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들은 성향에 따라 인터뷰에 앞서 기자에게 사전질문지를 부탁하기도 하고, 굳이 요청하지 않기도 한다. 본래 김경수는 사전질문지를 받아보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달랐다. "정제되고 세련되지 않더라도, <빈센트 반 고흐>로 인터뷰하는 건 그냥 가감없이 다 풀어내 보고 싶었어요. 좀 깔끔하지 않아도 솔직히 다가가고 싶었어요. 잘 정리해주세요. (웃음)" ⓒ 곽우신


영혼의 화가, 별이 된 화가, 빨강머리 미치광이, 비운의 천재….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불멸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 살아서는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화가였으나, 죽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그의 작품이 거래된다. 네덜란드가 아니 전세계가 사랑하는 고흐이지만, 생전에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사후의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찬사의 대상이 될수록, 생존했을 때 그에게 드리워졌던 그림자의 깊이가 더해진다.

창작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고흐의 삶에 대해 노래하는 작품이다(관련 기사: 사후 125년, 고흐는 '아직도' 굶어 죽는다). 형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나눈 편지를 토대로 제작된 이 작품은, 2014년 초연 이후 재연과 앙코르 공연을 거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오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상연되는 <빈센트 반 고흐>는, 지난 2017년 11월 4일 개막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화가가 사랑받는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관객의 애정도 남다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제가 워낙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빈센트 반 고흐>라는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제가 애정해마지 않는 작품이라, 2017년 연말에 만나게 되어서 굉장히 행복하게 준비를 했어요."

이 작품을 사랑하는 건 관객만이 아니다. 배우도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한다. 지난 2017년 12월 22일, 서울 신당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경수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재연에 처음 합류한 이후 앙코르부터 이번 공연까지 꾸준히 '빈센트 반 고흐'로 분해 그를 대변하고 표현했다. 모든 배우들의 고흐가 각자의 개성으로 사랑받지만, 김경수의 고흐는 이 배우가 고흐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특별하다.

배우 김경수, 고흐와 사랑에 빠지다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나만 '고흐' 사랑하는 거 아냐! 이번 시즌에 캐스팅된 '빈센트 반 고흐' 중에서는 김경수만 유일하게 '경험이 있는' 빈센트이다. 다른 배우들은 이번이 첫 빈센트 도전이었다. "모든 페어의 공연을 다 봤는데, 속으로 ‘나의 과정을 겪겠군’ 했어요. 아마 이번 시즌만 하고 끝내고 싶지 않을 걸요? 욕심날 걸? (웃음)" ⓒ 곽우신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커요. 제가 제일 아쉬운 건, 이 작품의 초연 때 참여하지 못한 거예요. (웃음) 더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더 많이 참여했을 것 같은데…. 물론 재연 때도 많은 의견을 제시했고, 초연 때와 다르게 추구한 것도 있어요. 초연을 보신 분들 중에는 재연에 나타난 저를 보고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도 분명 계셨을 거예요. 연기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질책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거의 하루가 다르게 오늘은 이렇게 해보고, 다른 날은 저렇게 해봤어요. 고흐라는 사람은 이렇게도 살았을 것 같고, 저렇게도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제 안에 정립이 안 돼서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 분위기를 신선해하시면서도 불편해하시는 것 같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관객 분들을 설득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다행히 관객들도 저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고흐를, 제가 표현하는 고흐를 조금씩은 이해해주시려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재연 <빈센트 반 고흐>가 끝날 즈음에는, 그냥 그런 의식도 하지 않고, 제가 늘 추구해왔던 대로 행복하게 끝냈던 것 같아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앙코르 할 때는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게 했어요. 제가 사랑받는 이유요? (웃음) 작품에게로 돌리고 싶어요. 고흐라는 인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그 덕을 받은 거죠."

