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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 경과가 현재 정기회기 중인 제72차 유엔 총회(9월 12일부터 12월 중순까지)에 정식 보고서로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결의·설치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9월 18일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납치와 이산가족' 항목에 이들 종업원들과 권OO·김련희씨의 사례를 포함시켰다.

지난 2016년 4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입국한 이래로 해당 사건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조사가 공식 문서로 나온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이다.

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0월 26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해당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 북한의 구금시설, 정보 통제, 뇌물과 상납이 북한 인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며 류경식당 기획 탈북 의혹과 권씨와 김씨의 북한 송환 요구에 대한 조사 경과도 함께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에 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 내용 담겨  
 
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지난 2016년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지난 2016년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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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입수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여성들과 북한 가족의 안녕이 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앞으로 이 문제를 남북 양쪽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에선 이들 중 일부가 자발적으로 입국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확보했다고 돼 있어 앞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보고관(킨타나 본인을 지칭)은 이 여성들이 (북한 정권의 주장처럼) 구금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종업원들의 상황을 계속 모니터했다"고 한다. 

이어 "특별보고관은 중국 출국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서로 상반된 설명을 확보했다"면서 "그중엔 종업원 중 일부는 집단 탈출에 대해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음을 가리키는 진술이 있다(He received conflicting accounts about the circumstances of their departure from China, with some indicating that some members may not have fully consented to a mass escape)"고 덧붙였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이들의 집단 탈출과 한국행이 완전히 자의로 이뤄졌다는 설명보다 그렇지 않다는 설명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 당국의 발표와는 정반대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같은 식당에서 근무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종업원 7명이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해 남성 지배인 허아무개씨가 "조장에게만 탈출하는 날 오전에 한국에 간다고 말했다"며 "나머지 사람들에겐 말레이시아로 가게를 옮긴다고 속였다"고 발언한 바 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 7월 17~21일까지 4박5일간 서울을 방문해 탈북민 등을 만나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진술 및 자료 등을 수집하면서 류경식당 '기획 탈북' 의혹 및 북한 송환을 요구하는 탈북민 권OO·김련희씨 사건을 함께 조사했다. 그는 여성들의 입국과정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고, 특히 권씨를 직접 만났다.

또 보고서에선 "본 사건은 양 정부의 추가 고려가 요구된다"며 "여성과 그 가족들의 안녕이 우선적으로 취급돼야 한다(the welfare of those women and their families should be treated as the priority)"고 촉구하고 있다. 종업원들과 그 가족의 의사 및 요구가 가장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특별보고관은 여성과 그 가족의 장·단기 보호 필요성과 접촉 회복의 가능성을 정당하게 고려하도록 남북 양쪽 당국과 계속 협력하겠다(The Special Rapporteur will continue to work with the authorities in the two Koreas to ensure that the short and longer-term protection needs of those women and their families, as well as the possibility of restoring contact, are duly considered)"고 피력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서울 일정 중 만났던 탈북민 권OO씨와 그의 권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은 개인이 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과 공식 접촉하는 것을 막지만, 이동의 자유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고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긴급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제한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특별보고관은 사익에 따라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서 그들의 복지와 가족생활 권리를 한국정부가 다른 고려사항보다 우선시하도록 촉구한다(He calls upon the Republic of Korea to consider cases of persons who wish to return to the Democratic People 's Republic of Korea on their individual merit, placing the person's well-being and right to family life above other considerations)"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것은 권씨와 김씨를 포함해 앞서 언급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게도 해당되는 권고일 수 있다. 이들의 송환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인정된다면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엔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장기간 억류 중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해 한국 국적자 6명이 있어 일각에선 이들과 '맞교환'을 추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업원들이 입국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을 이끈 남성 지배인 허모씨가 지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접촉한 것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이들을 만난 단체는 유엔인권서울사무소가 유일하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8월 18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에서 이들을 만났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사무소 측에 연락해, 종업원들을 면담했을 당시의 상황을 질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서울사무소 측은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현재 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과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조사 중"이라며 "이외에 공유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정보나 종업원들의 신변에 관한 정보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정치 협상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의견을 가지고 삶에 대한 결정을 할 자유를 가진 개인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올해 연말에도 서울 방문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2016년 5월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앞에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리은경 외 11명 긴급접견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2016년 5월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앞에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리은경 외 11명 긴급접견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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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민변은 유엔 '법관과 변호사의 독립을 위한 특별보고관'과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 긴급 청원을 포함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북한도 해당 사건을 유인 납치를 넘어 '강제실종(정부가 직접 또는 묵인하에서 개인을 체포해 구금하는 행위로, 정부가 실종된 개인의 행방이나 생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거나 자유의 박탈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유엔에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들과 그 가족을 직접 만나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 문제를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맡겨 조사토록 했고, 킨타나 보고관은 복수의 외신에 올 연말에도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적은 탈북민을 만나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전해 듣는 것이겠지만, 마찬가지로 북한 식당 기획 탈북 의혹과 북한 송환 요구자 문제도 조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엔에 정식으로 설치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의해 조사가 진행, 총회에 정식 보고서가 제출됐고, 북한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유엔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면서 만약 '납치'로 조사 결과가 나타난다면, 국제적인 비난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 이전에 여성들의 한국행과 상관이 없는 현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여성들에게 의사를 묻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12월 중으로 활동이 종료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측은 해당 사건을 적폐청산 15대 과제에 선정하지 않았다. 과제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개혁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해당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내부에서 논의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조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하지 못했다.

일설에 의하면 개혁위원 중 일부가 해당 사안이 인권의 문제이므로 채택해야 한다고 했으나 국정원 윗선에서 강력하고 간곡하게 요청하면서 조사대상에서 빠지게 됐다고 한다. 애초에 15개 조사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따로 조사를 하기도 어렵다.

해당 기간엔 명칭 변경에 따른 조직문화 개선 등의 후속작업, 야당이 제기한 김대중·노무현정부 9개 의혹 사건, 시민들이 제보한 크고 작은 사건을 처리하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이 조만간 그간 민변의 종업원 면담 요청에 어떤 식으로든 답변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준 변호사(민변 통일위원장)는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북의 부모로부터 위임받은 변호사들로서 일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사건이므로 현 정부는 부담을 갖지 말고 해결을 해달라고 계속 주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은 그간 국정원을 상대로 접견 신청, 서신 전달,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위법한 구금을 긴급히 해제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 접견 거부 취소 소송 등의 활동을 했으나 모두 거부되거나 기각됐다. 그외 대한적십자사와 접촉해 인도적 해결을 촉구해왔고,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그간 국정원이 이들의 입국에 개입한 것은 지배인 허씨의 언론 노출과 민변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 국정원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국정원 측의 전향적 변화로 면담이 이뤄져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진우 NCCK 인권센터 전 소장(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은 "남북간에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인도적 문제인데 남북간의 긴 미래에 절대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털고 가야 하고, 가고 싶어 하면 돌려보내야 한다, 미전향 장기수, 어부들의 예에서 보듯 얼마든지 송환이 가능하다"며 "우리 잘못으로 넘어왔으면 남한사회는 극단적 세력이 그런 일을 해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을 역사의 전통으로 세워놓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류경식당, #북한 해외 식당,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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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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