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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웃으며, 울며, 의문이 가득 담긴 표정,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한 여러 수 천의 얼굴을 가지고 나를 대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상황을 접하고 산다. 그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려내는 작가가 있다. 서울시 종로구 광화랑에서 오는 26일까지 <윤회의 강>을 전시하고 있는 엄순미 작가다.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엄순미 작가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봄날은 간다, 어떤 퍼즐처럼.  엄순미.  110 x 190cm.  종이봉투, 드라이버, 색연필.
 봄날은 간다, 어떤 퍼즐처럼. 엄순미. 110 x 190cm. 종이봉투, 드라이버, 색연필.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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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라는게 불교 용어이기는 하지만 꼭 종교적인 색채를 부여해서는 아니에요. 제가 그림을 그린 용지도 사실 구김이 있다거나 작은 점 등이 있어 파기될 입장에 놓인 청첩장 봉투들이예요.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큰 작업은 힘들었어요. 그때 버려지게 될 청첩장 봉투들이 눈에 들어왔죠. 시간 날때마다 짬짬이 작은 드라이버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했는데 새로운 작업이었죠. 청첩장 봉투의 입장에서 본다면 윤회가 되는 셈인가요?"

(관련기사 : 버려지는 청첩장이 아까워서, 그림을 그렸더니)

짧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재미있었어요.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 직장에서나, 영화를 보다가도 뭔가 마음을 끄는 표정을 만나면 바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데, 첫 느낌과는 다르게 채색을 할 때 표정이나 느낌이 달라지기도해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채색이 끝나면 또 첫느낌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듯 하기도 하고, 같기도 하고."

봄날은.  엄순미.  종이봉투, 드라이버, 색연필.
 봄날은. 엄순미. 종이봉투, 드라이버, 색연필.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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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 작가는 잘 웃는다. 웃음이 많다. 두 아이를 둔 푸근한 이웃집 아줌마를 닮아 있다. 엄작가는 그림마다 사인을 "몽심"이라고 새겨놨는데 딱 어울린다.

"저는 꿈 몽(夢)자를 좋아해요. 꿈 꾸는 삶, 언제나 꿈꾸는 마음으로 살고파서 1회 개인전때 테마를 몽심의 노래로 정했어요. 그때 스승님께서 몽심을 호로 쓰라고도 하셨구요. 누가 뭐래도 몽심(夢心)으로 살려고요."

볼관 세상세 마음심.  엄순미. 100x126cm. 광목, 먹, 아크릴
 볼관 세상세 마음심. 엄순미. 100x126cm. 광목, 먹,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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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작가는 또 웃는다. 본인을 이방인이라고도 이야기 하면서 민족미술인협회에 가입한 계기도 이야기 한다.

"경희궁 미술관에서 전시가 있었는데 작가들의 역사 의식이나 현실참여에 대한 자세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치열한 의식, 토론 등 일상에서 가지지 못했던 표출들을 통해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아직 철 없는 몽심이일뿐이예요."

두 아이를 키워낸 여자의 나이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이며, 적지 않은 경험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 없이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내면의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새파란 풀잎이 달에 떠서 흘러가더라.  엄순미.  345x99cm.  광목, 먹, 아크릴.
 새파란 풀잎이 달에 떠서 흘러가더라. 엄순미. 345x99cm. 광목, 먹, 아크릴.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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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큼의 방황이 있었을 것이고, 경험만큼의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는 웃음의 주름살 밑으로 작품에 대한 고민들을 넘겨 짚어 보면서 작품들을 돌아 본다.

유난히 마음에 담고 싶은 작품 한 점이 눈에 들어 온다. 가지런히 머리를 뒤로 묶은 뒷모습에 파랑새와 붉은 입술과 어깨에 꽃들이 앉아 있다. <다시 또>라는 제목이다. 어쩌면 제나름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하여 첫걸음을 디딜 때 양 어깨 움츠리지 말라고 예쁜 꽃들을 달아주는 엄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다시 또.  엄순미.  37x52 cm.  옥양목,  색실,  아크릴
 다시 또. 엄순미. 37x52 cm. 옥양목, 색실, 아크릴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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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엄순미, #윤회의 강, #몽심, #민족미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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