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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이 세종보 선착장에서 얼어 죽어가는 조개를 들어 보였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이 세종보 선착장에서 얼어 죽어가는 조개를 들어 보였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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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모래톱이던 곳이 다 사라졌다. 시커먼 펄들이 물 밖으로 드러나고 얼어붙었는데도 악취가 진동한다. 이제는 (환경부 수생태 등급) 4급수 붉은깔따구가 번식하는 죽은 시궁창이 되었다."

세종보를 찾은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의 탄식이다. 14일 최강 추위가 몰려왔다. 노약자 외출자제, 동파방지, 화재예방 등 세종시에 한파주의보를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강추위에도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과 이미경 사무총장 및 40여 명의 스텝이 금강을 찾았다. 워크숍 가는 길에 4대강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4대강 준공 5년 만인 지난 10월 세종보 수문이 열렸다. 내년 6월까지 모니터링을 겸한 수문개방을 하고 있다. 14일 현재 중간 지점의 수문이 눕혀지면서 1.85m 수위가 낮아져 있다. 수력발전소 1번 수문의 아래쪽 보조 수문은 닫아 놓았다. 전도식가동보 유압실린더에 토사 제거를 위한 보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세종보 얼어붙은 펄밭에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득시글하다.
 세종보 얼어붙은 펄밭에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득시글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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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보트는 주차장으로 옮겨놓았다. 작은 고무보트만 매어놓은 선착장은 물속에서 걷어낸 장비들을 쌓아 놓았다. 물 밖으로 드러난 펄밭은 강추위에 얼어붙었다. 작은 웅덩이도 얼음판으로 변했다. 펄 흙은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갈라진 틈으로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였다. 

'강물아 흘러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일행들은 선착장으로 들어갔다. 질퍽거려 접근도 못 하던 펄밭이 꽁꽁 얼어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뽀얀 속살을 내밀고 죽은 조개들이 널브러져 있다. 강추위에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강력했다. 앞장서서 걸어가던 최열 이사장이 손바닥만한 조개를 건져 올렸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을 비롯한 스텝들이 세종보로 이동하고 있다.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을 비롯한 스텝들이 세종보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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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맑아진 적이 없다고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말했다. 결국, 이렇게 막아서 죽어가는 강이 되었다. 얼어 죽어가는 조개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직도 건재하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조개를 살피던 최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 10월 세종보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조개들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펄층이 깊어 구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로 이동했다. 강물은 자갈에 붙은 물이끼들이 흐물흐물 춤을 추고 있다.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진 강변에 둔치를 보호하기 위해 깔아놓은 부직포도 찢겨 나부꼈다. 일행들은 '세종보 해체하라! 강물아 흘러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꺼냈다. 오른손을 하늘 높이 올리며 외쳤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
"세종보 해체하라!"

4대강 세종보 수력발전소 앞에서 환경재단 스텝들이 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세종보 수력발전소 앞에서 환경재단 스텝들이 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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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강변에 굵고 강한 외침이 터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멈췄다. 작업 중이던 인부의 손길도 멈췄다. 작은 모래톱에서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던 새들도 날아올랐다.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최열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세종보) 4m 깊이의 수문을 열어 놓아 2.8m의 얕은 강이 되었다. 이명박 정권 4대강 토목사업으로 맑은 물이 아니라 4급수를 걸러 먹는 안타까운 신세가 되었다. 5년밖에 안 된 수중보를 헐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세종보는 시간당 2~3cm 수준으로 수위를 낮춰 하루에 50cm, 내년 2월 말까지 3.6m(30.5%) 낮은 8.2m 정도 최저수위까지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개방된 보는 내년 영농기에도 유지된다. 정부는 수질, 수생태, 수리·수문·지하수, 구조물, 하상·퇴적물, 지류 하천 등의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세종보 1번 수문에 삼각대로 지지하여 보수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세종보 1번 수문에 삼각대로 지지하여 보수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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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태그:#4대강 사업, #환경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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