수업 장면.
ⓒ 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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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자녀들을 향한 기대를 좀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자녀들이 알아서 하게 두어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보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그냥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보통 부모를 따라하니까요. 자녀들에게 독립심, 자립심뿐만 아니라 가족적인 따뜻함도 알려줘야 합니다. 선생님에게는 남들과 더불어 사는, 즉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 아무래도 독일의 교육방식이 특이한가 보군요.
"독일은 동영상이나 여행을 통해 교육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한 반이 다 함께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로 이야기해 보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성을 방문하여 다양한 시대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지식과 즐거움을 함께 주려는 거죠. 개인적으로도 방학을 이용해 스위스 같은 곳을 여행하고 알프스 산을 돌아다니고 그곳의 기원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즐겁게 말입니다."

- 학교에 다니는 스트레스가 적겠군요.
"이런 방식 덕분에 스트레스가 훨씬 적습니다. 그냥 즐겁게 배우는 겁니다. 자살할 생각 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교재를 보니 그림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겠더군요. 그런 방식의 교재도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니까요. 보통 독일 것보다 낫습니다."

독일 교육은 독립성, 자율성 키워주는 데 집중

독일 교민 도미경 씨의 가족사진. 왼쪽이 독일인 남편이고, 오른쪽은 딸 야나와 남자친구.
▲ 가족 사진 독일 교민 도미경 씨의 가족사진. 왼쪽이 독일인 남편이고, 오른쪽은 딸 야나와 남자친구.
ⓒ 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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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독일에서 참고하고 수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독일 교육은 무엇보다도 독립성, 자립성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춥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도록 교육받습니다. 예를 들어 잠자리를 정돈한다든가, 아침을 차려 먹는다든가, 방을 청소한다든가, 빨래를 한다든가 하는 것이죠. 어머니나 도우미가 해 주는 것이 아니고요. 많은 한국인들은 이런 면에서 외국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왜냐 하면 한국인 대부분은 직접 요리를 할 줄 모르거나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한국의 일반고와 독일의 김나지움은 평면 비교하기가 힘들 겁니다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독일 아이들은 4학년을 마치면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나 레알슐레나 김나지움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김나지움에 가기 위해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적성이 더 중요합니다. 김나지움 학생들이 기술학교로 옮기는 사례도 있습니다.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아이 혹은 부모들도 있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 교육까지 받다보면 너무 오래 공부하게 됩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든지 하는 이유로 기술학교로 옮기도 합니다."

학년 올라갈수록 논술형 시험문제 늘어나

- 김나지움에 입학하면 대개 대학에 진학하나요?
"김나지움에 진학하면 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삼습니다. 그런데 레알슐레에서는 10학년 이후에 자신의 직업을 결정할 수 있고 그에 적합한 회사의 도제(견습공) 자리에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3년 정도를 배우고 나면 19살 내지 20살 때부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도제로 3년 정도를 회사에서 배우고 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일에서 레알슐레 학생들은 보통 16~17살 쯤에 교육이 끝납니다."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그러니까 어떤 고유의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 아이에게는 김나지움에 가는 것이 반드시 최고의 삶의 길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은 독일에서도 모두(아이, 부모, 교사)가 김나지움에 가는 것을 무엇보다 원하긴 합니다. 최고의 성적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김나지움에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김나지움을 졸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대학에서와 마찬가지입니다."

- 음악 김나지움은 어떻게 교육하나요?
"음악 김나지움에서는 음악을 체계 있게 배웁니다. 피아노나 관악기와 같은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합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과목들도 배웁니다. 음악 김나지움과 다른 김나지움 사이에 사실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음악 김나지움을 졸업한 많은 학생들은 대학에서도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 선생님이 됩니다."

- 의과대학에 가려면 점수가 높아야겠지요?
"인기학과를 NC(numerus clausus)라고 합니다. 보통 법학, 의학이 이에 해당합니다. 음악 김나지움을 졸업한 학생도 자신이 원하고 NC에 입학할 수 있는 점수가 되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지원자가 정원보다 많아서 아비투어 점수가 높아야 입학 가능합니다."

채점 결과 납득 어려우면 교사에서 재검토 요청 가능

도미경 씨는 “독일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라며 "독일 문화에는 한국과 같은 즐거움 문화가 없다"고 말했다.
▲ "독일이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도미경 씨는 “독일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라며 "독일 문화에는 한국과 같은 즐거움 문화가 없다"고 말했다.
ⓒ 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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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시험을 본 뒤에 채점은 어떻게 하나요?
"선생님들이 문제를 출제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논술식 문항이 늘어납니다. 이런 시험에서는 논거를 들어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출제합니다."

- 채점이나 평가에서 학부모들이 불만스러워하지는 않나요?
"사실 제 딸은 김나지움에서 독일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냐 하면 선생님이 외국인에게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딸의 독일어 선생님은 외국에서 온 아이들은 독일어 과목에서 1(가장 높은 점수)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나는 독일어 과목의 점수에서 5(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딸의 독일어 시험지를 보았습니다. 1을 받을 수준은 아니어도 5를 받을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그 후 김나지움에서 독일어, 영어를 지도하는 제 시누이와 판사인 야나의 대모에게 답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둘 다 그 답안지가 5점짜리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학부모의 밤'에 선생님에게 꽃다발을 보내며 딸의 시험지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1점은 아니어도 5점을 받을 답안지도 아니라고 하였으니까요. 후에 야나는 결국 3점을 받았습니다."

- 독일에도 사교육이 있나요?
"독일은 한국과 달리 과외 수업이나 학원이 거의 없어요. 아이들이 하루에 8시간도 못 자는 것과 부모들이 과외에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일은 좋지 않습니다. 배움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외에는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든 책을 통해서든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독일에서 배우는 독립성, 자립성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서신문에도 기사를 보냅니다.



태그:#독일, #성교육, #김나지움, #교육,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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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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