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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중국 모바일 결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중국 모바일 결제 설명 듣는 문 대통령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 한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중국 모바일 결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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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지급 수단으로 상용화된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지급 수단으로 보통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사용하지만, 중국 사람은 상품을 사는 데 지급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요즘 들어서는 상품 지급 수단 외에 공과금 납부, 택시요금, 송금, 축의금, 세뱃돈, 용돈 등 거의 모든 금전 거래가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베이징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뒤 대사관 직원이 테이블 위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자 결제가 됐고, 문 대통령은 이 광경을 보고 '이렇게 쉽고 빠르게 처리 되느냐'라고 물었단다.

중국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빈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도, 어떤 때는 한 달 내내 한 번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 언론 매체는 중국에 아직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됐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만 중국에서 스마트폰 결제가 일상화된 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일상화된 이유를 상품 구입자(소비자)와 상품 판매자(사업자) 입장에서 살펴보겠다.

QR 코드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

모바일 결제란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에서 스마트폰 어플로 대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잦다. 이 글에서는 오프라인에서 결제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알아본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이 길가 노점상에서 분식을 사먹으면서, 혹은 시골 장터에서 할머니가 농사 지은 시금치를 팔면서, 사고파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결제하는 경우다.

2017년 현재 중국사람 9억 명이 스마트폰 위챗(微信, 한국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 어플을 사용한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인구가 13억7000만 명이니, 어린 아기나 나이 많은 노인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중국 사람이 이 어플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위챗 어플을 설치하고 가입하면, 스마트폰 유심 카드에 저장된 전화번호와 연결된 돈지갑(钱包)이 만들어진다. 이 돈지갑이 바로 위챗페이(微信支付)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위챗페이라는 자신의 금융 계정이 생긴 것이다.

시장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파는 할머니는 시금치 한 단을 사는 손님에게 스마트폰에 있는 자신의 돈지갑 위챗페이 QR 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손님은 스마트폰으로 할머니 QR 코드를 스캔해 할머니 돈지갑(위챗페이)으로 자신의 위챗머니를 지급하면 된다.

할머니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스마트폰에 있는 QR 코드를 보여주기 번잡하면, 자신의 QR 코드를 프린트해 시금치 옆에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아래 그림은 위챗페이 QR 코드를 프린트해 자전거에 걸어 놓고 군고구마를 파는 모습이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QR코드를 걸어 두고 고구마를 파는 모습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QR코드를 걸어 두고 고구마를 파는 모습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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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와 위챗페이 QR코드를 걸어 두고 길거리에 군것질 거리를 파는 모습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QR코드를 걸어 두고 길거리에 군것질 거리를 파는 모습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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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위챗머니'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중국에는 '위챗머니'라는 개념의 용어가 없다.

한국 사람은 '카카오톡'에 있는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카카오머니'가 필요하다고 이해하기 때문에, 중국에 없는 '위챗머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왜 중국엔 '위챗머니'라는 단어가 필요 없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중국 초등학생이 길에서 군고구마를 사려면, 자신의 스마트폰 돈지갑(위챗페이) 금융 계정에 위챗머니가 있어야 한다. 은행 통장이 없는 초등학생은 부모에게서 용돈을 현금이 아니라, 위챗머니로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위챗머니를 어떻게 마련해서 초등학생에게 용돈으로 줬을까. 한국 카카오페이에서 카카오머니를 사용하자면, 미리 카카오페이에 등록된 은행 계정을 이용해 송금하고 카카오머니를 충전해야 한다. 중국 위챗페이에도 한국 카카오머니와 비슷한 개념의 잔돈지갑(零钱)이라는 메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사람은 잔돈지갑(零钱)에 잔액이 없어도 물건값을 결제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은행 통장을 위챗페이에 연결하는 것을 귀속(绑定)이라고 한다. 자신의 위챗페이에 자신의 통장을 연결(귀속)하는 일은 간단하다. 자신의 통장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만 있으면 중국에 있는 전국 규모 은행의 어떤 통장도 연결(귀속)할 수 있다.

위챗페이에 자신의 은행 통장을 연결(귀속)하기만 하면, 위챗페이 잔돈지갑(한국 카카오머니)에 잔액이 없어도, 은행 통장 잔액을 사용해 막 바로 상품 대금 지급, 송금(위챗페이 계정간)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도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상대방에게 송금하는 경우에도 송금 수수료가 발생하는 은행 계정보다는 수수료가 없는 위챗페이를 이용하는 게 이익이다.

