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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 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이 상호 적대하고 교류가 중단된)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나라의 통일은 고사하고 외세가 강요하는 핵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 없습니다"라며 "조성된 정세는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며 남북관계 전환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2016년 2월 개성공단 중단과 함께 닫혔던 판문점 직통 채널도 지난 3일 오후 다시 열렸다. 김정은 신년사에 문재인 정부가 화답함으로써 생긴 이런 훈풍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정권과 보수 언론은 개성공단 사업을 북한 퍼주기라고 비난했다. 공단에 들어간 돈이 핵개발에 전용되었다는 과대 허위선전도 했다. 하지만, 악선전과 달리 개성공단은 한국 기업들한테 분명히 수지맞는 장사다. 북한뿐 아니라 한국한테도 경제적 이익을 주는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활로가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혁신으로 돌파구를 뚫든가 그렇지 않으면 비용이라도 절감해야 한다. 기술혁신은 당장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지금으로서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다.

그런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는 데가 바로 개성공단이다. 그래서 개성공단 사업은 크게 보면 한국 경제의 정체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거기서 얼마나 저렴한 임대료 및 인건비를 지불했는지를 따져보면, 이 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15년 12월 24일 통일부가 정책브리핑 홈페이지(www.korea.kr)에 발표한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아래에 나오는 '토지 사용료'는 개성공단에서 토지이용권을 가진 기업이 해마다 납부하는 금액이다.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는 2004년 4월 토지 임대차 계약 이후 10년간 면제됐으며 10년이 지난 올해부터 토지 사용료를 납부하게 됐다."

개성공단이 북한 퍼주기? 한국 기업들에게 수지맞는 장사

2003년 6월 30일의 개성공단 착공식.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2003년 6월 30일의 개성공단 착공식.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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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몇 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만약 임대료가 10년간이나 면제된다면, 자영업자들한테는 숨통이 트이는 일일 것이다. 당장에 장사가 안 된다 해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경영전략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는 토지 사용료가 10년간이나 면제됐다. 그곳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었을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 임대차 계약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토지 사용료가 얼마나 부과됐을까? 통일부가 발표한 위의 글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에 기업이 입주해 생산·상업 활동을 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평방미터(㎡)당 0.64 US달러의 토지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 합의했다."

토지 사용료는 1년 단위로 부과된다. 사용료가 1년에 1평방미터당 0.64달러라고 했다. 1월 5일 기준으로 1달러는 1064.5원이다. 0.64달러면 681.3원이다. 681만 원이 아니라 681원이다. 토지 사용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식탁 너덧 개를 놓은 5평 정도의 조그만 분식점들이 많다. 5평이면 16.5평방미터다. 1년에 1평방미터당 임대료 681원만 내도록 한다면, 이런 식당의 연간 임대료는 1만 1236원 밖에 안 된다. 연간 임대료가 이 정도라면, 자영업자들은 웬만한 경제적 한파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는 노동자 월급도 낮다. 사업 개시 당시, 월 최저임금이 50달러였다. 사회보험료 7.5달러를 합하면 월 57.5달러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월 6만 1209원이다. 월 60만 원이 아니라 월 6만 원 정도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보다는 많이 받는다.

물론 개성공단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같은 보수 정권이 집권할 경우에는, 언제 어떤 이유로 공단 출입 자체가 제한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성을 감안한다 해도 개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토록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는 세계 어디서도 만나기 힘들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이보다 더 나은 기회의 땅은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사업이 끊긴 지금도 여전히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협회까지 만들어서 개성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개성공단이 기업들에게 이익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 퍼주기에 불과했다면, 그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이 막히는 날 춤추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개성으로 돌아가지 못해 슬퍼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별 이익이 없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기업들뿐 아니라 민족적으로도 수지맞는 장사다. 이것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이 점은 독일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한 1871년 독일 통일도 그 같은 경제 협력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경제적으로 한식구 되면, 정치적 통일도 재촉할 수밖에

독일 통일로 등장한 독일제국의 초대 황제 즉위식. 연단 위의 오른쪽 끝에서 2번째는 황제 빌헬름 1세, 연단 아래쪽에서 흰 옷을 입은 사람은 비스마르크.
 독일 통일로 등장한 독일제국의 초대 황제 즉위식. 연단 위의 오른쪽 끝에서 2번째는 황제 빌헬름 1세, 연단 아래쪽에서 흰 옷을 입은 사람은 비스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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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비해 19세기 독일은 통일을 이루기가 불리했다.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기가 극히 힘들었다.

962년 이래 독일 땅에는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계승한 신성로마제국이 존재했다. 하지만 신성로마제국은 통일국가, 중앙집권국가가 아니었다. 독일 땅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은 수많은 제후국이었다.

신성로마제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1806년 해체됐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에 독일연방이 등장했다. 독일연방 역시 중앙집권국가가 아니었다. 35개의 제후국과 4개의 자유도시로 구성된, 매우 느슨한 연합체였다. 연방정부도 없었다. 연방의회만 있었다. 그래서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등장 전까지 독일은 한 번도 통일국가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그가 통일을 이룬 것은 경제협력 사업 덕분이었다.

비스마르크가 등장하기 전인 1834년부터 독일연방 내부에서는 관세동맹이 작동했다. 이를 통해 제후국들 간에 수출입 관세가 폐지되면서 경제적 일체성이 강해졌다. 이것은 독일인들 사이에서 '통일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비스마르크는 통일의 적인 오스트리아·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는 한편, 이런 관세동맹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으로도 독일 통일을 앞당겼다.

경제적으로 한 식구가 되면, 핏줄이 다른 사람들 간에도 가족 의식이 싹튼다. 남남끼리도 오랫동안 밥을 같이 먹다 보면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북이 개성공단 같은 경협 사업을 매개로 경제적 일체성을 강화하다 보면, 종국에는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이런 상황은 정치적 통일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성공단 사업은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활로가 될 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문에 정체된 통일문제에도 활력이 될 수밖에 없다. 통일문제에 관한 한 독일보다 유리했으면서도 독일에 선수를 빼앗긴 한국이, 뒤늦게나마 통일을 앞당기는 방법 중 하나는 경협을 통해 경제적 일체성을 촉진시키는 일이다.


태그:#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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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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