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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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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헌법에서 제시한 국민의 의무가 무엇인지 찾는 시험문제는 단골출제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을 의무,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등. 그런데 헌법에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민에게 권리보다도 의무를 강조해 온 탓이 아닐까?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는 모든 생활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권, 누구나 국가정책이나 정치에 참여할 참정권,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받지 않을 평등권,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에 일정한 청구를 할 수 있는 청구권이 그것이다.

지난 촛불 정국에 헌법 읽기 열풍이 불었다. 문구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명문이다. 그러나 헌법은 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며 헌법의 정신이다.

건강권도 헌법 36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국민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고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11월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국회의원, 국민주도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빠띠, 바꿈세상을바꾸는꿈은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건강권 피해시민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자신의 삶의 조건과 환경 때문에 인권과 건강권이 보호되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학교급식노동자 박화자님은 본인은 누군가에게 밥을 해주는 노동자이지만 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4명의 급식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밥먹을 시간조차 없고 안전한 일터가 조성되지 않아 끓는 가마솥에 빠져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일터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사회보험이란 제도로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사각지대의 문제는 너무나 심각한 상태다. 건강보험체납으로 의료이용이 중지되어 우울증과 갑상선 등 아픈지도 모르고 병을 키웠다는 김금선님은 남편이 IMF이후 열심히 일해도 생계가 어려워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두 아들이 겨울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커서 그덕에 면역력이 높아져 건강해졌다는 웃픈이야기를 하기로 하였다. 건강은 인권이고 국가가 그 의무를 지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어려운 사람들이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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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아들을 돌보고 있는 최은경님은 22살 성인아이가 장애 때문에 기저귀를 평생 차고 다녀야 하는데,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성인이 된 아들을 눕힐 화장실이 없어 길가에 차에 세워두고 텐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고 증언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장애인을 위한 섬세한 제도가 부재하다며 이런 환경 때문에 강서구 특수학교와 같은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권리를 외치다-시민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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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치이즈는 청소년은 건강함의 대표 이미지이지만 학교는 일상적인 통제와 인권침해의 공간으로 실제 학생들은 불건강한 상태라고 이야기하면서 본인도 학생의 삶이 너무 괴로워 그냥 잠을 자버리는 습관으로 학창시절을 견뎌왔다고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청소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증언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하는 이인섭님은 모든 인간은 평등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인데 지금 우리사회는 성소수자를 범죄화하여 단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면 현재 어떤 제도로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편견과 혐오로 인해 차별을 받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문구가 헌법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보편적 인권보장이 더 강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헌이 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유종준님은 2013년 기준 전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이 당진인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어서 지역 주민의 건강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가 값싼 산업용으로 이용되고 수도권지역의 전기수요를 위해 충당되고 있어 지역차별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환경과 건강은 모두 인권인데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받고 있다면서 환경과 건강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건강할 권리를 외치다. 시민증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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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증언자인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백승우 님은 성남시는 서울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이지만 2000년 이후 판교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구도심과 신도심의 격차가 크고 가난한 동네는 공공병원의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불평등을 감수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요구로 시립병원 설립을 주장하고 병원이 지어지고 있지만 시민이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견제를 통해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언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번 개헌은 국민들이 실질적 의미로서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 제 10차 개정헌법에 건강권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요구안을 발표했다(아래 제 10차 개정헌법에 건강권을 명문화 해야한다!).

개헌논의가 한창이다.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대통령 직선제, 기본권 확대를 골자로 한 현행 9차 개헌안이 마련된 지 30년 만에 촛불시민의 열망을 담은 헌법개정안은 자유와 평등 등 헌법가치 강화를 위한 현행 기본권 조항을 개선하고 다양한 사회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기본권 등이 신설되길 기대해본다.

제10차 개정헌법에 건강권을 명문화해야 한다!  

건강이 인권이라는 관점은 낯설다. 기존 헌법에 규정된 건강 관련 조항도 애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늘 시민들의 이야기처럼 건강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지켜나가기 어렵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보장만으로 불충분하다. 우리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국제인권규약들에 기초하여 제 10차 개정헌법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1. 헌법 전문(前文)에 기본원리로서 '생명과 건강 존중의 원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2. 건강권은 별도의 독립 조항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제OO조
① [건강에 대한 권리성, 보편적·비차별적 권리로서의 건강권] 모든 사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성별, 연령, 지역, 고용 형태, 장애, 성적 정체성과 지향, 경제적 부담능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②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국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제도․정책․서비스의 기획과 실행에서 제1항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③ [소극적 건강권] 국가는 제3자의 건강 침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④ [적극적 건강권, 공공의료 확충] 국가는 사회보장과 보건의료 제도·정책·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충분한 수준의 공공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⑤ [참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람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서비스의 기획, 실행, 평가 과정에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3. 건강권 보장을 위해 헌법상 여타 기본권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차별금지, 노동3권, 인간다운 생활권, 환경권, 주거권 등의 강화가 중요하다.

2017년 11월 28일 건강권 시민 증언대회 참가자 일동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국민주도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 빠띠,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카드뉴스]헌법 개정과 건강권 ;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할 권리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입니다.



태그:#건강, #개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할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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