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 전에는 많은 전문가와 무수한 매체에서 시즌 판도를 예상해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지없이 빗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모 웹툰의 대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신감 있게 예상하던 모습과는 달리 시즌 전 예상을 복기해 보는 이들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다.

2017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도 역시 각 구단별 최고의 상황(백일몽)과 최악의 상황(악몽)을 예측해 본 바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악몽을 접한 팀들도 있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달콤함을 누린 팀도 있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2017시즌 백일몽과 악몽이 어느 지점에서 적중했고 어디에서 빗나갔는지 팀별로 복기해보며 올해 프로야구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연재 순서는 10위팀부터 역순으로 진행) - 기자 말

[관련기사] 2017 백일몽과 악몽- 두산 편 다시보기

두산 베어스 (시즌 2위 84승 3무 57패/한국시리즈 진출)

 아쉽게도 리그 2위에 머문 두산 베어스(출처: [KBO 야매카툰] 서울'짱' 두산 vs 영남'통' NC, 드래곤볼 패러디 카툰)

아쉽게도 리그 2위에 머문 두산 베어스(출처: [KBO 야매카툰] 서울'짱' 두산 vs 영남'통' NC, 드래곤볼 패러디 카툰)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백일몽 (8개 예상 중 1개 적중)

1.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니퍼트와 보우덴 모두 20승 투수가 된다. (16 시즌 니퍼트 22승, 보우덴 18승)

-> 땡! 지난해 다승왕 니퍼트는 14승을 거뒀지만 보우덴은 어깨 부상 여파로 3승에 그쳤다.

2.  '파이어볼러 트리오' 홍상삼-이용찬-김강률이 제구까지 잡는다. (2016 시즌 속구 평균 구속: 홍상삼 147.4km/h, 이용찬 145.6km/h, 김강률 146.1km/h)

 새로운 마무리로 등극한 김강률

새로운 마무리로 등극한 김강률 ⓒ 두산 베어스


-> 땡 같은 딩동! 파이어볼러 트리오 중 확실히 영점을 잡은 선수는 김강률이 유일했다. 지난해 김강률의 볼넷/9은 5.46이었지만 올 시즌 3.24로 줄었다. 홍상삼과 이용찬은 각각 5.82, 3.39의 볼넷/9를 기록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3. 68만 불 에반스가 외인 타자 중 최고가 된다. (지난해 WAR 3.69, 외국인 타자 2위, 24홈런 81타점 OPS 0.975)

-> 땡! 올 시즌 최고의 외인 타자는 한화 로사리오였다. 그가 기록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은 5.75였다. 에반스의 시즌 WAR은 롯데 번즈(2.87) 보다 낮은 2.32였다.

4. '곰 같은 여우' 양의지가 이만수에 이어 포수 골든글러브 4연패를 달성한다. (이만수 1983~1987 포수 GG, 양의지 2014~2016 포수 GG)

 골든글러브 4연패에 실패한 양의지

골든글러브 4연패에 실패한 양의지 ⓒ 두산 베어스


-> 땡! 올 시즌 타율 0.277 14 홈런을 기록한 양의지는 롯데 강민호(타율 0.285 22 홈런)에 밀려 골든글러브 4연패에 실패했다.

5. 박건우, 오재일, 김재환이 100홈런-300타점을 합작한다. (지난해 박건우 20 홈런 83타점, 오재일 27 홈런 92타점, 김재환 37 홈런 124타점)

-> 땡 같은 딩동! 박건우(20홈런 78타점), 오재일(26홈런 89타점), 김재환(35홈런 115타점)은 올해 팀내 타자 WAR TOP3에 들었지만 100홈런 300타점 합작은 실패했다.

6. 김명신과 박치국이 신인왕 집안싸움을 벌인다.

-> 땡! 김명신은 3승 1패 5홀드 ERA 4.37, 박치국은 1승 1패 ERA 6.75에 그쳤다.

