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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진.
ⓒ 이명박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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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1월 13일 오후 8시]

"이게 무슨 동네 잡범입니까? 나가서 내 결백한 걸 밝히게? 한 나라의 대통령했던 사람이 산하기관에서 한 건데 그게 관계가 자기까지 미치지도 않는데 나가서 그런 이야기를 그 자체가 난센스잖아요."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MB맨' 이재오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떳떳하게 의혹을 밝힐 의도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저 통치 행위를 했을 뿐이라는 대답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정확하다. 말 한 번 잘 했다. 절대, MB는 동네 잡범이 아니다. 그 수준이 아니다. 수준으로 따지면, '희대의 범법자' 수준일 것이다. 서울구치소 504호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히 범접할 수 없는.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저 흔한 동네 잡범이 아니기에, 그 수많은 의혹들이 MB의 집권 전부터 지금까지 절대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살아 있는 것 아닌가.

BBK 의혹이 그랬고, 도곡동 땅 의혹이 그랬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집권케 한 2012년 대선 당시 군과 국정원의 정치 관여 의혹이 바로 절대 꺼질 수 없는 의혹의 불씨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또 한 번 무리수를 뒀다. 지난 추석 연휴 전 MB를 대신해 "나라도 감옥에 가겠다"고 설레발을 쳤던 이 전 대표가 전화통을 붙잡고 흥분해서 한 말은 이랬다. 

"왜냐 그러면 청와대가 아주 적절하게 말을 잘했는데 불공정특권에 대한 구조를 조정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없는 죄를 잡아가는 게 권력에 의한 불공정 아닙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특권을 행사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잡아간다고 하면 그건 불공정특권을 행사하는 게 증거로 드러나니까 그러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정의에 반하는 행위를 보면 그것이 권력이든.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어 있는 권력이든 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거기에 저항하는 게 당연한 거죠. 그게 정의 아니에요?"

MB맨이, MB가 '정의'와 '상식'을 논한다. 그러면서 현 문재인 정부를 걸고넘어진다. 작금의 적폐청산 작업이 '불공정 특권'을 행사하고 있고, 작금의 MB의 대응은 살아있는 권력에 의한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저항'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MB가 지금 '정의'로운 저항을 하고 있다니. 어제 인천공항 기자회견에서 말을 얹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어 또 하나의 언어도단이요, 여론 호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촛불혁명을 거친 작금의 대한민국은 과거와 다르다. 그러한 언어도단과 여론 호도에 휘둘릴 여유도, 시간도 없다. 국가를 퇴행시킨 나쁜 과거를 청산하기도, '저항' 중이라는 MB를 향한 각종 의혹들을 파헤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 때마침, 그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또 터져 나왔다.

'다스' 이명박 해외 계좌, 또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동으로 출국하기 위해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뒤로 "다스는 누구겁니까" "MB구속 적폐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보인다.
▲ "다스는 누구겁니까" MB 출국 인천공항 시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중동으로 출국하기 위해 12일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뒤로 "다스는 누구겁니까" "MB구속 적폐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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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온라인판으로 공개한 <이명박 해외 계좌 찾았다>는 주진우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수사기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법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다스(DAS) 현지 법인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인 것이 포착되었다. 싱가포르의 한 계좌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 수상한 돈거래가 있어서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싱가포르 DBS 은행에서 중국 HSBC 은행으로 넘어간 2000만 달러(약 222억원)가 다스와 관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계좌는 한국의 대기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잡범? MB가 주범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동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기침하고 있다.
▲ 기침하는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동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기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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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 금지 청원' 글에 동의한 인원이 단 4일 만에 8만 6천 명을(13일 오후 4시 현재) 넘겼다. MB가 출국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 하루 만에 정확히 1만여 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MB에 대한 수사 여론이 청와대 청원이란 형태로 부각됐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반면 MB 본인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13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 딱 그랬다. 지금 한가하게 바레인에서 강연이나 다닐 때가 아니라는 중론에도 불구하고, MB는 과거 망령이나 쫒으면서 꽤나 유유자적하는 분위기다.

"페친 여러분, 저는 바레인 마나마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저를 마중나온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문화장관과 만났습니다. 우연히 저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해외판: The Uncharted Path) 읽고 한국의 발전경험을 나눠달라며 초청했습니다.

바레인과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5년 현대가 바레인 아랍수리조선소 건설을 수주한 것이 그 시작입니다. 우리 1인당 GDP는 2500 달러 정도였는데 신생 울산현대조선소가 1억3천7백만 달러의 대규모 해외 공사를 수주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는 중동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교사절 및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저는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입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여전히 꼼꼼하시다, MB께서는. 헌데, 번지수가 한참이나 잘못됐다. 바레인으로 출국한지 하루 만인 13일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출국 직전, 인천공항 앞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과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는 검찰 수사를 두고 "감정 풀이"와 "정치 보복"이라 몰아붙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그가 꺼내든 카드라고는 위 글처럼 해묵은 40여 년 전 (자신과 결부된) 치적이나 회고하는 일이 전부였다. 도대체 어느 시절 현대고, 중동 진출인가. 게다가 깨알 같이 자신의 자서적 <신화는 없다>까지 언급하는 꼴이라니. 자원 외교로 수십조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MB는 그렇게 여전히 중동과 건설 등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재오 전 대표의 발언에 적극 공감한다. MB는 '잡범'이 아니다. 아니, 잡범이어서는 안 된다. 군 사이버사와 국정원을 이용해 '이명박-박근혜' 9년을 완성케 만든 장본인이 잡범일 수는 없다. 그 '주범'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퇴임 후 최고조에 달했다. 그의 입국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 관심은, MB가 잡범인지, 주범인지 낱낱이 판명된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때까지, 'MB맨'들의 여론 호도와 언어도단 역시 낱낱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댓글을 달고, 극우단체를 동원하며 여론을 호도했던 것이 바로 그 'MB맨'들 아니었던가.


태그:#이명박,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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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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