<라흐마니노프> <광염 소나타> <스모크> <보도지침> <인터뷰> <리틀잭> <사의찬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두 2017년에만 배우 김경수가 쌓은 필모그래피다. 대학로에서 '소'처럼 일하는 배우를 거론할 때 매번 손에 꼽히는 이 중 한 명. 그만큼 창작진과 관객의 신뢰를 동시에 받고 있고, 그 신뢰에 부응할 만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일부러 여러 작품을 하려는 게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를 붙잡은 것" 뿐인데도 이만큼 왔다. 자신이 소화한 모든 작품을 아끼지만, 와중에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애정은 뭔가 더 특별하다. '종신계약'을 원할 정도로.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곽우신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연기하면 할수록 재밌는 역할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책도 한 번 읽을 때, 두 번 읽을 때, 세 번 읽을 때가 다르잖아요. 이제는 뒤의 이야기들이 예상이 되어서, ‘아, 이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거구나’하는, ‘발견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 곽우신


"'고흐'랑 이별할 계획이 없어요. (웃음) 회식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HJ컬쳐 대표님을 뵈면 항상 말해요. '저는 그만할 생각이 없다'고…. (웃음) 저를 절대 내칠 수 없게 만들려고요. 제가 그만큼 더 좋은 배우가 돼야겠지만…. 이상하게 정말 다행히도, 제게 <빈센트 반 고흐>가 들어올 때마다 다른 일정이 없었어요. 참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빈센트 반 고흐> 전용 극장이 생기고, 오픈 런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만큼은 제가 무대를 떠나는 그 날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수씨,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까, 다른 후진 양성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이런 말을 정말 냉정하게 듣는 순간까지요! (웃음) 욕심이죠. 그런데 그냥 욕심만은 아니고! 이 작품은 정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깊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공연하면서 늘 들어요. 횟수로는 제가 이번에 '빈센트'를 하는 게 세 번째인데, 세 번 다 할 때마다 놓친 것들이 발견되니까….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 사람의 인생을 1시간 40분짜리 2인극으로 압축해놨기 때문에, 뭔가 더 쌓였을 때 잘할 수 있는 대사들이 많거든요. (웃음)

'테오야, 난 오늘 탄광촌을 떠난다' 그 대사 안에도 서브텍스트가 정말 많아요. 스토리화하면, 하나의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요. 그 서브텍스트가 제 머릿속에 생각으로 쌓였으면 좋겠어요. 그 위에서 표현하면 제 대사가 또 정말 다르게 들릴 것 같아요. 저도 무대 위에서 '바람과 온도, 달과 별의 하모니'를 그리고 싶어요. 물론 아직 저는 부족하죠, 멀었고. 스스로 아직도 불만족스러워요. 혹여나 좋은 평을 들어도, 그렇게 들리지 않아요. (웃음) '묵묵히 하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고흐의 대사처럼, 저도 하나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아요. 끝이 보이진 않겠지만…."

사랑, 구원, 죽음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붓을 놓지 않은 고흐 "붓을 놓고 싶은 순간은 많았을 것 같아요. 벼랑 끝에 몰리면 그만 둘 수도 있었을텐데, 테오가 있었기에 계속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테오가 빈센트의 자존심을 긁기도 했지만, 채찍과 당근을 정말 잘 썼어요. 고흐가 붓을 놓지 않게. 그리고 그냥…. 이 사람은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놓고 싶지도 얺았을 것 같아요. 중간에 껴서 빠져나갈 수 없었겠죠. 운명이니까요. 자기 운명이라…." ⓒ 곽우신


"<빈센트 반 고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해요. 특히 배우들에게요. 예술에 임하는 자세가, 배우들과 비슷한 사람을 연기하는 거니까요. 사실 배우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모든 분들의 귀감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성실한 사람이었거든요. 끝없이 고민하고, 끝없이 고뇌하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리더라도, 그 벼랑 끝에서도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더 많이 제 마음을 울렁이게 했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일 힘든 시기에 들어왔던 작품이었거든요. 그 힘든 제 마음을 극복하게 해줬어요. 저는 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재연 공연이 끝나자마자, 고흐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전체적인 목표는 유럽 여행이었지만 일부러 일정을 잡았죠. 무덤도 찾아가보고, 오베르 마을도 돌아보고, 고흐의 향기를 맡으면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러고 돌아와서 앙코르를 하니까, 다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지금도! 오랜만에 하는 작품을 위해서 다시 책을 보는데, 또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냥 넘겼던 문장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계속 저에게 자극을 많이 줘요. 이 작품은 진짜 너무 좋아요."

다시 고흐가 된 김경수 지난 2017년 12월 16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에 나선 배우 김경수의 모습. 배우 김경수는 이번 <빈센트 반 고흐>에서 '빈센트 반 고흐' 역할을 맡아 동생 '테오 반 고흐'와의 우정과 그림에 대한 열정을 노래하고 있다.

