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키이스트


KBS 2TV <마녀의 법정>에서 정려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윤현민은 인터뷰가 끝나고 정려원을 만난다는 기자의 말에 "아마 누나 만나시면 놀라실 거다. 마이듬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라며 "말도 없고 조용하고 차분해 내성적으로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서울 신사동 근처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정려원은 윤현민의 예상과는 달리 무척 활발해 보였다.

윤현민의 말을 전해들은 정려원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 마이듬에 접신을 했나?"라며 웃었다. 그는 "나는 원래 이듬이처럼 논리적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 나에게 없던 부분이 이 친구(마이듬)를 통해 오니 너무 시원하고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이듬처럼 속물적이진 않지만"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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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최고 인기작 중 하나인 <마녀의 법정>을 끝내고 정려원은 "끝나서도 신나고 잘 되서도 신난다"며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이 끝난 학생 같은 느낌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나오지만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성적이 나온다.
"맞다.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시청률)이 오르는 건 아니다. 참 씁쓸한 게 그거다. 그동안 작거나 잘 안 된 작품들도 했기 때문에 크게 (시청률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자될 수 있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스테디셀러처럼."

- 여성·아동 범죄물이다. 소재가 무거워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다. 나조차 드라마 대본 받기 전까지 '성범죄가 참 만연하게 일어나는 범죄인데 그동안 왜 이런 드라마가 없었지? 희한하다' 싶었다. 나올 때가 왔다 싶었고 그 주제에 주저함은 없었는데 내가 잘 해낼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대본은 재밌는데 그걸 해내야 하는 사람은 '나'라는 생각을 하니. (웃음) 여러 번 반문을 했고 미팅도 자신 없는 얼굴을 하고 갔다. 그럼에도 나를 선택하신 데에는 믿음이 컸구나 싶어 그래? 그렇다면 오케이 나도 믿음을 드려야지. 정신 차리고 '이듬화(化)'를 하자고 했다."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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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복귀했다는 인상이 있다. 차기작 선택이 왜 늦어졌나?
"대본이 많이 안 들어왔다. 고를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어느 때보다 시간은 계속 지나가는데 나는 기다리는 입장이고. 이건(드라마 산업은) 점점 빨리 돌아가는 것 같은데 왜 나를 찾는 곳이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드라마에) 들어가도 밤새면서 뒹굴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힘들게 느껴지는 거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가 이게('마녀의 법정') 들어온 거다. (마이듬은) 감정도 겁나 많고 대사도 겁나 많다. (웃음) 이것까지 안 한다고 하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 이건 하자. 무엇보다 대본이 재밌잖아' 싶어 '일단 나는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드라마 현장에 오랜만에 복귀해서 처음에 조금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초반에 흐름을 따라잡기가 너무 어려워 4부 대본을 통으로 외우고 들어갔다. 너무 대본에만 매달려 있으면 안 되고 현장을 느껴야겠다 싶어서. 안 들고 들어가니까 다른 배우들이 감탄을 하더라. (웃음) 그때부터 다른 배우들도 대본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게 너무 보기 좋았다. 그렇게 하니까 초반에 현장에서 느꼈던 긴장감도 없어지고 전투적으로 하니 조금 더 현장을 일찍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대본을 통으로 외울 정도라니 부담감이 심했나 보다.
"방송 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잘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욕심이 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멱살 붙잡고 해내야 하는데 표정도 굳고 NG도 자주 났고. 현장에 있으면 감독님들 분위기가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내가 왜 얘를 연기하겠다고 해서 이런 일을 겪지?' 생각했다. 신을 채 못 끝내고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나는 네가 무섭지 않아'라고 계속 말을 했다."

 <마녀의 법정> 속 마이듬(정려원 분) 검사.

