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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지난 11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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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독점하는 정치구도 바꿔야

제왕적 대통령과 70년 동안 이름만 바뀐 2개의 거대정당 그리고 다수결주의가 한국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유지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권교체가 돼도 적폐 세력이 줄을 갈아타면서 잔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는 권력독점이 더 심각하다. 국회의원은 물론 단체장,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같은 경우가 많고,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은 하나의 정치세력이 수십 년이나 독점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학계에서 지방분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분권화는 합의주의, 연방제, 연합정치와 이란성 쌍둥이다. 그런데 분권화를 논하면서 행정·재정의 분권을 넘어선 정치분권, 즉 승자독식의 다수결방식 정치제도와 양당의 권력독점을 극복하는 제도개혁에는 소극적이다. 결국 권력의 이동은 발생하지만 양당중심의 독점적 정치구도는 크게 바뀔 수 없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기 쉽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투표일 하루만 적용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촛불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치가 생활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온·오프라인에 마련하고, 다양한 신생 정치세력의 등장이 충분히 보장되며, 국민들의 투표가 사표로 전락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신생 정치세력의 등장을 막는 정당법

* 법제처에 등록된 제·개정된 정당법 자료들을 참고하여 창당요건과 등록취소의 주요 내용 정리.
▲ 정당법의 창당요건과 등록취소 변화 * 법제처에 등록된 제·개정된 정당법 자료들을 참고하여 창당요건과 등록취소의 주요 내용 정리.
ⓒ 최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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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당법의 창당 기준과 등록취소 조항에서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2004년부터 창당 요건이 강화됐따. 1980년 이후 창당을 위한 최소 당원 수가 900명(1/10 지역구*30명)에서 2000명(1/4 지역구*30명) 수준이었는데, 2004년부터 최소 당원 수가 5000명(5개 시도당*1000명)으로 급증했다. 게다가 2010년부터 발기인 기준이 중앙당 20명, 시도당 10명에서 200명, 100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두 번째로 정당법의 핵심적인 독소조항인 등록취소 항목이 1980년에 추가 신설됐다. 이로 인해 신생 정당이 원내진입 실패와 적은 득표(2% 미만)로 인해 등록 취소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래서 해당 정당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다행히 2012년에 위헌으로 판결돼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중심의 사고, 중앙 정치 중심의 관점이 반영됐다. 3조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 광역시, 도에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은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위계적 방향, 즉 하향식으로 당 건설이 이뤄진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2004년 개정내용인 '지구당 폐지'는 지역정치로부터 권한을 박탈한 것이다. 지구당 폐지의 명분인 '지역정치 사유화와 부정부패'에 대해서 국회의원이나 중앙정치에서 책임지지 않고 지구당 폐지라는 방식으로 꼬리자르기를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구당이 폐지돼도 공천을 받기 위한 줄서기 정치는 여전하다.

이처럼 현재 정당법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전국적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정치세력이어야 한다. 정당법이 신생 정당의 등장을 제약하면서 독점적 정치구도를 유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당법 개정으로 창당 요건 완화와 지역정당 보장

그렇다면 정당법이 어떻게 개정돼야 할 것인가. 우선 정당법이 창당과 등록 취소를 과도하게 규정하고 있는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인 정치사상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고, 정당의 존립은 법이 아니라 국민들이 투표로 판단하면 된다.

즉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정치세력에 편입되지 않고서도 사회적 발언을 하고자 하는 청년과 여성들이 신생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부담된다면 2004년 이전 수준이라도 돼야 할 것이다. 창당 조건이 완화되면 자격미달 정당이 난립하고 지역토호들이 당을 만들면서 고질적 지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형국이다.

다음으로 정당법상의 정당에 지역정당도 포함시켜야 한다. 정당정치도 분권화시대에 맞는 정치분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화돼야 한다. 예를 들면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지역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모여서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지역정당의 설립 요건 등은 지방정부의 조례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과도기적으로 정당법상에 최소한의 규정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이와 함께 중앙당을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하면 과도한 서울중심주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역정당으로 인해 전국선거에 후보 난립 등이 우려된다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 등의 전국단위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당에 대한 창당 요건을 별도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된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 등에도 유사한 사례가 많이 있다.

비례대표 확대와 다수 선거구제, 의의와 한계

다수결주의에 의한 승자독식을 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로써 비례대표제도와 다수 선거구제가 있다. 한국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와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기초의원은 다수 선거구제다. 이를 통해서 표와 의석수의 비례성을 어느 정도 높아졌고, 소수정당이 원내 진입하는 효과가 생겼다.

그래도 아직까지 경상도와 전라도 등에서는 60%도 되지 않는 지지율로 90%의 의석을 점유하는 경우가 많다.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고, 국회의원이나 광역의원까지 다수 선거구제를 확산하는 것이 고려돼야 하겠다.

지난 11월 29일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광주 서구을)은 지방의회 비례대표 비율 30%로 확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기초의원 정수를 3~5인으로 조정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정치개혁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소한 표의 비례성이 커지고, 기초 차원의 새로운 정치인들이 등용하기도 한결 용이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양당 중심의 정당구도에서는 비례성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거대 정당에서 지역정치까지 모두 독점하는 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례대표 비율 상향 및 지방의원 정수 확대를 추진하면서 지역정당 법제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지역정당으로 독점적 정치구도 해체... 연합정치 구현

독점적 정치구도를 극복하는 것은 진보정치의 크나큰 과제다. 그런데 진보정치의 의제(복지와 노동 등)와 조직(청년과 노동자 등)이 민주당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동력을 형성할 수 있을까? 분권화시대 그 해결의 출발점으로 지역을 주목하고자 한다.

여의도를 잠시 비워두는 것이 어떨까? 가슴 아프게도 현재 여의도에서 진보정치가 개입할 여지가 너무 없다. 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군이 대장정을 했던 심정으로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자. 지역정치에서 독점적 정치구도를 해체하고, 그 기운으로 여의도 정치의 독점구조까지 해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은 모두 전국정당이다'는 고정관념에서 탈출하자. 지역정당의 정신은 독점에 대한 해체이고, 지역정당은 차이를 인정한 연대와 연합을 추구한다. 그러니 하나의 지역에 여러 개의 지역정당도 가능하다.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이 병존하면 된다. 다른 지역의 지역정당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지역정당과 전국정당의 연합정치는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점의 해체와 분권화가 시대의 흐름이 되면서 정당의 형태도 바뀔 것이다. 다가올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자.


태그:#지역정당, #정당법, #진보정치, #비례대표,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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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박사(지방자치전공)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 통일경제포럼 운영위원장 지방소멸연구소(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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