7. 정규 시즌 100승에 도전한다. (2016 시즌 93승 1무 50패)

-> 땡! 올 시즌 두산은 84승 3무 57패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3연패와 정규시즌 100승 도전엔 실패했지만 전반기 중위권에 머물렀던 순위를 후반기 2위까지 끌어올리며 저력을 보였다.

8. 재활을 마친 정재훈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

 정재훈은 결국 한국시리즈 반지를 손에 넣지 못했다 (	[KBO카툰] '굿바이' 정재훈, 투혼으로 남았다 중)

정재훈은 결국 한국시리즈 반지를 손에 넣지 못했다 ( [KBO카툰] '굿바이' 정재훈, 투혼으로 남았다 중)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 땡! 올시즌 복귀에 실패한 정재훈은 결국 지난 11월 8일 은퇴를 선언했다.

악몽(7개 예상 중 3개 적중)

1. 홀수해 징크스 니퍼트가 리오스의 외인 최다승 기록을 넘지 못한다. (리오스 통산 90승, 니퍼트 통산 80승)

-> 땡! 지난 시즌까지 통산 80승을 기록했던 니퍼트는 올해 14승을 기록하며 외인 통산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2. 유희관의 구속이 올라가고 ERA도 올라간다.(유희관 지난해 속구 평균 128.3km/h, ERA 4.41)

 올해도 10승 달성엔 성공한 유희관

올해도 10승 달성엔 성공한 유희관 ⓒ 두산 베어스


-> 딩동댕! 유희관의 구속과 ERA는 모두 소폭 상승했다. 올 시즌 유희관의 속구 평균 구속은 128.9였고, ERA도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4.53이었다.

3. 에반스가 지난해 봄으로 돌아간다. (에반스 작년 3~4월 타율 0.164 1 홈런 5타점)

-> 땡! 지난해 타율 0.308 OPS(출루율+장타율) 0.975를 기록했던 에반스는 올 시즌 타율 0.296 OPS 0.862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재계약엔 실패했지만 지난해 봄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4. 작가 집단이 된 불펜이 주중-주말 드라마를 집필한다. (지난해 두산 구원진 ERA 5.08)

-> 땡! 올 시즌 두산의 구원 ERA는 4.31로 리그 선두였다. 각성한 김강률이 새로운 마무리로 도약했다.

5. '국대 베어스' 8인방이 WBC 후유증에 시달린다. (두산 WBC 대표팀 8인: 장원준, 이현승, 양의지, 김재호, 오재원, 허경민, 민병헌, 박건우)

-> 딩동! 국대 베어스 8인방 중 다수가 시즌 초반 부진했다. 유격수 김재호가 시즌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것이 치명적이었고 양의지와 오재원, 허경민이 각각 3할 미만의 타율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6. 올해도 신인 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 딩동! 신인 김명신이 3승 1패 5홀드 ERA 4.37을 기록하며 희망을 남겼다.

7.  '어차피 우승은...' 시리즈의 또 다른 사례가 된다.

-> 딩동댕! 두산은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도 가능했지만 정규시즌-한국시리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 2017 시즌 결산

2017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압도적인 1강으로 꼽혔다. 시즌 직전 WBC에 참가했던 8명의 선수가 부상 없이 건재했기 때문에 대회 후유증을 우려하면서도 두산의 변함없는 강세를 점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개막 후 1달간 두산은 주춤했다. 12승 1무 13패 승률 0.480으로 7위에 머물렀다. 공수 양면에서 WBC 후유증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이 드러났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0경기 이상 승차가 벌어졌던 선두 KIA를 압박했다. 정규시즌 역전 우승엔 실패했지만 KBO리그 후반기를 지배한 것은 두산이었다.

 창단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한 박건우

창단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한 박건우 ⓒ 두산 베어스


타선에선 박건우가 가장 빛났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두산 베어스 창단 이후 최초로 20-20 클럽 가입자가 되었다. 그 결과 역대 단일 시즌 중견수 타율 1위(0.366)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야수로 도약했다.

