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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고, 가끔은 어떤 사명감으로 버거운 일도 기꺼이 해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출판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책을 펴내기 위해서 이고, 펴내는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경영일 거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왕 출판해 낼 거면 보다 많이 팔릴 만한 책, 많이 팔려서 수익에 도움이 되는 책을 펴내려는 게 출판사들이 추구할 수 있는 당연한 운영방침일 거라 생각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은 어떤 사명감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출판사 또한 때로는 눈앞의 이익쯤 뒤로하고 어떤 사명감으로 책을 펴내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효의 열반경종요>(역주자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펴낸곳 민족사)가 바로 그런 책, 불교서적전문출판사인 '민족사'가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교전문출판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출판한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민족사 학술총서 72 <원효의 열반경종요>

<원효의 열반경종요> / 역주자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 펴낸곳 민족사 / 2017년 11월 30일 / 값 28,000원
 <원효의 열반경종요> / 역주자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 펴낸곳 민족사 / 2017년 11월 30일 / 값 28,000원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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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열반경종요>(역주자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펴낸곳 민족사)은 석가모니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하룻날 하룻밤 동안 유언을 하듯 남긴 가르침을 정리한 <열반경>을 신라를 대표하는 고승 원효가 요점 정리한 <원효의 열반경종요>을 3명의 학자들이 한글로 번역하고 덧대어 풀어 설명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대개의 불경들이 그러하듯 <열반경> 또한 부처님이 설한 범어로 전해지지 않고 중국에서 한자로 번역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번역되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번역자가 처한 문화적 의미나 사회적 가치에 따른 해석이 반영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원효의 열반경종요>는 <열반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자 요약입니다. 신라의 대표적 고승인 원효가 36권에 달하는 방대한 <열반경>, 여러 논사들이 자구 하나를 놓고 이렇게 해석하고 저렇게 풀이한 것을 신라의 눈높이로 다시금 요약한 것입니다.

'열반을 번역할 수 없다는 설명에도 여러 주장이 있지만, 우선 한 뜻을 나타내 보기로 한다. 그 논사의 설명은, '외국어는 다양한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이 땅(唐)의 말로는 치우쳐서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나의 말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글의 증거로는 이 경 덕왕품의 제7공덕문에 "열(涅)은 불(不)을 말하고, 반(槃)은 사라짐(滅)을 말하니, 사라지지 않는다(불멸)는 뜻을 열반이라 한다. 반은 또 전도됨(覆)을 말하니, 전도되지 않는다(不覆)는 뜻을 열반이라 한다.' - <원효의 열반경종요> 79쪽

<열반경> 제대로 새기게 해줄 프리즘

이 책은 특성상 대중적일 수 없습니다. 불자라고 해서 누구나 쉽게 새길 수 있는 내용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논하고, 비교하고, 검증해가며 새겨야 할 연구 결과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에 따른 수익을 우선 셈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민족사에서 이 책을 민족사학술총서 72로 펴내는 것은 <원효의 열반경종요>이 불교적으로 갖고 있는 가치와 역사적 무게감, 민족사가 불교서적 전문출판사로서 갖고 있는 사명감을 발현했기에 낳은 수 있었던 결실이라 생각됩니다.

그냥 보는 햇살은 단색광입니다. 하지만 단색광 햇살을 삼각프리즘을 통해 보면 무지갯빛,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로 선명하게 나뉘어 보입니다. 그동안 읽었던 <열반경>을 단색광으로만 보였던 햇살에 비유할 수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새기게 되는 <열반경>은 삼각프리즘을 통해 햇살을 보는 것만큼이나 <열반경>에 담긴 또 다른 깨달음을 또렷한 색감으로 채색해 줄 것입니다. 

열반은 열반상락아정(涅槃常樂我淨), 열반은 무상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영원한 것이며(常), 진정은 즐겁고(樂), 진정한 나(我)이고, 진정으로 깨끗하다(淨)는 것을 새길 즈음이면 저자들이 이 책을 집필한 의도, 민족사가 이 책을 출판한 진의를 가슴 진득하게 공감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원효의 열반경종요> / 역주자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 펴낸곳 민족사 / 2017년 11월 30일 / 값 28,000원



원효의 열반경종요

은정희.김용환.김원명 지음, 민족사(2017)


태그:#원효의 열반경종요, #은정희, #김용환, #김원명,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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