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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이하 민미협)가 오는 28일까지 무국적 아트스페이스(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서 <3302일, 그러나 우리>전을 개최한다. 3302일은 이명박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었던 날들로, "너희들이 세상을 다 가진 듯했어도 우리는 꺽이지 않고 일어섰다"는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내포한다고 했다. 민족미술인협회는 현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끊임없이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미술인들이 모여 1985년에 결성한 단체이다.

좌 : 민미협 제15대 회장 이종헌 / 우 위 : 송완근.  사유. 직경 90cm.   나무에  옻칠 / 우 아래 : 이종헌.  山高流水.  높이 40cm.  도자기에 옻칠.
 좌 : 민미협 제15대 회장 이종헌 / 우 위 : 송완근. 사유. 직경 90cm. 나무에 옻칠 / 우 아래 : 이종헌. 山高流水. 높이 40cm. 도자기에 옻칠.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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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2일, 그러나 우리> 개막 오픈닝에서 민미협 제15대 회장 이종헌씨는 "1년 전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광장에 섰을 때만 해도 과연 촛불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결국은 탄핵을 이루고 새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만 바뀐 상태로 적폐는 청산되지 않았기에 두 눈 부릅 뜬 시대의 양심이 필요합니다. 이 일은 우리 민족미술인협회 회원들이 같이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며 소회를 밝혔다.

두시영.  '신새벽' - 남한강 아리랑.  110x 41 cm.  캔버스에 아크릴
 두시영. '신새벽' - 남한강 아리랑. 110x 41 cm. 캔버스에 아크릴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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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이경미.  치유를 담다.  53 x 33cm.  캔버스에 아크릴. / 우 : 진창윤.  풍경 너머.  15F.  캔버스에 아크릴.
 좌 : 이경미. 치유를 담다. 53 x 33cm. 캔버스에 아크릴. / 우 : 진창윤. 풍경 너머. 15F. 캔버스에 아크릴.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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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모두가 어려웠듯이 민미협 역시 많이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지만, 많은 회원들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어 일자리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작품 발표의 기회나 객관적으로 능력을 평가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새정부에서는 먼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고, 그래야만이 미술인들이 자유롭게 작품 할동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시민 사회가 만들어지겠지요."

이기홍.  중국 소주.  80X30cm.  캔버스에 아크릴
 이기홍. 중국 소주. 80X30cm. 캔버스에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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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김은숙.  숲.  46x46cm.  혼합재료 / 우 : 박향미.  땅콩집. 40x40cm.  r그래픽 디지털 프린트
 좌 : 김은숙. 숲. 46x46cm. 혼합재료 / 우 : 박향미. 땅콩집. 40x40cm. r그래픽 디지털 프린트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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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 회장과 이야기를 해봤다.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테에 대해 어떤 탄압이 있었는지 물었다.

"예술복지재단은 '현장예술인 교육 지원 사업'에 민미협을 비롯하여 한국작가회의, 우리만화연대, 서울연극협회 등이 선정되자 사업 방향을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 지원'으로 바꾸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 정책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닐뿐더러 국가가 예술가의 생계를 쥐고 흔드는 격밖에 되지 않지요. 진짜 중요한 것은 예술가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창작의 내용에 있어 소재나 비판이 그 어떤 것이라도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가능하고, 선택은 감상자의 몫으로 남을 때 진정한 시민사회의 바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재민.  연평도.  37X80 cm.  돌  혼합재료.
 이재민. 연평도. 37X80 cm. 돌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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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란.  봄은 온다. 12F.  아르쉬지에 수채.
 신미란. 봄은 온다. 12F. 아르쉬지에 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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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정세에 대해 민미협은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한 것은 역사를 올바르게 볼 줄 아는 눈을 갖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일들이 그렇게 되도록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역사 인식이나 '이쯤에서, 이 정도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예술을 하는 예술인으로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통해 작업을 하고 싶고, 시민사회를 이루는 한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발언할 것들을 발언해 나갈 것입니다."

강성봉, 김근숙, 김상수, 김수범, 김윤기, 김은숙, 김정환, 김종찬, 길종갑, 두시영, 박신영, 박은태, 박진화, 박태철, 박홍규, 박향미, 박희정, 변대섭, 서수경, 신미란, 신승녀, 신현경, 신희경, 안만옥, 윤은숙, 이기홍, 이경미, 이동주, 이말다, 이오연, 이종헌, 이재민, 임선미, 양상용, 윤은숙, 위종만, 원민규, 장순일, 장인기, 정세학, 전진현, 조정태, 진창윤, 주재환, 천호석, 최연택, 황의선     - <3302일, 그러나 우리>전 참여작가 47인

전시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는 민미협 회원들을 바라 본다. 예전의 독재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냥 우리 이웃의 모습이고,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모습이다. 어쩌면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쥔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이 갑남을녀(甲男乙女), 장삼이사(張三李四)로 표현되는 시민이 아니었을까. 바로 이들, 그리고 우리들.

조정태.  검은 바다.  20호 M3조.  캔버스에 유화
 조정태. 검은 바다. 20호 M3조. 캔버스에 유화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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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양상용.  소나무.  52x92cm.  장지에 수묵 / 우 : 박홍규,  칼노래(검결). 38x95cm. 목판화
 좌 : 양상용. 소나무. 52x92cm. 장지에 수묵 / 우 : 박홍규, 칼노래(검결). 38x95cm. 목판화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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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전시장의 그림들이 참 따뜻하다. 바다도 있고, 꽃도 있고, 나룻배를 탄 풍경과 틈틈이 작업한 수공예 소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좌 : 민미협 회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 우 : 참여연대 노래패 "참 좋다"의 축하 공연
 좌 : 민미협 회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 우 : 참여연대 노래패 "참 좋다"의 축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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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겨 난 이래로 유토피아와 같은 사회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제도와 배려, 존중을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되울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그:#민족미술인협회, #이종헌, #3302일 그러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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