▲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그리고 '사람을 닮은 그림'까지 이어지는 장면이요. 테오랑 행복하게 까불까불하잖아요. 2인극인데 사실 듀엣곡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듀엣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 곽우신

작품 안에서 고흐는 "구원에 이르는 궁극적인 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그 답을 찾아서 가난한 사람들에 전해주고 싶어"했던 그는, 신앙의 길을 택하지만 실패한 뒤 테오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잘 드러나듯, 그가 관심을 가진 건 "지체 높고 돈 많은 귀족 초상화"보다 "매춘부나 거지라도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온몸을 다해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농부를 사랑하며, 그는 그 궁극적인 구원에 이르렀을까. 답은 배우가 오베르에서 느끼고 온 '사랑'에 있었다.

"이 사람의 감정은 정말 왔다갔다 많이 했죠. '내가 궁극적인 구원에 다가갔을까?'에 어떤 날은 희망적이고…. 또 '어떤 날은 기분이 날아갈 듯 즐겁다가도 금세 죽을 사람처럼 우울해지지'라는 가사처럼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그래서 고흐는 그 구원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지려고 더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그림을 사랑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는 구원이라는 단어와 교집합을 안고 있잖아요. 그리고 고흐는 그걸 안고 살았죠. 그러니까, 저는 결국에 '궁극적인 구원'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정작 그 구원은 타인을 향한 것일 뿐, 자신을 구원하지는 못한 것일까. 황금빛 태양이, 황금빛 들판을 비추는 그곳의 풍경을 화폭에 옮기며 그는 속으로 말한다.

"테오야, 밀밭으로 그림을 그리러 나왔어. 작렬하는 태양 밑에서 밀을 베어가는 사람을 그린다. 만약 그가 베어내는 것이 인류라면 어떨까. 맞아. 밀밭에서 난 죽음을 봤어. 그래도 슬프지 않아. 황금빛 태양이 찬란하게 비춰주는 죽음이니까."


그 그림을 다 그린 후, 그는 천천히 무대를 나와 객석을 지난다. 그리고 쏟아지는 빛을 향해 계단 밖으로 걸어나간다. 관객의 시야에서 그가 사라진 이후,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진다. 까마귀의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그는 결국 닿지 못했나.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마지막으로 치닫는 그 순간, 고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제(고흐)가 그토록 테오에게 '저 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싶다'고 얘기했던 걸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때의 예술가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굉장히 많은 동경과 고민이 있던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자기에게 왔다고 느낀 게 아닐까요. 영화 <러빙 빈센트>는 약간 스릴러로 가잖아요. 결국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끝을 맺긴 하지만, 전 고흐가 죽음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 의해, 타살 당했다는 게 더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그 인생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 설사 언젠가 과학적으로 밝혀져서, 자살이 아니라고 결론이 나와도 저는 그 사람이 선택한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스스로 선택한 거기 때문에, 눈물이 날 수는 있지만, 그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을 것 같아요.

편지 끝에 보면 자기도 할 만큼 했다는 게 나와요. 제가 본의 아니게, 자살을 한 예술가 역할들을 꽤 해봤거든요.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정말 자기가 부딪힐 만큼 다 부딪힌 거라는 스스로의 판단이 있더라고요. 물론 다른 해석들 중에는 '테오에게 너무 미안하니까'라는 것도 있지만, 그건 또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이기적으로 해석했어요. 고흐는 살아서 할 수 있는 한 부딪힐 수 있는 끝까지 부딪혀 본 거죠. 살아서는 더 갈 데가 없으니, 죽고 나서 어떤 모습일지,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해 할 것 같아요. 그런 모호한 동기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나갈 때는 행복한 마음…. 죽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받는 화가, 사랑받는 배우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가난했던 고흐, 만약 부유했다면 달랐을까 "안타깝고, 연민도 너무 많이 가요. 하지만 그림을 시작했을 때부터 밀레를 존경하고, 밀레 전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처럼 살 거야라고 한 사람이기 때문에, 풍요로웠어도 겸손해하며 스스로 가난해지려는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삶 자체가, 환경 자체가 족쇄는 됐지만, 사실 고흐가 마음만 먹었으면 더 부유해질 수도 있었다고 봐요.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도, 가치관이 부딪혔기 때문에 화상이 될 수 없었던 거 아닐까요. 출세할 수 있었음에도, 그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대로 산 것 같아요." ⓒ 곽우신


