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사리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아이슬란드의 신비한 아티스트 비요크(Bjork)가 최근 새 앨범 <유토피아(Utopia)>를 발표했다. 비요크는 "전작 <벌니쿠라(Vulnicura)>가 개인적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새 앨범은 더 큰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아르카(Arca)는 또 한 번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2015년에 발표한 <벌니쿠라>는 그해 발매된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요크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비통함과 혼란, 어둠을 배경으로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톱 트랙 <스톤밀커(Stonemilker)>부터 가슴을 부여잡게 했던 '매혹적인 자서전'이기도 했다.

 2015년 앨범 '벌니쿠라'

2015년 앨범 '벌니쿠라' ⓒ https://bjork.com


<유토피아>는 <벌니쿠라>의 속편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음지에서 양지로 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운드의 변화도 있다. 현악기 중심의 지난 앨범과 달리 플루트와 하프가 주를 이룬다. 필드 레코딩을 도입하기도 했고, 고전적인 멜로디를 변함없이 중시하면서 좀 더 다양한 표현 방식을 고민했다.

비요크는 아르카와 여성 프로듀서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지금은 성차별의 폐해를 더 자각할 수 있어 남성이 주도하는 협업을 지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뜻을 모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시너지를 냈다. 대표적인 예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보컬과 오케스트라, 비트가 조화를 이루며 지난 앨범의 그늘을 걷어낸 톱 트랙 <어리즌 마이 센시즈(Arisen My Senses)>를 손꼽을 수 있다.

 71분을 훌쩍 넘기는 새 앨범 '유토피아'

71분을 훌쩍 넘기는 새 앨범 '유토피아' ⓒ https://bjork.com


<유토피아>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지난 9월 첫 싱글 <더 게이트(The Gate)>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비요크는 <더 게이트>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간다. 일반적인 러브송보다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이 담긴 따뜻하고 사색적인 곡으로 앤드루 토마스 황(Andrew Thomas Huang)이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다.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은 두 번째 싱글 <블리싱 미(Blissing Me)>는 행복한 멜로디와 섬세한 구성으로 황홀감에 휩싸이게 한다. 간결하고 절제된 뮤직비디오는 곡을 더 아름답게 빛낸다. 아름답고 큰 새소리가 함께 녹음된 <유토피아>는 미지의 도시에서 숲을 만난 기분이다. 플루트 앙상블이 돋보이는 신비한 곡이다.

 비요크

비요크 ⓒ https://bjork.com


<벌니쿠라>에 수록된 <블랙 레이크(Black Lake)>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바디 메모리(Body Memory)> 역시 10분에 가까운 대곡으로 청자를 압도한다. <코트십(Courtship)>, <로스(Loss)>, <수 미(Sue Me)>로 이어지는 중반부는 아르카의 팬도 흡족할 만한 결과물이다. 비요크 아트에 깊이를 더한 그는 좀 더 진화된 앨범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 타이틀에 완벽히 부합하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보다 확연하게 세계관을 펼쳐낸다. 

신비한 힘과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세인트(Saint)>를 지나 고요 속으로 침잠하는 <퓨처 포에버(Future Forever)>로 마침표를 찍는 <유토피아>는 위태로우면서도 결연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비요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를 응원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없다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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