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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유가족 대표 류건덕씨가 국과수의 현장 감식에 동행해서 확인한 부분들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유가족 대표 류건덕씨가 국과수의 현장 감식에 동행해서 확인한 부분들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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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나온 유가족들의 첫 반응은 "어이없다"였다. 구조 과정에서 인명을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뜻이었다.


23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아래 국과수)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감식에 함께 들어간 제천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저녁 합동분향소가 있는 제천체육관에서 자신들이 본 건물 내부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 20명이 숨진 2층이 깨끗한 상태 ▲황토방은 화재 피해가 거의 없었음 ▲ 스프링클러 흔적 없었음 ▲2층 출입구의 자동문 고장 ▲망자들이 살기 위해 노력한 흔적 등이었다.

유가족들은 2층이 불에 탄 흔적이 없다는 점에 놀랐다. 그들은 "안에 그을음이 내려앉아 있고 벽과 천장 부분은 일반 방 같이 깨끗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작동으로 문제가 됐던 '반자동문' 버튼 옆에 쓰여 있는 "이 부분을 눌러야 열립니다"라는 세로 글귀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반면 희생자가 하나도 없던 3층은 1층 주차장 수준으로 전소한 상태였다.

이들은 특히 2층 중에서도 입구 반대편 쪽의 황토방은 화재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황토방은 소방관 발자국밖에 없었으며, 이곳에 사다리를 대서 창문을 빨리 깼다면 많은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한 유가족은 "황토방 뒤편 대로변에는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소방차가 충분히 들어갈 공간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온탕, 냉탕 쪽에 작은 창문이 있는데, 그곳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소화기 등으로도 깰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류건덕씨도 "유리창 하나만 깼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살았습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23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의 2차 현장 감식을 지켜본 뒤 현장을 나서고 있다..
▲ 유가족 입회하에 제천 화재 참사 현장 감식 진행 23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의 2차 현장 감식을 지켜본 뒤 현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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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부실한 건물 문제도 지적했다. 3층에 있는 사람들은 출입문으로 나갔는데, 2층 여탕 출입구의 반자동문이 열리지 않아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 반자동문에 대해 스포츠센터 회원들은 예전부터 고장이 잦았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스포츠센터 회원들 눈물 "왜 하필 그때 사우나 갔대" )

이들은 2층에는 비상조명이 있었지만 콘센트 연결하는 전선이 없는 것도 있었으며, 스프링클러가 작동된 흔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유가족은 "스프링클러만 작동됐어도 연기가 그렇게 났겠느냐"며 "스프링클러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런 건물을 왜 영업 허가하게 해주냐"고 따졌다.

비상구 역시 선반 위 목욕 바구니가 너무 많고 통로가 좁아 비상구로 인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희생자들이 2층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희생자들이 손바닥으로 문 주변을 긁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게다가 욕실에서 샤워기의 손잡이가 호스에서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사망자가 급한 마음에 호스를 뺀 샤워기로 창문 유리를 두드린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유가족들은 "소방관들과 경찰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그분들 처벌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었으면 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라며 "훌륭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사람 살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왼쪽 안전모) 입회하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과 함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차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 유가족 입회하에 제천 화재 참사 현장 감식 진행 23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왼쪽 안전모) 입회하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과 함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차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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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천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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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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