배우 자신은 캐릭터 '빈센트 반 고흐'를 만들며 그의 삶이 잿빛 그림자로 가득하기 보다는 그의 캔버스마냥 인상적인 색채로 가득 차 있다고 확신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는 와중에도 웃어달라고 부탁하는 배우이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이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은, 테오가 아픈 다리를 끌고 등장하는 극의 첫 순간부터 눈물샘이 차오르는데. 압축된 고흐의 삶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 희망찼던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시엔과의 이별, 아버지의 억압, 가난한 현실, 동생에 대한 죄책감, 과도한 음주와 병 그리고 마지막 고갱과의 결별까지…. 이를 표현하는 배우도 무척 힘겨울 것만 같다.

"힘들진 않아요.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힘든 표현을 할 뿐이지…. 제가 고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없으니, 책으로 많이 접했어요. 책을 통해 제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고흐는, 세상과 당시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을 뿐이지, 죽기 직전까지 행복하게 살지 않았나 싶어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보면 늘 신나 있어요. 테오랑 편지를 주고받는데, 테오에게 진실로 미안해하면서도 엄청 신나 있어요. '난 오늘 이런 그림을 그렸고, 이런 그림을 그릴 거고...' 모든 표현이 희망적이에요. '나는 언젠가 해낼 수 있어. 나는 좋은 그림을 그릴 거야. 형 믿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에요. 물론 중간중간 우울한 사건들이 있지만, 그 우울이 이 사람의 기운을 전체적으로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보시기에는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운 부분들이 극적인 부분 때문에 그런 거지만, 그래서 저는 사실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니 관객 분들도 울고 계시지만, 웃어도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들 많이 하세요. 물론 그게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훌륭하게 잘 해내야죠. 그래도 관객 분들이 빈센트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에 대해서 어떤 해석을 하셔도 좋아요. 다만, 울고 계시지만은 않았으면, 빈센트를 그저 우울하고 슬픈 사람으로만 기억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어 주세요. (웃음)

저는 그래서 오히려 커튼콜 때부터 더더욱 감정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심지어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제게 소중한, 온전한 기쁨이었으니'라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웃어도 된다'고 공기를 환기 하고 있는데, 저는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앞의 드라마에서 안 울었던 것도 아닌데….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눈물이 더 앞설 때가 많아요.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커튼콜에서의 테오와 빈센트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마임으로 조카 빈센트를 표현하는데, 실제 그 앞에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는 조카이고요. 곡의 분위기는 밝은데, 오히려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그만큼 더 빈센트를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저희도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배우 김경수, 다시 고흐가 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 역을 맡은 배우 김경수가 인터뷰를 마친 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HJ컬처의 인기 레퍼토리 공연으로, 김경수 배우는 재연에 처음 고흐 역으로 참여, 이번까지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 형제의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남성 2인극으로,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상연 중이다.

▲ 잠시만 안녕 "2017년에는 적당히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적당히 했어요! (웃음) 많이 했다면 많이 한 거지만, 저는 할 수 있는 걸 한 거거든요.<빈센트 반 고흐>가 끝나면 꽤 긴 시간을 쉴 예정입니다. 물론 제 기준에서 긴 시간이지만…. (웃음) 그래서 2017년의 마지막과 2018년의 처음을 이 작품으로 해서, 잘 나뉘어서 더 좋아요." ⓒ 곽우신


사람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랑을 통해 구원에 이르고자 했고, 그 삶의 끝까지 치열하게 자신을 내던졌던 사람. 이 날 인터뷰를 매조지는 그의 마지막 말은 "끝까지 무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였다. 배우 김경수는 그런 면에서, 분명 이 위대한 예술가와 닿아 있었다. 태양과 꼭 같지는 않아도 태양을 바라보다 그와 닮아버린 해바라기처럼, 그 해바라기를 화폭에 옮기며 스스로 불태운 빛의 화가처럼. 고흐를 사랑하며, 고흐를 바라보는 배우 김경수는 어느새 그와 닮아버린 것 같다.

자신의 마지막 그림을 향해 "완벽해"라고 속삭인 작 중 고흐마냥, 배우 김경수도 자신의 고흐에 만족할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는 이미, 사랑받는 배우이니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배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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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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