<마녀의 법정> 속 마이듬(정려원 분) 검사. ⓒ KBS


- 카메라 울렁증인 건가?
"카메라 울렁증이 원래 없다. 오랜만의 현장이어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마이듬이라는 역할은 이미 7년차 검사다. 처음 시청자들이 듣는 대사들은 마이듬이 이미 7년 동안 해왔던 대사들이어야 했고 그게 입에 붙으려면 엄청난 연습 시간이 필요한데 연습할 시간이 3주 밖에 없었다. 또 이런 장르물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상처를 입으면 어떡하나 엄청난 중압감도 있었다. 캐릭터의 무게도 있지만 사회적인 무게도 있었다. 대사 한 마디 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더라. 단순히 그냥 걸어가는 신에서도 클로즈업으로 들어가니 얼어버렸다. 내가 15년 동안 연기했는데 너무 민망하지 않나."

"30대 여배우 주연... 지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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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듬 검사는 그만큼 무척 어려운 역할이었다. 소재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적당히 코미디적인 부분도 있었고 복합 장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널뛰기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이듬 캐릭터에 대한 작가님의 가이드라인이 뚜렷했다. 엄마에 대해서는 20년 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로 기억이 멈춘 아이였고, 또 다른 얼굴은 여린 이듬을 계속 상처받게 해서 일할 때 강하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또 장난을 치는 얼굴이 있었고. 작가님께서 그 세 가지 얼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잡아놓으셔서 설정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 신기하게도 캐릭터에 리듬감이 있었다. 외투를 입을 때도 그냥 입는 게 아니라 한 바퀴 돌려서 '착' 입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리듬감이 항상 있었다. 그런 것들이 배어나오는 역할이었다. (웃음)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코미디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실제로 아는 친구들은 내게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시트콤 같은 거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트콤 나도 좋아한다. <안녕 프란체스카> 했을 때도 좋았고 그런 요소가 들어가 드라마 보기 더 편하지 않았나 싶다."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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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듬 검사의 속물지향적인 모습이 본인에게도 있나?
"나는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런 점이 있었다면 소위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시청률 잘 나오는 작품' 같은 걸 골라서 했을 거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더 무게를 두고 고집이 있는 편이다. 해야할 것들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해서 잘 되면 정말 행복하다. 분명 그럴 때 느낌이 다르다. 영혼 없는 역할을 연기하라고 하면 너무 힘들다 현장이."

- 이번 현장은 힘들지 않았나.
"중반부 넘어가고 캐릭터가 잡히니까 몸에 실제로 스케줄이 부딪히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내가 여기서 힘든 티를 내면 '30대 여배우를 주연으로 쓰면 힘들어. 너무 예민하고 별로인 것 같아. 남자를 쓰자'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까봐 얼마 안 되는 여자 타이틀롤 드라마에서 지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 내가 파이팅 넘치게 끌고 가야 '여자가 타이틀롤 맡아도 별로 안 어렵던데?'라는 반응을 들을 것 같았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 시즌2를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까지 생겼다.
"(시즌2에 대해) 저희들은 다 오케이 했다. 작가님만 준비가 되시면 언제든지 할 준비가 돼있다. 그런데 <마녀의 법정> 쓰시는데 3년이 걸리셨다고 한다. 피로도가 엄청났을 것 같다. 한 신도 허투루 넘어간 신이 없어서 정말 힘드셨을 것 같은데."

 KBS 2TV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인근서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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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15년차 배우가 됐다.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생각했던대로 잘 왔다고 보나.
"아침드라마를 처음 하고 '이런 연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어느 정도 드라마를 하고 나선 선배님들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선배가 돼야 겠다' 했다. 같이 작품 했던 선배님들에게 기가 막히는 장점이 있다. 저 사람에게만 주신 것 같은. 김명민 선배님은 현장에서 대사를 하나도 안 틀린다. 스태프들보다 현장에 빨리 와 동선을 확인하신다. 너무 잘하시니까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임창정 선배님이 연기하실 때 웃겨서 난리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것도 배우고 싶고 김여진 선배님 같은 경우는 시사에 대해 밝으시고 관심도 많다 보니 사건의 흐름을 현장에서 잡아주셨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자신도 진화를 해야 하겠지. 연구하고 배워서 사람들과 경험을 쌓고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올해 '재발견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재발견이라는 표현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 죽을 때까지 재발견되는 거다!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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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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