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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지면
 12월 7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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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중앙일보> '오피니언'에 <[경제 view &] '문꿀오소리'의 창궐이 걱정스러운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의 요지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때문에 반대 의견을 말하려는 사람이 없다'입니다. 과연 그의 주장과 논리가 합당한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①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으로 낙인찍은 기자의 편협함

기자는 '경제정책은 선악의 잣대로 봐선 곤란한 까닭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댓글 등이 너무 이분법적 사고로 강경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기자는 글의 제목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창궐>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 따위가 세차게 일어나 걷잡을 수 없이 퍼짐.


기자는 '문꿀오소리의 창궐'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미리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글을 시작합니다. '경제 정책은 선악의 잣대로 봐서는 곤란하다'라고 말하면서 문재인 지지자를 악이라고 낙인을 찍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자의 글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댓글을 '걱정스럽다'가 아니라 '몰아내자'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② 문꿀오소리의 배경을 이해 못 하는 기자

기자는 토론 전문가를 구하는 데 방송과 언론마다 반대 논리를 펴줄 전문가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유가 "반대 입장이긴 하나 대통령의 공약을 대놓고 반박하기가 부담스럽다"입니다. 전문가들은 왜 대통령의 공약을 반대하지 않을까요? 이명박-박근혜 정권처럼 방송 출연 금지 등의 불이익 때문은 아닐 겁니다.

기자는 그 이유가 '문꿀오소리'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자는 "요즘 인터넷에선 '문꿀오소리'가 창궐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문꿀오소리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문꿀오소리는 라텔(ratel) 혹은 꿀먹이오소리라는 족제비과 동물 이름을 패러디한 집단이다. 꿀먹이오소리는 몸집이 오소리와 비슷한데 겁을 상실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사납다고 한다. 맹독성 독사를 주로 잡아먹는데 뱀에 물려 기절해도 깡으로 다시 깨어나 자기를 문 놈을 끝까지 추적해 요절을 낼 정도로 집요하기까지 하다. '문꿀오소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자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물어뜯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문꿀오소리를 저리 상세히 설명하면서 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공약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댓글을 다는지 그 배경은 설명조차 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하는 등 편파 보도를 일삼았다.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하는 등 편파 보도를 일삼았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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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언론이 왜곡과 편파 보도를 통해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언론의 편파 보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단순한 '댓글'로 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의 왜곡과 편파 보도를 지적하는 '반론'일 수도 있습니다.

③ 피아조차 가리지 않는다? 과거를 숨길 수 없는 시대

기자는 '문꿀오소리는 피아조차 가리지 않는다'라며 안희정 충남지사를 예로 들었습니다. '안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향해 쓴소리했다가 댓글 폭탄이 쏟아졌다'고 하면서도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의 위해서 좋은 정치 하시려고 그랬습니다. 근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이재단, 미르재단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인 대기업들의 많은 좋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루고 싶어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2017년 2월 부산대 즉문즉답 행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언론은 자신들만 정보를 갖고 있고, 그래서 자신들만 누군가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누군가의 발언과 주장이 오류를 갖고 있고, 과거에 어떤 발언을 했는지 다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안 지사의 발언을 '공격했다'가 아니라 '과거부터 당신의 말은 오류가 있다'로 바꿔 보면, 왜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지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④ 근거와 논리가 있는 비판을 해라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 하는 곳도 있지만,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 하는 곳도 있지만,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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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예로 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비판은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근거와 논리가 정당한 비판을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공약은 대선 후보 모두가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경제적 논리로 볼 것인가?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 볼 것인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다양성에 맞춰 제대로 된 논리와 사례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 됩니다.

대운하 및 4대강 사업 관련 언론 보도
 대운하 및 4대강 사업 관련 언론 보도
ⓒ 대한하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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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학자조차 입을 닫게 만드는 '닥치고 따라오라' 식 정책이라면 경인운하, 새만금 간척, 세종시 이전, 4대강 사업 같은 전 정부의 전철을 똑같이 밟게 되지 않을까"라며 글을 끝냅니다.

대한하천학회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59건의 4대강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이 중 29건, 50%에 달하는 기사가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부정적인 보도는 14건으로 23%에 불과했습니다.

학자조차 입을 닫게 만든 것은 댓글이 아니라 언론이었습니다.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댓글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위협을 합니다.

한국이 핵융합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건 20년 전 천신만고 끝에 얻은 원전 기술 덕이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데 핵융합 발전이 이제 꽃을 피우려는 찰라 '탈핵'을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 원전을 짓지 않는 나라에서 원전 기술자는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애써 키워놓은 인력과 기술을 중국에 다 빼앗길 판이다. 수십 년 걸려 쌓은 공든 탑을 3개월 여론몰이로 무너뜨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2017년 7월 20일 [경제 view &] '인공 태양' 핵융합 고지가 보이는데... 정경민)

기자는 과거 기사에서도 '경제' 논리로만 모든 사안을 설명합니다. '탈핵'에 담긴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마치 '돈만 벌면 되잖아. 입 닥쳐'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댓글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댓글 표현을 문제 삼아 '너희들은 전염병을 퍼트리는 못된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문꿀오소리, #언론, #4대강 사업, #편파보도, #왜곡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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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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