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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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시상식의 계절이 찾아왔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다양한 시상식이 열린다. 매년 연말 가요계를 결산하는 시상식은 수십 년 이상 이어진 나름의 전통 중 하나다. 하지만 상당수 시상식은 열릴 때 마다 각종 잡음으로 시끄러운 상황을 만들곤 했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역시 매년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시상식 중 하나다. 국내 가요 시상식 중 처음으로 '해외 개최'라는 파격 방식으로 진행된 데다 투표 논란, 생방송 사고 등 여러 논란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는 무려 1주일간 베트남, 일본, 홍콩 3개 국가에서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레이스 시상식이다. 이쯤되면 명실상부한 가요계의 대축제임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를 바라보는 음악 팬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왜 그럴까?

국내 팬 역차별, 아시아 가수 몇 명 끼워넣기 시상

 현재 엠넷 홈페이지를 통해 MAMA 팬투표가 진행중이지만 부정투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현재 엠넷 홈페이지를 통해 MAMA 팬투표가 진행중이지만 부정투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 Mnet


MAMA는 지난 2010년부터 해외에서 열리고 있다. 팬들이 가장 이해 못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MAMA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매번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음악 시상식을 왜 해외에서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MAMA는 우리 가수들의 수상, 공연을 사실상 직접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행사가 된 지 오래다(지난 2011~12년 골든디스크 시상식도 이를 흉내내서 중국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 개최로 환원되었다).

또한 대부분 무료 수준으로 진행되는 국내 여타 시상식과 달리, MAMA는 항공료 및 숙박료는 둘째치고 2000홍콩달러 안팎의 입장료(지난해 기준)를 내고 입장권을 구매해야 현장 관람이 가능하다.

그저 시상식 명에 '아시아'를 포함시키고 중국, 일본 및 그외 아시아 음악인 몇 명을 끼워 넣어 진행한다고 해서 '다양함이 공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음악 시상식'(MAMA 공식 슬로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게다가 수상하는 아시아 가수들의 음악은 정작 주관 방송사 Mnet(엠넷)에서 소개되지도 않는다.

지난 20일 각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2017 MAMA' 기자간담회 보도 내용을 지켜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많은 출연진이 나오는 시상식인 관계로 일정 조율 등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부득이 한국 개최는 하지 못하게 됐다"는 담당 국장의 해명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하루 날 잡아 행사를 개최하는 것과 1주일 간 해외 각국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개최하는 것, 두 가지 안 중에서 어느 쪽이 출연진이 일정 조율하기 편할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한다? 탈(脫) 인기상과 공정성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해 열린 2016 MAMA에서 그룹 엑소가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열린 2016 MAMA에서 그룹 엑소가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 Mnet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김기웅 Mnet 본부장은 "'MAMA'의 지향점은 한국의 '그래미'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과연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여타 가요 시상식이 그러하듯 MAMA 역시 '인기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SM, YG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가수들의 참석 여부에 따라 대상 수상자가 일찌감치 예측되는, 사실상 '참가상'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미'에선 이런 식으로 상을 수여하진 않는다. 유명 가수나 인기 음반, 노래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전엔 음악적 가치 판단이 우선시 된다. 과연 이게 MAMA에서 가능할까?

그래미 어워즈의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Album of The Year)' 부문만 하더라도 영화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사운드 트랙을 비롯해 레이 찰스의 유작,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 로버트 플랜트와 앨리슨 크라우스의 포크-컨트리 음반처럼 상대적으로 상업성보단 음악성을 앞세운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게 다반사다. 우리로 치면 엑소,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고(故) 조동진 유작, 원로가수 최백호의 신보가 대상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 MAMA는 온라인 부정 투표 논란으로 인해 시상 공정성에 큰 흠집이 발생한 상황이다. 부정투표에 대한 삭제 처리 등이 이뤄졌다곤 하지만 어디서, 어떤 형태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지금 진행되는 투표에 대해서도 팬들은 여전히 불만 및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말 MAMA가 한국의 그래미가 되려면 공정성 확보 또한 선행되어야 한다.

시청자, 음악팬 등 대중이 먼저다

 지난 2015년 시상식에서 축하 메시지를 빙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 홍보 영상이 방영되었다.  이는 대표적인 기업 상대 외압의 한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15년 시상식에서 축하 메시지를 빙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 홍보 영상이 방영되었다. 이는 대표적인 기업 상대 외압의 한 사례로 손꼽힌다. ⓒ Mnet


지난 2014, 2015년 MAMA 에선 뜬금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방송돼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창조 경제' 정책 홍보에 'MAMA'가 이용된, 역대 시상식 중 가장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는 결국 지난해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청와대가 각종 기업을 상대로 부당하게 압력을 가한 사례 중 하나로 드러났다.

시상식은 외부 권력의 전유물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제 각종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로워진 상황이라면 대중이 우선시 되는 시상식으로 탈바꿈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해외 개최, 1% 대의 낮은 생방송 시청률(2016년,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그래미가 아니라 영원히 CJ 그룹 대형 행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과연 MAMA의 환골탈태는 이뤄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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