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3일 낮 12시 22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 단일팀 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화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할 대상이 빠져 있어 아쉽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일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피겨에 단체전이 있다. 단체전은 남자 싱글, 여자 싱글 그 다음에 남녀 페어, 아이스댄싱 4종목으로 구성이 된다"면서 "우리는 남녀 싱글하고 아이스댄싱이 있는데 남녀 페어가 없다. 반면 북한은 남녀 페어에서 참가 자격을 얻어 절묘하게 돼 있다며 피겨 종목이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최 지사가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 지사는 앞서 여러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왔다.

물론 개최지를 관할하는 도지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바랄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해당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 단일팀이 꾸려진 뒤 피해를 보는 이들은 온전히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임에도, 선수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단일팀 추진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남북단일팀' 최문순 지사 발언, 따지자면 사실과 다르다

페어 경기 펼치는 김규은-감강찬  2017년 7월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 

시니어 페어스케이팅에 출전한 김규은-감강찬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페어 경기 펼치는 김규은-감강찬 2017년 7월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 시니어 페어스케이팅에 출전한 김규은-감강찬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더구나 최 지사의 이번 발언은 한국 페어스케이팅 선수들을 힘 빠지게 하는 것이다. 최문순 지사는 피겨 단체전, '팀 이벤트'에서의 단일팀 구성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최 지사의 발언은 엄연하게 따지면 사실과 좀 다르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2일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왜 페어 선수가 없나. 김규은-감강찬 페어 조가 엄연히 있다.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은 아직 못 땄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티켓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국제빙상연맹에서 4종목 중 3종목 이상에서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면, 남은 종목에 한해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부가출전권을 주기로 예정돼 있었다). 관계자의 말과 같이 한국 페어스케이팅의 경우 현재 김규은-감강찬 조가 평창을 목표로 맹훈련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악한 링크장 사정과 남녀 피겨 인구 수 차이 등으로 페어와 아이스댄스 같이 혼성조가 탄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김규은(19)-감강찬(22) 조가 등장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또한 지난 시즌 동계 아시안게임, 주니어 세계선수권 등에서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선수생활을 아쉽게 포기한 김수연-김형태 조도 있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하며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 꿈을 키워왔다. 현재는 김규은-감강찬 조만 남은 상태이지만, 이들은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올림픽 2차 선발전까지 착실하게 출전했고 오는 5일부터 열리는 피겨 최종대표 선발전에도 참가한다.

또한 이미 평창행 티켓을 따냈던 북한 페어팀 렴대옥-김주식 조는 출전권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고, 북한이 갖고 있던 피겨 페어 출전권은 차순위 국가였던 일본에게 이미 넘어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와일드카드를 부여해 북한에게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겠다고 밝혔지만, 현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은 이미 출전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있어 올림픽은 출전만으로도 영광스러운 대회다. 어쩌면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출전할 기회를 한 번도 갖지 못할 수도 있어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면 출전하고 싶은 의지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칫 이들이 꿈꿔온 노력이 정치적인 이유로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평창에서 한국 피겨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전 종목에 출전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전의 경우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에서 남녀싱글과 아이스댄스 3종목에 나선 전례가 있었고, 김연아(27)가 활약했던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는 그와 함께 '김연아 키즈' 선수들이 함께 여자싱글에만 출전했다.

그런데 평창에서 최초로 개인전 4종목은 물론 단체전에도 출전하게 되면서 경사를 맞았다. 특히 단체전 출전은 더욱 기쁜 소식이다. 단체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 종목에서 자력으로 3종목 이상 출전권을 따내야 하고, 국제빙상연맹(ISU) 주관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 국가별 랭킹에서 1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현재 우리나라는 11위에 올라있지만, 10위 안에 든 스페인이 2개 종목에서만 자력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단체전 출전권은 우리나라가 갖게됐다). 그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해온 선수들은 다름 아닌 한국 피겨선수들이었다. 비록 마지막 열 번째 국가로 참여하게 돼 피겨 강국들에 비해 랭킹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값진 것이었다.

작전 회의하는 북한 아이스하키팀 지난 2017년 4월 3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네덜란드팀과 경기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작전 회의하는 북한 아이스하키팀 지난 2017년 4월 3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네덜란드팀과 경기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이 평창에 올 경우 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또 하나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여자 아이스하키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의 경우 이미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올림픽 대진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이기에 북한의 출전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여름, 평창의 남북단일팀과 관련해 한 방송사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에게 단일팀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선수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4년을 준비해 온 무대를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일부 선수들이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일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고, 아마 선수단은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선수들의 꿈을 단 번에 사라지게 해도 되는지를 묻는다면 모두가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포츠에서 주인공은 정치인도 그 누구도 아닌 선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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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북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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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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