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17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해 가요계도 다양한 스타, 인기곡의 등장 속에 숨가쁘게 달려왔다. 2017년 음악계를 결산하는 차원에서 여러 주제를 놓고 타 매체 가요 기자들과 간단한 대담을 진행했다. 가요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올해 한국대중음악의 여러 움직임과 특징 등을 정리해봤다(요청에 따라 소속 매체 및 실명 대신 이니셜로 처리).

하나. 올해 가요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방탄소년단은 2017년 음악계를 빛낸 스타 중 하나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방탄소년단은 2017년 음악계를 빛낸 스타 중 하나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풍요 속 빈곤. 올 한 해 음반 및 음원 시장은 이례적 풍년이었다. 방탄소년단은 2001년 지오디 이후 무려 16년 만에 단일음반 140만 장 이상을 팔아치웠다. 음원 스트리밍도 연간 재생수 1억 건 넘는 노래가 10여 곡 이상에 달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역시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로 각각 미국과 일본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이른바 '케이팝(K-POP) 한류'의 부활을 이끌어 냈다.

"이렇듯 업계는 호황인데 정작 국민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는 없었다. 가령 방탄소년단의 'DNA'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과거 '텔미'(원더걸스)나 '거짓말'(지오디)과 비교하면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점점 고립돼 가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헤이즈 같은 신예 음원 강자들도 부각됐지만 음악적으로 신선함을 준 가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A기자)

외화내빈. 겉으론 무척 화려한데 막상 실속은 없어 보이는 형국이다. 물론 발라드 (어쿠스틱 인디 포함)의 음원 시장 강세, 방탄소년단과 엑소 및 워너원 등 아이돌 그룹의 위력이 인상적이었지만 '이것이 올해의 대세다'라고 내세우기엔 모두 2% 부족했다.

다만 방송 프로그램들이 2049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타깃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음악 시장도 유사한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굳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 아닌가. 갈수록 특정 계층에 초점을 맞춘 신작 발매 및 홍보 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때문에 예전 잣대로만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둘. 올해의 눈여겨볼 흐름+현상은?

워너원, 멜론 접수! 워너원이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워너원, 멜론 접수! 워너원이 2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멜론뮤직어워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워너원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오디션 스타의 폭발적인 인기가 인상적이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시장 성공도 빼놓을 수 없다."(A기자)

아이돌 시장의 급격한 성장, 세대 교체가 두드러졌다. 방탄소년단-워너원-엑소-세븐틴-뉴이스트W-갓세븐 등 보이 그룹의 음반 시장 초강세는 예년 대비 가장 절정에 달했다. 확실한 팬덤 확보가 시장을 좌우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트와이스(2015년 데뷔), 레드벨벳(2014년 데뷔)으로 대표되는 신흥 걸그룹의 대약진도 눈여겨볼 만했다. 각각 올 한해에만 3~4장 씩의 음반을 내놓는 강행군으로 확실한 팬덤 구축은 물론 대중성까지 잡을 수 있었다. 반면 지난해 눈부신 활동을 펼친 그룹 여자친구, 마마무, 블랙핑크 등은 작년 대비 약세(여자친구) 또는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마마무, 블랙핑크 모두 1년 1활동에 그침) 숨고르기를 하는 양상을 보였다."(B기자)

기존 선배 그룹들의 상대적 약세도 두드러졌다. 소녀시대-투애니원-원더걸스-씨스타가 저물고 재계약 시점을 맞은 인피니트는 아예 올 한해를 쉬었다. 씨엔블루, B1A4, 빅스, BAP, 틴탑 등 고참급 아이돌 그룹의 활약도 살짝 아쉬웠다. 그나마 그룹 하이라이트, 비투비, 에이핑크, EXID는 나름 자존심을 지켰다.

"(Mnet <프로듀스 101>과 무관한) 신인들의 활약은 예년만 못했다. 워너원이라는 대형 신인그룹이 등장했지만 이는 <프로듀스 101>의 산물이었다. 그룹 JBJ, 정세운, MXM, 용국X시현, 사무엘(이상 시즌2) 청하, 위키미키, 프리스틴(이상 시즌 1) 등을 제외한 신인은 (주목받은 팀을) 손에 꼽기도 어려웠다. 그룹 온앤오프, 드림캐쳐(이상 JTBC <믹스나인>), 데이(KBS 2TV <더 유닛>) 등은 결국 후발 주자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Mnet <쇼미더머니6>출신 우원재, '중고 신인' 멜로망스, 지난해 12월 첫 싱글을 냈던 카드(KARD) 정도가 주목할 만했다."(B기자)

발라드 혹은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 성향 곡들은 초강세를 보였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이 대세를 이뤘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자면 그냥 BGM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닌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대중들의 '찾아 듣는 노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듯한 분위기가 여전했고 방송, SNS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히트곡 탄생 역시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되려 장르의 다양성은 퇴색되었다. 여기에 지난 2월말 이뤄진 음원 순위 개편에 대해 "새로운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는 일각의 지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 쇼미더머니 >로 대표되는 힙합의 기세는 올 들어 살짝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엠넷의 관련 프로그램 흥행 부진, 각종 논란 등은 해결해야할 숙제 중 하나다.

