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9개월만의 새 음반 < 비밀정원 >으로 돌아온 오마이걸

9개월만의 새 음반 < 비밀정원 >으로 돌아온 오마이걸 ⓒ WM엔터테인먼트


9개월만에 돌아온 오마이걸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통산 다섯 번째 미니음반 <비밀정원 >의 머리 곡이 9일 오후 음원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진입,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이 정도 일이야 여타 인기 가수들에겐 흔하디 흔한 일이겠지만 오마이걸 같은 이른바 '중소돌'(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들에겐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음원 순위는 진입 자체도 쉽지 않을 정도로 두터운 장벽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015년 등장 이래 'Cupid', 'Closer' 등 독특한 감성이 녹아든 곡들을 앞세운 오마이걸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독창적인 콘셉트에 힘입어 비평가,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팀이다. 

특히 데뷔 2년차였던 2016년엔 'Liar Liar', 'Windy Day', '내 얘길 들어봐'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느리지만 한걸음씩 성장하는 모범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선배 그룹 파파야의 곡을 리메이크 했던 '내 얘길 들어봐'는 그해 8월 한달간 꾸준히 멜론 순위를 유지하는데 성공, 앞으로의 가능성에 기대감을 갖게 해줬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멤버 진이의 건강 이상에 따른 이탈, 그리고 미니 4집 < Coloring Book >의 예상 밖 부진 등이 겹치면서 아쉬움이 남는 2017년을 보내고 말았다.  게다가 당초 11월로 예정했던 컴백도 두 달가량 연기되면서 내심 불안감도 있었다.

신의 한수가 된 < 아는 형님 > 통한 신곡 선공개

 오마이걸의 신곡 '비밀정원'은 음원 정식 발매 이전 지난해 12월 30일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 아는 형님 >을 통해 먼저 소개되었다. (방송화면 캡쳐)

오마이걸의 신곡 '비밀정원'은 음원 정식 발매 이전 지난해 12월 30일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 아는 형님 >을 통해 먼저 소개되었다. (방송화면 캡쳐) ⓒ JTBC


우여곡절 많던 지난해의 걱정은 컴백 직전 총 2주에 걸친 JTBC 예능 프로그램 < 아는 형님 > 출연을 통해 단숨에 날려버렸다. 특히 지난해 12월 30일 방영분 마지막에 아직 정식 발매도 안 된 신곡 '비밀정원'의 주요 부분을 안무와 함께 과감히 선공개한 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때의 출연 영상은 네이버 TV캐스트 동영상으론 이례적으로 공개와 동시에 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예상 밖 화제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아직 오마이걸을 잘 몰랐던 시청자들에게 "이 노래 괜찮네"라는 반응을 얻으며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사실 단순히 음반 발매 이전 음원 공개라는 이유 하나만으론 대중들로 부터 큰 관심을 모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곡의 완성도가 좋지 못했다면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소속사 측의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런 과감한 시도는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기존 해외 작곡진+새 인물들의 가세... 버전업 된 오마이걸의 음악들

 오마이걸의 새 음반 < 비밀정원 > CD 표지.  작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동화책 형태로 제작되었다.

오마이걸의 새 음반 < 비밀정원 > CD 표지. 작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동화책 형태로 제작되었다. ⓒ WM엔터테인먼트


오마이걸은 중소 업체 소속 팀 중에선 보기 드물게 대부분의 노래를 해외 작곡가들의 손을 빌려 만들어왔다. 같은 회사 선배 그룹 B1A4가 리더 진영을 비롯한 멤버들의 자작곡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식을 택했지만 이를 통해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 수 있었다. 기존 팀들과는 차별되는 멜로디, 콘셉트을 만들면서 조금씩 팬 층을 넓혀 나갔다.

신작 <비밀정원> 역시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다. 머리 곡 '비밀정원'은 오마이걸과 오랜기간 작업해온 숀 알렉산더를 비롯해서 트와이스의 'Knock Knock'에 참여한 일본 출신 마유 와키사카, 스티븐 리 등 새로운 작곡가들이 협업한 곡이다.

일부 팬들에겐 "명곡" 대접을 받으며 판타지 동화 콘셉트로 치장했던 'Closer'의 버전 2.0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미드 템포의 소프트 록 형식으로 꾸며진 이 곡에선 아련하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역시 오마이걸 단골 작사가인 서지음이 쓴 '비밀정원' 가사는 마치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듯 서사적인 느낌 속에 승희-효정-유아 등 각기 개성 있는 목소리를 빌려 노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기존 대표곡 'Windy Day'의 후속편처럼 만들었다는 'Love 0'clock'에선 앞서 거센 바람 속 혼란스런 감정에 휩싸였던 한 소녀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로소 온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맞이했다는 환상 동화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여기서도 서지음의 가사, 스웨덴 재즈 기타리스트 안드레아스 오버그 등이 만든 아바(ABBA)스러운 유로 팝 사운드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작 < Coloring Book >에선  아쉽게도 자기 영역이 아닌, 보컬을 담당했던 멤버 미미가 그동안 봉인했던 래퍼 본능을 제대로 드러내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전 발표곡 'B612', 'Stupid In Love', 'I Found Love' 등처럼 상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Butterfly',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16살 소녀 시절의 추억담을 그린 'Sixteen', 리듬감 넘치는 베이스 전개와 치밀한 구성의 보컬 하모니가 인상적인 'Magic' 등 다른 수록곡도 머리 곡 못잖은 고른 완성도를 선보인다.

"언더독"의 반란, 기대해도 좋을까?

 9개월만의 새 음반 < 비밀정원 >을 발표한 오마이걸

9개월만의 새 음반 < 비밀정원 >을 발표한 오마이걸 ⓒ WM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선거 등에서 종종 "언더독"(Under Dog)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객관적인 전력 분석상 약자로 간주되던 팀, 선수, 후보가 당초 전망을 뒤집고 선전을 펼칠 때 이런 단어를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오마이걸의 예상 밖 선전은 마치 "언더독의 반란"에 비유할 만하다.

지난해 이후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 몇몇 인기 팀을 제외하곤 후발 주자 걸그룹들 상당수가 음원 순위에선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고전을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일단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은 상당히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최종적으로 오마이걸의 새 노래 '비밀정원'이 어떤 결과물을 얻을지 예측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지금의 분위기로는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아이돌 음악"이란 이유로 폄하 당하기엔 아까운, 양질의 유로 팝 사운드를 담아낸 곡들을 통해 오마이걸은 "걸그룹이 좋아하는 걸그룹"으로 불릴만큼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도 호평을 받아왔다. 이제 그간의 노력이 제대로 대접받을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아마 언젠가 말야 / 이 꿈들이 현실이 되면 / 함께 나눈 순간들을 이 가능성들을 / 꼭 다시 기억해"이란 '비밀정원'의 노랫말처럼 올해엔 오마이걸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걸 케이팝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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