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사랑스런 팬바보들 걸그룹 러블리즈(미주, 지애, 소울, 수정, 케이, 진, 지수, 예인)가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Fall in Lovelyz > 컴백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러블리즈의 세 번째 미니앨범 < Fall in Lovelyz >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사이 느껴지는 감성과 동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러블리즈만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타이틀 곡 '종소리'는 새롭게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원택(1Take)'과 '탁(TAK)'의 일렉트로팝(ELECTRO-POP)으로 '두근대는 설레임의 시작', '귓가에 맴도는 종소리'라는 순정만화 판타지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 '러블리즈' 사랑스런 팬바보들 걸그룹 러블리즈(미주, 지애, 소울, 수정, 케이, 진, 지수, 예인)가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 Fall in Lovelyz > 컴백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러블리즈의 세 번째 미니앨범 < Fall in Lovelyz >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사이 느껴지는 감성과 동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러블리즈만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타이틀 곡 '종소리'는 새롭게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원택(1Take)'과 '탁(TAK)'의 일렉트로팝(ELECTRO-POP)으로 '두근대는 설레임의 시작', '귓가에 맴도는 종소리'라는 순정만화 판타지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 이정민


현재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에서 러블리즈의 존재는 좀 특이하다. 트와이스, 레드벨벳, 여자친구, 마마무처럼 음원 및 방송 순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량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는, 확실한 팬덤을 확보한 몇 안되는 팀 중 하나다.

이름 좀 대면 알 만한 걸그룹들이 신곡 발표 후 길어야 2~3일 만에 음원 순위에서 사라지거나 아예 진입조차 못하는 일이 흔해졌다. 그런데 2017년 가요계에서 러블리즈는 앞서 언급한 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1개월 정도는 어떻게든 버티며 이름을 드러낸다.

10~20대보단 30대 이상 연령대를 중심으로 팬층을 보유한 것도 특이사항 중 하나다. 1990년대 인기 싱어송라이터 윤상이 중심이 된 프로듀싱팀 원피스가 만들어내는 곡들이 기성세대 음악팬들의 정서를 관통한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공개된 러블리즈의 통산 세번째 미니 음반 < Fall in Lovelyz >에선 더 이상 원피스팀의 이름을 볼 수가 없다.

윤상도 없다, 디지페디도 없다

그동안  '캔디 젤리 러브', '안녕', '아츄'로 이어진 첫번째 3부작, '데스티니(나의 지구)', '와우', '지금 우리'로 연결된 두번째 3부작으로 러블리즈는 기존 걸그룹들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모든 머릿곡을 전담한 원피스팀의 역량, 그리고 독특한 영상미로 보는 이를 항상 놀라게 만드는 뮤직비디오 제작팀인 디지페디(Digipedi)가 언제나 존재했었다.

어떤 면에선 < Fall in Lovelyz >는 러블리즈를 새로운 시험대에 올려 놓는 음반이다. 디지페디마저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러블리즈라는 팀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2개의 기둥 없이, 어떤 의미에선 '홀로서기'에 가까운 실험을 단행한 셈이다. 

두차례의 3부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잠시 쉬어가는 의도인지 (실제로 앞선 첫번째 3부작 이후 2015년 12월 발표된 싱글 '그대에게'의 동명 머릿곡은 원피스의 작품이 아니었다) 아니면 소속사 울림의 선배그룹 인피니트 - 프로듀싱팀 스윗튠(만 4년 간의 협업을 진행했지만 2014년 '라스트 로미오'를 끝으로 결별)의 전철을 밟는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불분명해 보인다.

팬클럽 회원(?)이 만든 머릿곡 '종소리'

 지난 12일자로 데뷔 3주년을 맞은 걸그룹 러블리즈

지난 12일자로 데뷔 3주년을 맞은 걸그룹 러블리즈 ⓒ 울림엔터테인먼트


새롭게 러블리즈의 머릿곡을 책임진 인물은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과 트와이스의 'TT' 리믹스로 유명세를 얻은 TAK(한원탁), 그리고 그와 함께 인피니트, 골든차일드, 신인 걸그룹 굿데이의 수록곡을 만든 1Take다.