거포 오재일은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상승세에 일조했다. 오재일은 후반기 무려 4할(0.393)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하며 OPS1.045를 기록했다. 2년 연속 25 홈런+을 기록했기에 내년에는 30홈런 고지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헌 또한 1번 타자로 활약하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후반기 타율 0.287로 살짝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훌륭하게 두산 타선을 이끌었고 시즌 후 FA 대박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장을 맡았던 김재호와 안방마님 양의지의 부상이 아쉬웠다. 이들의 공백은 공수 양면에서 치명적이었다.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김재호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지난해까지 두산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재호는 WBC 참가 후유증과 계속되는 허리 통증으로 5월(타율 0.377) 이후 하향세를 보였다.  결국 7월 30일 2군으로 내려갔고, 8월 15일 다시 복귀해 맹타를 터뜨렸지만 29일 롯데 박헌도의 파울 타구를 잡아내는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고 포스트시즌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4연패를 노리던 양의지도 전반기 OPS 0.942로 맹활약했지만 손가락 미세 골절을 당한 뒤 최악의 후반기(타율 0.217)를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부상을 안고 뛰었지만 역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에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장원준이 별명처럼 꾸준한 활약으로 14승(8년 연속 10승) 9패 ERA 3.14를 기록했지만 에이스 니퍼트(16시즌 22승 ERA 2.95)가 주춤했고 보우덴(3승 5패 ERA 4.64)은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팀 성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장원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장원준 ⓒ 두산 베어스


함덕주가 안정적인 5선발로 급부상 했고, 유희관(볼넷/9 2.81→1.96)이 더 날카로운 제구력을 보여줬지만 '판타스틱 4'의 위력이 약해진 선발 마운드는 지난해와 같은 강력함을 보이진 못했다.(선발 ERA 16 시즌 4.46 1위→17 시즌 4.38 3위)

오히려 약점으로 평가받던 불펜이 반전을 보였다. 시즌 초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두산의 불펜은 지난 시즌 ERA 5.08(5위)에서 올 시즌 4.31(1위)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더블 스토퍼로 시즌을 시작한 이현승과 이용찬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WBC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 이현승(17 시즌 ERA 3.98)은 결국 5월 중순 이후 마무리 보직에서 밀려났고 이용찬은 22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안정감을 보이진 못했다.(ERA 4.40) 하지만 김강률이 새로운 마무리로 자리잡으며 두산 불펜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중반 이후 영점을 잡은 김강률은 압도적인 마무리로 거듭났다. 그 결과 삼진/볼넷 비율(1.90→2.85)이 크게 개선되었고 후반기에만 10 홀드 7세이브를 수확했다. 후반기 이후 두산의 상승세는 김강률의 공이 컸다.

올 시즌 출발이 불안했던 두산이지만 시즌 중반 이후 맹추격 끝에 9월 24일엔 마침내 KIA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시즌 막판 순위를 뒤집는 데 실패했고 포스트시즌에서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타선도 한국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못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이후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냉정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리드오프 외야수 민병헌을 총액 80억 원에 롯데로 떠나보냈다. 올 시즌 실망스러웠던 보우덴과 에반스를 각각 프랭코프와 파레디스로 대체했고  지난 7년 간 팀 에이스로 활약한 니퍼트와도 결별하고 린드블럼(총액 145만 달러)을 영입했다.

그러나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여전히 건재하다. 올 시즌 리그 정상급 야수로 거듭난 박건우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호시탐탐 주전을 노리고 있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 평균 수준의 활약만 해줘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다.

[관련기사] [야구카툰] 야알못: 외인 다 바꾼 두산, 안 괜찮은 LG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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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김호연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그런데 다스는 누구겁니까?
프로야구 KBO 두산 박건우 김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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