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나인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포스터 ⓒ JTBC


"저 참가자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참 필요한 부분이죠?" (<믹스나인> 3회, 양현석)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을 아는 건 가수 지망생에게만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양현석 본인과 YG엔터테인먼트는 그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 YG가 제작하는 JTBC <믹스나인>의 시청률이 0%대로 추락했다. 지난 26일 방송한 5회 시청률이 0.958%(닐슨코리아)에 머물며 '사랑받지 못함'을 확인했다.

<믹스나인>은 YG 소속 한동철 PD가 연출을 이끌고, YG 양현석 대표가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출연하는 JTBC의 신인 아이돌 발굴 프로그램이다. Mnet에서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등을 기획한 한동철 PD를 YG가 영입한 후 선보이는 방송이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렇듯 대형 연예기획사가 방송국의 스타PD, 작가 등을 영입하여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패러다임의 중심에 YG가 섰지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건 왜일까.

YG를 위한 프로그램?

 최근 방영되고 있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JTBC <믹스나인>의 한 장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화제와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경연 참가자 연습생들이 아니라 양현석 프로듀서다.

▲ 믹스나인 JTBC <믹스나인>에 출연 중인 YG 양현석 대표 ⓒ JTBC


<믹스나인>을 보고 있으면 이 프로그램이 YG제작 프로그램이란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것이 문제다. 너무 크게 YG가 드러난다는 것. YG 대표 양현석이 주인공이고 YG 소속가수 태양과 승리, CL, 자이언티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소속사 연습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주체가 YG다.

<믹스나인>은 YG팬에게는 반가울지 몰라도 일반 대중이 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닌 듯하다. 특정한 회사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내세운 의도가 시청자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노골적인 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YG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만족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믹스나인> 관련 온라인 기사들에는 "대표가 아닌 소속 가수를 보고 싶다", "소속 가수들을 예능에 더 많이 나오게 해달라" 는 YG팬들의 댓글들이 눈이 띈다.

무엇보다 <믹스나인>이 'YG 프로그램'이란 인상을 가장 많이 풍기는 대목은 양현석 대표가 전국의 기획사를 직접 찾아가 스타를 발굴한다는 설정이다. 이는 YG가 오디션 참여 기획사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전제한다. 중소기획사 대표와 연습생들은 YG 대표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고 이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시청자의 토로가 이어졌다. YG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이고 실력파 가수들이 소속된 회사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입지를 '전면에' 부각시킨 설정은 아쉽다.

양현석의 '갑질' 논란

두 번째 방송에서 양현석이 한 막말은 시청자를 등돌리게 한 또다른 계기였다. 그룹 코코소리의 멤버 김소리의 오디션을 보면서 양현석은 그에게 "아이돌 하기엔 많은 나이다. 은퇴할 나이 아니냐. 이 나이 동안 뭐했냐"고 묻는가하면 "코코소리? 1집 내고 망했지 않나. 되는 것은 없는데 하는 것만 많네"라고 말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양현석의 무례함이 보기 불편했고 갑질로 보였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런가하면 한 기획사를 방문해서는 망사 스타킹을 신고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춤추는 연습생을 보며 "왜 우리 애들(YG소속 가수들)은 나한테 이런 거 안 해주지?"라는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양현석은 오디션 규칙을 임의로 바꾸기도 했다. 연습생들의 무대를 다 보고 난 뒤 "다른 오디션 방송 출신 연습생은 배제하겠다"는 새로운 룰을 갑자기 제시해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사전 공지가 없었던 즉흥적 룰이었다. 이 때문에 <슈퍼스타K> 에 출연했던 손예림, <프로듀스 101> 출신 박소연이 탈락했다. 하지만 양현석 본인이 출연했던 < K팝스타> 출신 이수민은 합격시키며 앞뒤 안 맞는 심사를 이어갔다.

연습생이 돋보였으면

믹스나인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 신류진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참가자 신류진 ⓒ JTBC


믹스나인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 김병관 JTBC 스타발굴 프로그램 <믹스나인> 참가자 김병관 ⓒ JTBC


<믹스나인>과 달리 Mnet <슈퍼스타K>나 <프로듀스101>, SBS < K팝스타> 등은 (논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조명하며 스토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무대 위 모습뿐 아니라 무대 아래의 모습을 중요하게 전달함으로써 참가자의 인간적 면모를 어필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특정 참가자를 응원하게 되는데, 응원하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건 리모컨을 들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다.

하지만 <믹스나인>은 연습생 한 명 한 명의 인간적 매력이 깊게 전달되지 않는다. 방송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너무 많은 연습생을 담아내려 한다. 또 양현석 대표의 분량이 많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신류진, 우진영, 김병관, 이지은 등 몇몇 연습생들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방송연예 전반의 이슈가 될 정도는 아니다.

밋밋한 편집, 식상한 규칙

시청률 부진의 원인은 특색 없는 편집에도 있다. 수십 개의 중소기획사 연습생들의 오디션이 나열식으로 그려진다. 또한 팀이 나눠진 과정, 참가자들의 연습 과정 등이 친절하게 담기지 않고 많은 부분 생략되어서 따라갈 만한 스토리가 형성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규칙도 참신하지 않다. 데뷔조 버스에 앉아 있는 연습생을 새로운 연습생이 들어와서 '너 나가' 하는 식으로 자리를 빼앗는 건 이미 많이 본 식상한 룰이다. 남자 여자 성별로 팀을 나눠 대결하는 구도 또한 단순한 프레임에 갇힌 듯 답답한 인상을 준다.

그러니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슈퍼스타K>나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등이 겹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다른 기획사를 직접 방문해서 오디션을 본다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이후 데뷔조가 훈련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고 경쟁하는 과정은 앞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을 준다.

기획의도의 진정성

믹스나인 <믹스나인> 소개글

<믹스나인> 소개글 ⓒ JTBC <믹스나인> 홈페이지


예능이든 드라마든 모든 프로그램은 '기획의도'를 밝힌다. <믹스나인>도 홈페이지를 통해 "단편적인 서바이벌 쇼를 넘어서 스타 지망생들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통해 2017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프로그램 소개글을 남겼다. 하지만 막상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결핍돼 있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믹스나인>을 통해 들여다 볼 수는 없다.

YG 가수들이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YG가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초심으로 돌아가듯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지켜나가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믹스나인 양현석 신류진 시청률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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