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설 <아담의 눈물> 책 표지.
 소설 <아담의 눈물> 책 표지.
ⓒ 한솜 미디어

관련사진보기


<아담의 눈물>(이동환 저)은, 작가의 자서전 같은 가정 소설이다. 허구를 전제로 한 소설 형식만 빌렸을 뿐 사실은 그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이 사실은, 책장을 한두 장만 넘겨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삶 전체를 기록해 놓은 것은 아니다. 작가 자신과 아내와의 결혼 생활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담의 눈물>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수 김건모가 부른 '미안해요'란 곡을 듣는다면 감정이 더 북받쳐 오를 만한 글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오만한 사랑>이다. 작가 이동환이 짬 날 때마다 자신의 블로그에 <오만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단행본으로 엮어 <아담의 눈물>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책 마지막 장을 넘기고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그의 사랑이 어째서 오만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중간 정도만 읽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오만한 사랑에 대한 회한과 미안함이 책 전체에 골고루 깔렸다.

이 글은 작가 이동환의 자서전이면서, 동시에 현실의 아내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다. 지천명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에 그는 어째서 아내에게 연애편지를 쓴 것일까. 그 이유는 머리글에 잘 나타나 있다.

"친구 사귀기에 흥감해 빚보증도 모자라 저지르는 사업마다 실패 더하기 술값깨나 날렸다. 지천명을 훌쩍 넘겨 눈곱만큼 철든 후에야 죽는 순간까지 변함없이 지켜 줄 진정한 친구는 오직 한 명, 아내뿐임을 뼈마디에 곱새기며 살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먹고살 만하게 됐을 때 아내가 덜컥 위암에 걸렸다…. 아내가 암에 걸린 게 다 내가 고생시킨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지고 쓸개가 녹아들었다. 불온한 상상이 꼭뒤를 함몰시킬 때마다 눈물을 잉크 삼아 이 소설을 썼다." -책 속에서-

책을 열자마자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주인공 방철만과 그의 아내 한지순의 감칠맛 나는 애정 표현이다. 뚝뚝하다 못해 메마른 내 감성으로 읽기엔 벅찬 내용이었다. 집에서 몇 장 읽다가 책을 덮었다. 아무래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빚 다 갚고 대출 없이 우리가 집을 샀어요. 와우! 고마워요. 우리 자영이 아빠 예뻐 죽겠어! 호호호!' 아내가 내 엉덩이를 마구 두드렸다. 그런 아내를 부둥켜 당긴 채 심장 뛰는 소리를 주고받을 만큼 오랫동안 안아줬다." -책 속에서-

집 근처 단골 카페는 한산했다. 투박해 보이는 화목 난로에 예쁨이나 앙증맞음과는 거리가 먼 탁자와 의자! 하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공간이다. 그 무엇보다도 사방 어디도 막힘이 없다는 게 가장 맘에 든다. 고개를 들면 먼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와 눈이 무척 편안하다. 책 속에 빠져들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하늘에서라도 당신 편지를 읽어보고 싶어요"

소설 <아담의 눈물> 배경이 된 안양 동안구 평촌 학원가!
 소설 <아담의 눈물> 배경이 된 안양 동안구 평촌 학원가!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다. 배경은 작가 이동환이 실제로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양 동안구 평촌 학원가다. 철이 안 든 주인공 방철만과 그의 아내 한지순이 주고 받은 편지글로 이루어진, 근래 보기 드문 서간체 소설이다.

방철만은 명문대 출신으로 박사학위를 가진 학원 강사다. 그의 아내 한지순은 그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한 전형적인 현모양처형 여성이다. 이들에게는 명문대 법대에 다니는 딸 자영이 있다. 하지만 자영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하게 법대를 자퇴하고 대학로에서 무명배우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와 척을 진다. 같은 길을 걷는 몽헌과 동거를 하면서 아버지 방철만과 아예 의절하고 만다.

사건은, 아내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지 2년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49재를 지내고 난 다음 날, 실의에 빠져 있는 방철만 눈에 죽은 아내가 보낸 편지가 들어온다. 암과 사투를 벌이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이겨내며,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쓴 편지다.

