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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의 역할' 발제하는 이국종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도전 조찬세미나에 초청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창피합니다."

7일 국회를 찾은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첫 마디는 '부끄럽다'였다. 이날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한 자유한국당 포용과 도전 세미나에 참석한 이 센터장은 "아덴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창피하다, 김성찬 의원이 해군 제독으로 책임진 작전이고 목숨 걸고 작전에 임한 장병들이 있는데 (영웅으로 불려)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부끄럽다는 겸양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한국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있는 당사자로 느끼는 창피함이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웬만하면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지만 아덴만 이후 이런 일을 너무 많이 당했다"라며 "내 이름 팔아서 '이국종 꿈 이뤄지다' 신문에 났는데 그 예산으로 산 헬리콥터는 다른 병원에 갔다, 예산을 늘리면 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피눈물이 난다, 가져가는 사람은 따로 있다"라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권역외상센터 예산이 212억 원 증액된 것을 두고도 그는 "나보고 좋겠다고 하는데 이 예산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라며 "이국종의 활약으로 증액됐다고 하는데 민망하다, 7년째 얘기해도 (헬기에서 쓸) 무전기 한 대를 안 주는데 이국종의 꿈이 이뤄지다? 이게 무슨 이국종의 꿈이냐"라고 일갈했다.

이 센터장은 "좋은 뜻으로 예산을 내려보내주면 나같은 말단 노동자에게 와야 하는데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나 다 차단한다"라며 "2012년에 5개 외상센터 선정하는데 우리 병원은 날려버린다,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냐"라고 반문했다.

이 센터장은 "국회에서 도와줘 '응급의료기금'이 만들어졌지만 2009년까지 기금이 중증외상 분야로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다"라며 "기금 예산을 측정할 때는 중증외상을 앞에 세우지만 의료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금쪽같은 기금이 중증외상센터로 넘어오질 않는다"라고 밝혔다.

"212억 외상센터 예산 증액? 7년째 무전기 한 대 안 주는데..."
나경원 인사말 듣는 이국종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도전 조찬세미나에 초청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하기 앞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남소연
그는 본인에게 가해진 각종 '제약'들을 털어놓았다.

"여의도 정치보다 훨씬 정치가 심하다. 병원장, 진료부장으로부터 이국종 필요 없으니 외과 외래 및 입원 진료를 중단해달라는 공문도 내려왔다. 의료계나 공직사회나 내가 부담스러울 거다. 한 고위 공직자는 이국종만 없으면 조용할 텐데, 뭐하러 힘들게 트라우마 센터를 만드냐고 했단다. 만날 밤 새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들다. 이런 게 현실이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아덴만 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다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환부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석 선장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 가운데는 석 선장 몸이 'H'자로 환부가 열린 채 고름이 가득 찬 사진도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을 모독했다는데 분변 오염과 기생충은 굉장히 중요한 수술적 소견이다, (석 선장 사진을 보여주며) 대장이 터져 돌아다니면 이게 똥고름이다, 이렇게 했다고 모독하는 건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북한 귀순 병사의 기생충, 내장 분병 상태를 공개한 이 센터장 등 의료진에 대해 '인격테러'라고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의료계 내에서 석 선장 사진을 공개하지 않으니 '지잡대' 병원의 이국종이 별 것도 아닌 환자 데려다 쇼한다고 뒤에서 욕을 심하게 했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의료계에 가득하다"라고 폭로했다.
이국종 센터장은 의료계의 누군가가 국회 보좌관에게 이 센터장을 음해하는 글을 보냈음을 공개했다. ⓒ 이주연
이어 그는 의료계의 누군가가 국회 보좌관에게 이 센터장을 음해하는 글을 보냈음을 공개했다. 이 센터장이 공개한 글에는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마시라, 전남대 윤택림 원장이 누구의 쇼 때문이었던 간에 국감장에서 봉변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016년 국감에서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2살 남자 아이가 전남대병원과 국립의료원 등 병원 13곳에서는 해당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한 뒤 사망한 사건이 다뤄진 바 있다. 

결국 이 센터장이 강조한 것은 '진정성'이다. 그는 "모든 건 진정성에 달렸다, 외상환자의 80~90%가 노동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전화해서 예약잡고 돌봐달라고 얘기할 만한 '끈'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일본 한 병원에서는 1200번 헬기가 출동하지만 한국은 그 1/3도 뜨지 않는다"라며 "응급실에 날개를 달아서 현장에 날린다는 개념인데, 2010년에 이 얘기를 하니 나를 미친사람 취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분명한 건 우리가 (소방 헬기 타고) 안 나가면 죽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장비가 없어서) 소방 헬기 타고 다니면 사람 끌고 다니면서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욕만 먹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 센터장은 "뭐라 욕하든 나를 파면시킨다는 공문에 윗분이 사인할 때까지 (헬기 타고) 야간 비행을 할 거다, 계속 할 거다"라는 다짐으로 발제를 마쳤다.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소방 헬기를 타고 순직하면 국립묘지 가게 해주면 된다. 소방대원들과 같이 기동하다가 다같이 죽는데, 끝까지 같이 가고 싶다."
태그:#이국종,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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