참고로 러블리즈의 '성덕'(성공한 덕후) 록그룹 노브레인의 이성우 못잖게 TAK 역시 음악계 대표적인 러블리즈 팬(러블리즈 공식 팬클럽 '러블리너스' 2기 회원)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화려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무게감 있는 시작을 알리는 연주곡 'Spotlight'에 이어지는 이번 활동곡 '종소리'는 역대 러블리즈의 머릿곡 중 EDM의 화법이 제법 강하게 녹아있는 노래다.

1970-80년대식 전통 신스-팝과 가요의 정서가 녹아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어왔던 윤상과 달리, 다양한 리믹스 작업을 거치며 젊은 감각의 EDM 작업을 많이 해온 TAK 등의 방향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츄'처럼 곡 하나에서 3~4차례 이상의 과감한 '전조'로 복잡한 구성을 보여줬던 기존 러블리즈의 곡과는 달리, '종소리'는 G장조 기반의 직선적인 팝-댄스곡으로 꾸며졌다. 경쾌함 속에 크리스마스 캐롤+겨울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상당한 공력을 기울인 흔적도 곡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멜로디 라인은 비교적 평이하지만 첫 소절부터 비교적 높은 음역대를 잡고 노래해야 하는, 가창의 난이도에선 제법 만만찮은 구성을 보여준다.

러블리즈 보컬의 양대 축인 케이-진을 중심으로 베이비소울, 류수정, 이미주의 안정적인 뒷받침, 독특한 색깔의 랩(?)을 들려주는 유지애, 서지수, 정예인의 목소리는 새로운 프로듀싱 팀과도 무리없이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다만 여타 그룹과의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운 평이한 구성의 뮤직비디오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냥', '졸린 꿈' 등 고른 균형감의 수록곡

 러블리즈의 신곡 `종소리`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 (화면 캡쳐)

러블리즈의 신곡 `종소리`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 (화면 캡쳐) ⓒ 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블리즈 음반이 지닌 미덕 중 하나는 고른 완성도에 있었다. 작곡진들의 대변동 속에서도 이번 신작 < Fall in Lovelyz > 역시 기존 작품들의 노선을 충실히 승계하고 있다. 원피스, 꾸준히 수록곡을 맡아준 제이윤의 곡은 아쉽게도 볼 수 없지만 그 공백을 비(BEE), 새롭게 참여한 마르코, 심규선(루시아)의 작품으로 훌륭히 메워준다. 그중 듣는 이의 귀를 제법 솔깃하게 만드는 곡은 '그냥', 그리고 '졸린 꿈'이다.

인피니트의 주력 프로듀서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알파벳팀의 BEE는 전작 < RU Ready ? >의 감성 발라드 'Night and Day'로 러블리즈 팬들의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번 신보에선 혼란스런 사랑의 감정을 토로하는 노랫말 '그냥'을 통해 가사에 잘 어울리는 굴곡있는 멜로디 전개로 또 한번 러블리즈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법하다.

인디음악계의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참여는 예상 밖의 선택이다. 지난 여름 그녀의 SNS를 통해 러블리즈와의 협업 사실이 전해지면서 과연 어떤 작업물이 나올지 궁금했는데 `졸린 꿈`은 기대 이상의 상큼 발랄한 팝 음악으로 꾸며졌다.

[러블리즈 '종소리' 공식 뮤직비디오]


좋지 않는 시장 상황, 그래도 기대감을 키우는 모험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인기 보이그룹, 이른바 '음원 깡패' 등이 각각 방송과 음원순위를 장악하는 요즘, 러블리즈 같은 팀이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시장의 여건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러블리즈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그녀들이 들려줬던, 남과는 차별되는 음악의 힘에 있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일단 변화의 첫 단추는 제법 잘 끼워 맞춘 듯 하다.

비록 윤상 및 원피스+디지페디라는 든든했던 후원자들은 없지만 < Fall in Lovelyz >는 그런 점에서 새로운 모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케이팝쪼개듣기 러블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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