잔돈지갑(零钱)에 잔액이 많아, 자신의 은행 통장으로 송금하려고 할 때는 인출(提现)이라는 기능을 이용해 자금 이체가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중국 돈 2만 위안(한국 돈 350만 원)까지는 수수료가 없으나 2만 위안 이상일 때는 0.1%의 수수료가 발생한다(2017년 알리페이 기준).

하지만 자신의 은행 통장으로 송금하지 않고,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운영하는 정기예금이나 펀드에 가입해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도 있다.

상품 구입자(소비자) 입장에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일상화된 이유를 알아봤다. 다음으로 판매자(사업자) 입장에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가맹점 수수료'가 없다

상품 판매자(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 대금 수납 수단이 편리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수납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마치 한국에서 사업자가 카드 결제보다는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과 같다.

중국 사업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수단은 알리페이다. 2017년 모바일 결제 사용 어플 비율은 알리페이가 55%이고 위챗페이가 37%이다. 알리페이는 중국에서 즈푸바오(支付宝)라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티몰, 알리바바에서 상품을 사고 대금을 결제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는 마윈이라는 사람이 만든 결제 시스템이다.

중국에서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어플을 이용해 판매 대금을 수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POS 시스템 설치)한 사업자도 수수료가 없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수납하길 선호한다. 그래서 일반 사업자(길거리 고구마 장사에서부터 일반 사업자까지)는 대부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판매 대금을 수납한다.

손님이 길거리 포장마차에 걸린 QR코드를 스캔해서 결제하는 모습
 손님이 길거리 포장마차에 걸린 QR코드를 스캔해서 결제하는 모습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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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규모가 크고 손님이 많은 사업자는 스마트폰 QR 코드를 이용해 판매 대금을 수납하기 어렵다. 손님이 많은 대형 마트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손님이 물건을 산 후 계산대로 가면, 마트 직원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얼마라고 알려 준다. 그러면 손님은 계산대에 있는 마트의 QR 코드를 스캔해 마트 직원이 알려준 금액을 입력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다시 마트 직원이 결제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까 마트 계산대 직원이 판매 대금을 수납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구입 대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손님이 많을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효율적인 결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규모가 큰 사업자(대형마트, 호텔)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결제용 POS 시스템을 설치한다. 모바일 POS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법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다른 점은 손님이 계산대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바코드를 보여주면 계산대 직원이 POS 리더기로 스캔하는 과정으로 결제가 완결된다.

알리페이 POS 시스템 리더기로 손님 스마트폰 알리페이 바코드를 스캔하는 모습
 알리페이 POS 시스템 리더기로 손님 스마트폰 알리페이 바코드를 스캔하는 모습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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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 회사는 알리페이 결제용 POS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알리페이 사용 수수료를 받는다. 마치 한국 사업자가 카드 가맹점에 가입하고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것과 같다.

2017년 현재 중국 알리페이 POS 시스템 사용 수수료는 0.6%이다. 2017년 8월 현재 한국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신용카드 0.8%, 직불카드 0.5%이고, 연 매출 3억 원에서 5억 원까지 중소 가맹점은 신용카드 1.3%, 직불카드 1%이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한국으로 비유하면 규모가 비교적 적은 중소 규모의사업자는 알리페이 POS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고 수수료가 없는 QR 코드 스캔 결제 방식을 이용해 판매 대금을 수납하고, 규모가 큰 사업자는 알리페이 POS 시스템을 설치하고 0.6%의 수수료를 내고 바코드 스캔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알리페이 회사는 알리페이 POS 시스템을 설치하고 0.6%의 수수료를 내는 사업자에게 사업장을 이용한 고객들의 성별, 연령대,  위치(거주지역), 구입금액, 방문주기, 소비 성향 등에 관한 빅데이터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알리페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를 운영하며 축적된 고객 정보가 방대하다. 그래서 알리페이 회사가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고객 빅데이터 자료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모은 고객 자료보다 정확하고 유용하다.

2016년 중국 인터넷 통계 보고서(中国互联网发展情况统计报告)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상품과 용역 구매 대금을 결제하는 비율이 50%이다. 2017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나의 중국 생활 경험으로 추측해 보면 아마도 80~90% 이상은 될 것 같다.

[About STORY] 현재 중국 산동여행대학교(山东旅游学院)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한국 관광객 유치'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고 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중국사람 이야기'와 '중국문화기행'을, 2017년부터 <펑타이코리아>에 '중국 소비자 맞춤 마케팅 콘텐츠'와 '중국 산동성 사람'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2018년 1월 1일 책 <중국사람 이야기>를 출판했다.


태그:#중국사람이야기, #중국사람, #중국생활, #모바일결제, #알리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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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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