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강규형 KBS 이사를 KBS 새노조가 포착했다.

27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강규형 KBS 이사를 KBS 새노조가 포착했다. ⓒ KBS 새노조


강규형 KBS 이사가 결국 해임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오후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아래 KBS 새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고대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15일 만의 일이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강규형 이사 청문회를 진행하고 오후 5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강 이사의 해임 관련 논의를 했다. 한 시간에 걸쳐 이어진 회의 끝에 이사 한 명이 퇴장하고 남은 이사 4명 전원이 강규형 이사 해임에 찬성했다. 이후 해임안은 인사혁신처로 보내져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회의(2017년 제51차 위원회) 결과를 알리며 "방통위는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강규형 이사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 통지 및 청문을 거쳐 해임을 건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결과가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다리던 KBS 새노조 조합원들에게 공지되자 이들은 모두 환호했다.

방통위가 해임된 강규형 이사의 빈자리를 채울 보궐 이사(여권 추천)를 선임하면, KBS 이사회 구조가 5:6에서 6:5로 달라져 이인호 이사장 불신임안 의결과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이 가능해 진다. 이대로라면 KBS도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처리하고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처리했던 MBC 사태 때와 유사하게 갈 것으로 보인다.

KBS 새노조, 파업 접을까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조합원들을 쳐다 보고 있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강규형 KBS 이사의 청문회 절차에 돌입했다.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이 27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조합원들을 쳐다 보고 있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강규형 KBS 이사의 청문회 절차에 돌입했다. ⓒ KBS 새노조


지난 26일 방통위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는 '방통위는 KBS 비리 이사 즉각 해임하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천막이 하나 설치됐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강규형 KBS 이사 해임을 27일로 연기한 방통위를 규탄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강규형 이사가 해임될 때까지 과천정부청사 앞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방통위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업무추진비 300여 만 원을 유용한 강규형 KBS 이사에 대해 22일 청문회를 열어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청문회 일자를 27일로 연기해 큰 비판을 받았다.

"촛불이냐 적폐냐 이효성은 선택하라!"
"방통위는 비리이사 즉각 해임하라!"
"방통위도 책임 있다 비리이사 즉각 해임하라!"

 27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27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KBS 새노조


 27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27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KBS 새노조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뚝 떨어진 27일 오전 8시. 24시간 꼬박 릴레이 농성을 벌인 KBS 새노조 조합원 30여 명이 과천정부청사 앞에 섰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손을 비비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비리이사 해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서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은 "방통위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고 오늘 반드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면서 "방통위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이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압박이 통한 것인지 방통위는 27일 청문회에 이어 예정에 없던 전체 회의를 속개해 강규형 이사의 해임을 논의했다.

구여권 이사가 해임되면서 고대영 사장 해임의 절차적 요건이 완성된 만큼 KBS 새노조가 파업을 철회할지 여부에 관심이 쏟아진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이후 일정에 대해 "앞으로 이어질 회의에서 파업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KBS 이사회 이사장, 감사원 비판

한편, KBS 새노조가 한창 집회를 이어가던 27일 오후 이인호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KBS 이사들을 감사한 감사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해당 입장문에서 "임기가 보장된 사장과 이사진을 축출하기 위해 시청자와 국민을 볼모로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조 KBS 본부의 요구에 감사원이 무분별하게 협조함으로써 독립적이고 정치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의 위상은 실추됐다"며 "만약에 잘못된 방향으로 실시된 특별감사의 여파로 KBS 이사가 강제퇴진 당한다면 그것은 감사원의 역사에서 영원한 오점으로 남게 될 것임을 감히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KBS 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인호 이사장은 이번 감사원 업무추진비 감사 결과 무려 2천8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착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0명의 이사들 가운데 사적 유용이 확인됐거나 의심되는 액수 가운데 가장 많다"며 "사실 방통위가 해임해야 할 비리 이사 0순위는 이인호 이사장 당신이다"라면서 이인호 이사장의 입장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규형 이사 방송통신위원회 KBS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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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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