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 쇼박스


사기꾼들을 속이는 사기꾼들의 집합에서 배우 나나는 말 그대로 '홍일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 <꾼>의 주요 멤버 중 하나인 춘자는 평소엔 도도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에게 임무가 주어졌을 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인물. 일반적인 케이퍼 무비(범죄영화)에서 그렇듯 이 여성 캐릭터는 남성 일색의 이야기 흐름에서 일종의 '환기구' 같은 존재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나나가 상업영화로선 첫 주연을 맡는다고 했을 때 분명 우려는 있었다. 흔히 말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이 가장 컸다. 이 물음에 나나는 오히려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부담과 걱정은 분명 있었는데 그것보단 내가 이 작품에서 잘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고 말했다.

영화로 '첫 주연'... "유지태 출연 때문에 더 욕심 났다"

"지금까지 아이돌들이 연기자로 꽤 전향했잖나. 선입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건 그거고 작품에서 제가 어떻게 인물을 표현하는지에 따라 그 선입견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공부해 나갈 것이다.

아이돌그룹으로선 8년 활동했지만 연기적으론 이제 갓 신인이다. 시기적으로 빨리 주연을 맡았다는 반응도 있는데 그것에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그만큼 너무 하고 싶었고, 잘 소화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일단 여자 캐릭터로선 저 혼자고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튀지 않고 꾼들의 팀플레이와 호흡이 중요했다."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 쇼박스


나나는 춘자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에 집중해 여러 가지 상황을 준비해갔다. 극 중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 분)의 오른팔 곽 사장(박성웅 분)을 유혹하는 상황에선 평소 음주를 하면 기분이 업되는 실제 성격을 일부 반영했다. "감독님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더 편하게 대사를 하고, 아이디어도 낼 수 있었다"고 그가 말했다.

"술은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웃음). 소주, 맥주 다 마신다. 주로 술자리에선 분위기를 맞추는 편이다.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춘자가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 또 그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끌렸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능청스럽게 대처하는 게 너무 좋더라. 제가 말을 조리 있게 하진 못하지만 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려 하는 편이다. 근데 잘 속는다는 면에선 춘자랑 다르다(웃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믿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걸 의심하는 편이 아니다(웃음)."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기분을 나나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하고 싶었고 동시에 너무 떨렸다"며 그는 "<굿와이프>에서 함께 했지만 자주 뵐 수 없어서 아쉬웠던 유지태 선배께서 출연한다는 생각에 더 욕심이 났다"고 전했다.

나나는 '엄살꾼'? "세게 생겼으면서 왜 떠냐고들 하더라"

"<굿와이프>가 막바지일 때 대본을 받았는데 읽자마자 어렵지 않게 춘자를 이해할 순 있었다. 저의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받자마자 유지태 선배에게 말씀드렸다. 함께 하면 배울 것이 많은 분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용기를 주시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걸로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선배분들도 촬영할 때 딱 집중하시고 상대 배우를 이끌어 주시는데 그런 면을 많이 배웠다. 난 언제쯤 상대를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겉으로 보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것 같지만 이 지점에서 나나는 스스로 "매일 떨림과 긴장의 연속이고, 자신감도 평소에 많이 없다"고 고백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심장이 터질 거 같아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며 "감독님과 선배님들 도움이 없었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역할"이라 말했다. 이런 나나의 모습 때문에 장창원 감독은 나나를 '엄살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가수 활동 때도 엄청 떨었다. 생긴 건 세게 생겼으면서 왜 떠냐고들 그러시더라(웃음). 제가 멤버 중에 가장 잘 떠는 성격이었다! 청심환도 먹어보고 별 걸 다했는데 안 나아지더라. '나 지금 떨려'라고 멤버들에게 꼭 말해야 안 떨리고 그랬다. 제가 좀 응원이 필요한 성격인 것 같다.

데뷔하고 앨범을 몇 장 냈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뮤직비디오가 보통 춤을 위주로 찍지만 종종 드라마 형식도 있잖나. 멤버마다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걸 해내는 게 참 행복하고 재밌더라. 또 멤버들이 하나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볼 때 신기하면서도 '내가 저 역할을 맡는다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그렇게 해서 나나는 틈틈이 가수 활동 중 발성과 연기 이론을 배워나갔다. "배우면서 더 욕심이 생겼다"며 "연기 공부는 순전히 제 의지였다"고 강조했다.

"회사에서도 흔쾌히 허락했고, 주변에서도 응원해주셨다. 드라마 <굿와이프>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조언도 많이 들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제일 어려웠던 게 대사를 제 말투로 전하는 거였다. 전도연 선배께서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비교해주셨다. '아, 내가 이런 호흡과 말투가 있구나' 새삼 느꼈다. 지금도 연기 선생님과 함께 녹음하면서 연습한다. 친구들과 만나서 편한 대화를 할 때 내 목소리를 녹음해놓기도 한다."

'가수'와 '배우'라는 이름 사이에서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 쇼박스


무대 위에서나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지만 평소에 그는 조용하면서도 위축되기 쉬운 성격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그게 참 신기하다"며 "평소엔 조용하다가도 어렸을 때 무슨 행사가 있으면 꼭 나가서 춤을 추는 아이였다"고 전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물론 매번 떨렸지. 근데 그게 되고 기분 좋고 흥분되는 설렘 같더라. 그런 게 아마 중독인 거 같다. 어떤 두려움의 떨림이 아닌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가수 활동하면서 받은 환성과 박수가 지금도 그립고 많이 생각난다. 힘들더라도 그런 응원을 받으면 기운이 생기더라.

특별히 대중분들에게 얻고 싶은 수식어는 없다. 이제 제 가능성이 시작되는 지점 같다. 나나에게 이런 가능성이 있음을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부족함이 있겠지만 점점 그 부족함이 줄도록 공부하겠다.

제 나이(1991년생, 27세)가 연기를 시작하기에 다소 늦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시작이 언제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거 같지 않다. 오히려 준비가 안 됐을 때 연기를 시작했다면 지금의 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꾼> 이후 나나의 차기작은 드라마 <사자>다. "박해진 선배와의 작업도 참 기대된다"며 그가 눈빛을 밝혔다.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영화 <꾼>의 춘자로 출연한 배우 나나 ⓒ 쇼박스



나나 애프터스쿨 현빈 유지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