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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5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는 모습.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5년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에서 자진 출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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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면이 '장발장 사면'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29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단행된 사면이 '정치·경제형'이나 '공안·노동형'이 아니라 '서민생계형'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사면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면 여론이 높았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2월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경찰에 체포됐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한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경찰관 상해와 경찰차 파손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형량도 '징역 3년, 벌금 50만 원'으로 낮췄다. 이는 지난 5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강정마을-평택 쌍용차는 재판 계류중인 사건 많아 배제"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상균 위원장이 사면 대상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해 "이번 사면은 처음부터 서민생계형 사범으로 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진행했다"라며 "공안사범이나 노동사범은 서민생계형 사범에 속하는 것이 아니어서 배제했다"라고 설명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이 사회적 화해를 말했는데 한상균 위원장을 사면에서 배제하면 노동계와 어려워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한상균 위원장 사면이 이번 사면 목표의 전제라고 확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권자로서 정확한 기준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사회통합과 국가운영에서 훨씬 많은 가치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이해해달라"라며 "그게 아니라도 사회적 대타협은 진심을 갖고 충분히 노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제주 강정마을 사건 관련자나 평택 쌍용차 파업사태 관련자들의 사면을 검토했지만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이어서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그 사범들도 (사면을) 한번 검토했는데 현재도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들이 제법이 있었다"라며 "원칙적으로 재판에 계류중인 사안은 사면에서 배제해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용산 (참사) 사건은 (관련자) 전원의 재판 결과가 확정됐기 때문에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라며 "다만 용산 (참사) 사건에서 남경남 전철연 의장은 배제했는데 동종사건으로 재판에 계류 중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면심사위원들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남경남 의장의 경우 찬반이 좀 갈렸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봉주는 포함되고 한명숙·이광재·이석기는 배제된 이유

정봉주 전 의원. 사진은 지난 3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SBS 1층 락 스튜디오에서 <2017 SBS 러브FM 봄개편 기자간담회> 당시 모습.
 정봉주 전 의원. 사진은 지난 3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SBS 1층 락 스튜디오에서 <2017 SBS 러브FM 봄개편 기자간담회> 당시 모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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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사면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 이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면에서 선거사범은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인데 2010년 이후 두 차례 정치인 사면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배제돼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사면에 포함시켰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125명이 사면을 탄원한 점도 작은 고려 대상이 됐다"라며 "사면심사위에서 정봉주 건을 충분히 심의했고, (사면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은 17대 대선건으로 복역한 이후 만기출소했고, 형기가 종료된 후 5년 이상이 경과한 점 그리고 2010년 10월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의 형이 미확정돼 있어서 배제된 점, 18대·19대 대선과 총선, 5·6회 지방선거 등 상당시간 공민권을 제한받은 점 등이 고려됐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한명숙 전 총리가 사면대상에서 배제된 것과 관련, 핵심 관계자는 "이광재 전 지사의 경우 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정봉주 전 의원처럼 형평성 문제도 없어서 배제됐다"라며 "한명숙 전 총리도 이광재 전 지사와 동일한 이유에서 배제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뇌물·알선수뢰·알선수재·횡령·배임 등 5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은 사면에서 배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인·경제인 사면이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판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포함한 총 6천44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포함한 총 6천44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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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서민생계형이 아닌 것은 정치인이나 경제인 사면일텐데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포함시키는 경우 사회통합을 촉진시키기보다는 분열을 촉진시킨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며 "이번 사면은 처음부터 서민생계형 사면이었기 때문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번 사면에서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특별히 억울하게 수형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서 발굴하려고 애썼다"라면서 그런 사례로 ▲ 소시지 17개와 과자 1봉지를 훔쳐서 징역 8월을 받은 사람 ▲ 교도소에서 아이를 출산한 여성 재소자 2명 ▲ 시가 5만 원 상당 중고 핸드폰 절취로 징역 6월을 복역한 사람 ▲ 킹크랩 2마리를 절취해 징역 6월을 복역한 사람 등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아이를 출산한 2명은 오늘 자정에 석방되는데 법무부장관이 유아용품을 따로 준비해서 출소할 때 준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사면과 관련된 제도개선과 관련, 이 관계자는 "사면법 시행규칙을 보면 사면심사위원들이 개개인의 의견을 표명하게 돼 있는데 기존에는 형식적으로 1, 2시간 안에 심사를 진행하면서 그런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라며 "기존 법을 충분히 이행하는 것으로 제도개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면대상자 6444명 한 명 한 명에 다 의견을 내기는 물리적 불가능했다"라며 "어떤 범죄를 제외할 것인가, 포함된 사람 중에서도 죄질이 안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뺄 것인지 집어넣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심사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이 워낙 바삐 돌아갔기 때문에 사면제도에는 관심을 못뒀는데 첫 사면을 했으니 반응을 보고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면 그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서 개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그:#한상균, #사면, #정봉주, #한명숙, #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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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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