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으로 가는 열차는 '합당 열차'가 될까, 아니면 '분당 열차'가 될까.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은 국민의당 통합 찬성·반대파의 신경전으로 어수선했다. 오전 10시 국회 앞 국민의당 당사에선 통합 관련한 당대표의 재신임 확정을 알리는 당 중앙선관위 발표가 있었고, 10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는 통합 반대파의 '투표 결과는 사실상 반대, 안 대표는 퇴진하라'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어 11시에는 안 대표의 '통합 추진' 간담회가 열렸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결과 발표 직후,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치단결해 분명히 드러내 보이신 당원 여러분의 마음을 국민의 뜻으로 알고 철저하게 실천하겠다는 말씀드린다. 투표로 표출하신 여러분의 의지를 변화의 열망으로 받아들여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통합 의지를 재차 분명히 천명한 것이다.

반면 통합 반대파 의원 18명(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선·박주현·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상돈·이용주·장정숙·장병완·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은 '보수 야합 즉각 중단', '안철수 대표 퇴진' 등 손팻말을 들고 "이런 식 통합엔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통합 찬성·반대파의 신경전은 이후 오찬 약속으로도 이어졌다. 통합 찬성파인 안 대표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의 오찬(점심 식사)을 공식 일정으로 잡자,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이 "23% 투표율을 합법화하는 것은 안철수 구정치의 극치이자 코미디"라며 긴급히 기자들 점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양쪽은 각기 식사를 통해 통합 찬성·반대의 이유를 역설했다.

어쨌건 31일 당 중앙선관위 결과 발표로 통합 추진과 관련한 명분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측 김철근 대변인의 말처럼 "당의 합당·통합 관련해 전 당원 의사를 물어 민주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조차 입장문을 통해 "(결과를) 환영하고, 축하드린다"고 알렸다. 그렇다면 오는 새해에는 관련한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당대표 vs 맞서는 반대파.. 선관위원장 "전당대회, 이르면 1월 중"

지난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 소속 통합반대파 국민의당 의원과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 소속 통합반대파 국민의당 의원과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단 안 대표의 통합 의사는 확고하다. 그는 이날 기자 오찬에서 "제가 5년간 정치권을 보니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하기 힘들더라"며 "지금의 바른정당은 우리 국민의당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공통점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으며, 결국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이날 통합과 관련한 전당대회 질문에 "정치인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종이배", "당원과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일반론을 펼치면서도, 구체적인 개최 시기나 장소에 대해서는 "이제 생각해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강하게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도 "투표 결과에 따라서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섭 당 중앙선관위원장은 "(장애물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전당대회는 오는 1월 20일에서 30일 사이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관위원장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제 안 대표가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며 봉합하게 될 거다. 그간 소통이 잘 안 된 부분이 있다"며 "그분들도 백전노장, 당을 사랑하는 분들이니 어떻게든 화합해서 갈 것, 분당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제대로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대표는 간담회에서 통합 반대파를 겨냥해 "(전당원투표 결과인) 76% 찬성을 두고도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했지만, '운동본부'를 꾸린 반대파 의원들은 "최종투표율이 23%라는 것은 77% 이상 당원들이 사실상 반대했다는 것, 안 대표에 대한 불신임의 표시"라며 전당원투표를 실패라고 봤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반대파 의원들이 탈당 혹은 별도 전당대회를 열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운동본부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은 관련해 "독자적 전당대회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 확정된 논의는 아니다. 일부 그런 분이 있었고 실무자가 안을 만들었던 모양"이라며 "공식 논의되지 않아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은 "탈당해야 할 사람은 안 대표를 비롯해 당을 분열하는 세력"이라고 되레 반박했다.

현재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전당대회(전국당원 대표자대회)는 당 소속 중앙위원과 전직 의원 등 전국의 대표당원으로 구성되며, 임시전당 대회는 당무위 의결이 있거나 재적 대표당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전당대회 의장이 2개월 이내에 소집하게 돼 있다. 또 전당대회의 준비와 진행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전대준비위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설치되며, 대회 안건은 재적 대표당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대표당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판결문 살펴보면 '무승부'인데... 과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편 당 소송대리인 송영훈 변호사는 본인 SNS를 통해 반대파의 전당원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한 판결문을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가처분신청을 각하·기각한 결정문에서 '유효투표정족수를 정하지 않아 위법이라는 주장' 관련해 "당원규정 제25조 4항(1/3 이상 투표 참여 명시)이 전당원투표 정족수에 관한 일반규정으로, 다른 전당원투표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투표에 곧바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또 결정문에서 "그러나 이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이나 안철수의 당대표직 유지 등에 관한 법적 효력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당원 의견을 수렴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투표 결과에 따라 채무자(국민의당)에게 당의 중요 정책·사안을 결정/변경해야 할 책무가 반드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이번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에 1/3 이상 참여해야 하는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으나, 이 투표가 따로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통합 찬성·반대 양쪽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지도 않은 판결문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한 국민의당 내부의 혼란·분열 양상은 새해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합당 아니면 분당' 국민의당 "둘 중 하나는 나가는" 치킨게임 http://omn.kr/p0jr
2017년 마지막 날 국민의당 아수라장 생중계 http://omn.kr/p5ha
안철수 "좌고우면 않고 통합의 길 전진하겠다" http://omn.kr/p5r4


태그:#국민의당 통합, #통합의 길 전진, #안철수 국민의당, #통합 반대, #박지원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