< 쇼미더머니 >로 대표되는 힙합의 기세는 올 들어 살짝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엠넷의 관련 프로그램 흥행 부진, 각종 논란 등은 해결해야할 숙제 중 하나다. ⓒ CJ E&M


힙합 및 관련 프로그램의 기세는 주춤했다. 물론 여전히 힙합은 각종 공연 및 행사 시장의 인기장르지만 올해는 뭔가 최근 3~4년 대비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Mnet <쇼미더머니>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았고 Mnet <고등래퍼>는 유망주 발굴이라는 긍정 측면 대신 출연진의 각종 구설수 등이 이어지면서 힙합 및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 되려 부각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언프리티 랩스타>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막 내린 <슈퍼스타 K> 시리즈처럼 될 수도 있다.

유로 팝의 퇴조, 트로피컬 사운드 반짝 강세, 체인스모커스의 영향력도 커졌다. 전문 작곡/프로듀싱팀의 작법도 변화가 올해 두드러졌다. 여전히 해외 작곡가·작곡팀의 공동 작곡이 대형+중견 기획사의 발표곡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2015년, 2016년 연속 이른바 '유로 팝'(북유럽 팝 느낌을 내는 곡, 레드벨벳 혹은 오마이걸 같은 팀의 상당수 곡들이 좋은 예다-기자 주)의 영향이 강했다면 최근 들어선 살짝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이른바 트로피컬 (혹은 뭄바톤)사운드의 영향을 받은 블랙핑크, 카드, 위너, 청하, 선미 등의 음악이 주목을 받았는데 하반기 들어선 되려 이런 사운드의 유행이 금세 수그러든 느낌이다.

반면 미국의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가 만드는 각종 신스 사운드는 국내 여러 작곡 지망생, 현업 프로듀싱팀들에겐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꼭 EDM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만드는데 있어 이들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셋. 빅3 기획사의 2017년은 어떠했나

 지난 8월 홍콩에서 성황리에 열린 SM타운 콘서트.  이런저런 악재도 있었지만 올해 SM은 업계 1위 다운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8월 홍콩에서 성황리에 열린 SM타운 콘서트. 이런저런 악재도 있었지만 올해 SM은 업계 1위 다운 행보를 이어갔다 ⓒ SM엔터테인먼트


SM은 역시 '넘버 원'다웠다. 엑소는 여전히 강했고 태연(소녀시대), 레드벨벳은 제 몫을 다했다. 슈퍼주니어가 오랜만에 7인조로 돌아왔고, 솔로로서 주목받은 태민도 괜찮았다. 다만 최근 발생한 샤이니 종현의 비극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큰 충격을 안겨줬다. 소녀시대 몇몇 멤버들의 재계약 불발, 일부 그룹 멤버들의 구설수 등 악재도 존재했다.

"2년째 활동 중단 상태에 놓인 f(x), 그리고 차세대 유망주 NCT는 여전히 아쉽다. 물론 10만장 이상 음반 파는 인기그룹이지만 기존 SM 선배 보이그룹들 만큼의 반향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이밖에 내년엔 베트남 등 동남아를 대상으로 한 SM 만의 다양한 기획이 이어질 예정인데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B기자)

"흐림. 엑소와 레드벨벳 등 신작의 대중적 성과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등을 둘러싼 연이은 악재도 안타까웠다."(A기자)

JYP에서는 트와이스, 갓세븐, 수지 등이 맹활약을 펼쳤다. 방송 대신 공연 위주로 활동을 펼치는 데이식스라든지 음원강자 백아연의 음반들도 내용물 만큼은 괜찮았다. 반면 낙준(버나드박)이 오랜만에 싱글을 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백예린, 박지민 등은 공백기다. 지소울-조권-민(미쓰에이) 등은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원더걸스는 간판을 내렸다.

옥택연을 시작으로 2PM 멤버들의 군입대도 진행중이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JYP에도 불고 있는 셈이다. 한편 론칭 준비중인 가칭 '스트레이 키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는 JYP를 눈여겨볼 만할 듯 싶다.

"맑음. 트와이스로 상종가. 갓세븐의 지원, 수지-백아연 등 여성 가수들의 노래도 인상적이었다."(A기자)

YG의 경우, 빅뱅 완전체는 공백기지만 지드래곤, 태양 등 개별 멤버들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위너, 아이콘 등이 활동을 재개했는데 각각 팬덤(위너) 또는 대중성(아이콘)에선 아쉬움을 보였고 자이언티, 산하 레이블 소속인 에픽하이 등이 강세를 보인 반면 기대주 블랙핑크는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달랑 1곡 발표에 머물렀다.

타 회사 대비 고질적인 문제로 제적되는 어중간한 소속 가수 활동이 올해도 이어진 셈이다. JTBC <믹스나인>, <교칙위반 수학여행> 등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도 본격 진출했지만 현재로선 이렇다한 결과물을 못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연이은 소속 음악인들의 마약 사건 구설수다.

"흐림. 위너와 아이콘 등의 아쉬움. 블랙핑크는 빛을 보긴 했지만 길어진 공백기로 인해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은 기대 밖의 내용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A기자)

그밖의 중소 기획사들도 많다. 방탄소년단의 빅히트, 세븐틴-뉴이스트W-프리스틴 등의 플레디스 등은 상당히 선전을 펼쳤다. 반면 FNC, 큐브, 젤리피쉬 등 중견사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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