"제가 왜 뜬금없이 당신한테 편지 쓸 생각 했는지 알아요? 남은 할 말이 많아서? 원망 때문에? 그것만은 아니에요. 당신과 살면서 때로 원망했고 미워도 해 봤지만···, 실은 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예요." -책 속에서-

아내의 편지에 담긴 것은 연애 시절부터, 결혼해 사는 동안 아내가 느꼈던 기쁨과 절망이다. 문장 하나하나 토씨까지 마치 아내가 살아서 직접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아내는 간절하게 답장을 원했지만, 방철만은 쉽게 펜을 들 수가 없다.

"소원이 있다면···, 당신 답장을 받아 보는 거예요. 하늘에서라도 당신 편지 읽어보고 싶어요." -책 속에서-

첫 편지를 읽고 방철만은 회한과 눈물로 속 끓이다 몸져 눕는다. 아내가 죽음을 앞두고도 내게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그걸 왜 진작 몰라 줬는지 생각할수록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닷새나 지나서야 두 번째 편지를 읽을 수 있었고 답장 쓸 용기를 얻는다.

"당신 소원이니까. 하늘에서 당신이 지켜볼 테니까. 내 답장을 읽을 거니까. 평생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이마저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란 물건 사람이 아니니까··· 당신 첫 편지 읽고 연사흘 악몽을 꿨어. 그때 당신 모습 언뜻 봤지만 그건 만난 게 아니었어. 그냥 스쳐 지나간 거지. 제발 한 번만이라도 내 앞에 진실로 나타나 주오. 당신 앞에 무릎 꿇은 채 펑펑 울고 싶어." -책 속에서-

"가족, 특히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면 성공한 삶 아냐"

소설 <아담의 눈물>을 읽은 카페, 안양 예술공원에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 눈이 내렸다.
 소설 <아담의 눈물>을 읽은 카페, 안양 예술공원에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 눈이 내렸다.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소설 <아담의 눈물>을 읽은 카페 내부 전경.
 소설 <아담의 눈물>을 읽은 카페 내부 전경.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소설 <아담의 눈물>은 '에필로그'에서 갈등을 마무리 짓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주인공 방철만이 의절한 딸 자영과 화해하고, 딸과 동거하는 몽헌을 사위로 인정하는 장면이다.

주인공 방철만이 마음의 문을 열고 딸과 적극적으로 화해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죽은 아내가 보낸 편지다. 어떻게, 어떤 글로 고집불통 남편 방철만을 설득했는지 알아 보는 것은 독자들 몫으로 남겨 둔다.

소설 <아담의 눈물>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 함박눈이 내렸다.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 가슴 속 깊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그런데 누구한테 쓰지? 아내한테 쓸까? 얼굴 빨개질 내용 보내 놓고 어떻게 맨정신으로 얼굴을 맞댈까? 자신이 없다.

작가 이동환은, 혹시 이런 이유로 소설 형식을 빌린 게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천성적으로 소설 속에 있는, 낮 뜨거울 정도로 곰살맞은 표현을 무척 잘 하는 사람이다. 4일 오전 아침 댓바람에 느닷없이 한 전화를 그는 반가운 음성으로 받았다.

"저는 지금도 가끔 아내한테 장문의 편지를 씁니다.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에요. 아내가 위암에 걸려 수술받던 날(2013년 11월 13일)도 장문의 문자를 보냈어요. 결혼 20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는데, 수능 바로 뒤라 마지막 입시 논술 직전 대비에 매진해야 할 때라 가 보지를 못했어요. 대신 처제들이 수술실을 지켜 줬지요.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 일이 손에 잡히겠어요. 그 불안하고 초조하고,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을 수술실을 지키는 처제 전화기에 보냈어요."

작가 이동환의 헌신적인 기도와 간호 덕분인지, 그의 아내는 소설 속 여자 주인공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견뎌내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암을 이겨낸 아내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이번 일을 겪으며 가족, 특히 아내를 제대로 지키고 사랑하지 못했다면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독자들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담의 눈물

이동환 지음, 한솜미디어(띠앗)(2017)


태그:#아담의 눈물, #이동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