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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표지.
 <타이탄의 도구들> 표지.
ⓒ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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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페리스는 탈모 방지를 제외하면 시작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업무 위탁을 통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통해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는 <타이탄의 도구들>의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그가 더 훌륭한 책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이 책은 어느 작가에게라도 최고의 작품이 될 만한 책이다.

저자는 성공, 지혜, 건강을 쟁취한 사람들을 타이탄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타이탄들의 성공비결이 원대한 목표와 자잘한 생활습관,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이라고 본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은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야 한다. 그리고 매일 습관으로 굳어진 수많은 잔걸음이 합쳐져 결국 원대한 목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미라클 모닝>에서 배운 아침 의식의 각 단계에 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려고 다른 저자들의 책을 읽고 있다. 마침 타이탄들의 생활습관 중 하나가 바로 아침 일기를 쓰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성취한 거인들은 어떤 아침일기를 쓰는지 살펴보자.

저자에 따르면 아침에 일기를 쓰는 이유는 첫째, 아직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할 때 긍정적인 기분을 글로 남기기 위한 것이고, 둘째, 나중으로 미루면 빼먹을 위험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팀 페리스는 아침에 5분, 밤에 5분을 할애해서 하루에 두 번 일기를 쓰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 하루 두 번은 벅차다. 작은 습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저녁때 탈진해서 집에 돌아와 저녁 일기를 쓰는 것은 칸트나 할 만한 일이다.

무엇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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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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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페리스의 아침 5분 일기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해 각각 세 개의 답을 적는 것이다.

1. 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것들
2.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
3. 오늘의 다짐


그런데 사실 나는 저것도 과하다고 생각한다. 세 개의 질문에 세 개씩 답을 적으라니, 1교시 작문 시간도 아닌데 너무 과한 요구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항목, 즉 내가 감사할 대상에 집중해서 아침 일기를 쓰라고 권유하고 싶다. 무엇에 감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팀 페리스의 힌트가 큰 도움이 된다. 감사의 대상으로는 크게 네 가지 범주를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1.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거나, 내가 매우 높이 평가하는 오랜 지인들.
2. 오늘 내게 주어진 기회.
3. 어제 있었던 근사한 일.
4. 가까이에 있거나 눈에 보이는 단순한 것들. (37쪽)


당연한 이야기지만, 1번 범주에는 가족이 포함된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대상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감사에 더하여, 가끔은 세상의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토니 로빈스가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네 번째 범주에는 정말 감사할 대상이 많다.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상으로 눈을 돌려보라. 창밖으로 흘러가는 양털 구름, 감싸 쥔 찻잔, 사각사각 쓰고 있는 펜, 잔잔한 음악 소리... 무엇이든 문득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면 다 괜찮다. (37쪽)

알랭 드 보통 역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라고 말한다. 아침 시간만큼 감사의 말을 적는 데 좋은 시간이 있을까.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좋은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164쪽)

아침 일기의 효과

아침 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제1장 13번 글에서 다시 한 번 아침 일기를 이야기한다. 아침 일기를 쓰는 이유는 첫째,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망할 놈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원숭이처럼 날뛰는 내 정신을 종이 위에 붙들어놓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침 일기는 생산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차분히 내려놓기 위한 것이다. 시간 관리 컨설턴트로 유명한 데이비드 앨런도, 기억할 것을 머릿속에 붙들고 있지 말고 어딘가에 기록하라고 조언한다. 머리는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쓰라는 것이다. 로즈마리 올리보도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에서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제2장 18번 글에도 일기 쓰기는 다시 한 번 나타난다. 예술가 마이크 버비글리아의 말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있다. 일기를 쓰라는 것이다." 마이크가 강조하는 것은 일기보다는 쓰는 행위 자체에 가깝다. 그는 모든 것을 기록해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일기야말로 쓰기를 습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 아닌가. 더구나 그의 조언대로, '나만의 호흡으로' 쓰는 것에 가장 적합한 형식이 바로 일기다.

이제 경험자로서 나의 이야기를 하겠다. 여러 차례 일기 쓰는 습관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나는, 블로그 일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것도 한 번에 딱 세 줄만. 그런데 그것도 실패했다. 시간을 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패착이지만, 컴퓨터를 켜야 가능한 블로그 일기는 단점이 많다. 결국, 일기를 제대로 쓰게 된 것은 핼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을 만나고 나서의 일이다.

앱스토어에 가보면 정말 많은 수의 일기 앱이 있다. 어느 것이나 대동소이하므로 아무것이나 골라도 된다. 단, 매일 쓰는 것을 체크해서 보여주는 달력 형식이 좋겠고, 일기를 날려버릴 수 있으므로 백업 기능이 있으면 더 좋겠다. 휴대폰으로 일기를 쓰려면 아무래도 타이프가 생각의 속도를 한참 못 따라가니까, '모아키'를 사용해 보라는 조언도 덧붙이고 싶다.

나는 대개 아침 의식을 모두 마치고 여섯 번째 루틴으로 아침 일기를 쓴다. 대개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테이블에 앉아서 쓴다. 그 내용은 역시 감사 일기다. 생각나는 대로, 감사할 일들에 대해서 쓰는데, 주로 가족들 이야기, 어제 있었던 감사할 일, 그리고 아침 햇살이나 서늘한 아침 공기에 감사하는 편이다.

팀 페리스의 말대로, 감사일기는 창작 활동도 아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도 아니다.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아침을 긍정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아침 일기를 쓴다. 그러는 와중에서 부가적인 혜택을 얻기도 한다. 아침 일기를 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해 쓰기도 한다. 쓰는 활동을 잘 하지 않다가 일기를 쓰게 되니 맞춤법 실력도 늘고 있다.

인간은 '쓰기'를 고안해 낸 후 과학과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선대에 깨우쳤던 지혜를 후대 사람들이 다시금 처음부터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스타게이트>의 세계에서 지배자인 신(神) '라(Ra)'는 쓰기를 금지하여 인간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쓰기의 힘은 강하다. 아침에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은 머릿속의 혼란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내며, 평온한 아침을 습관으로 정착시킨다.


타이탄의 도구들 (예스24 리커버 특별판)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 외 옮김, 토네이도(2017)


태그:#52권 자기 혁명,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아침 일기,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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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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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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