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현장에서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지도자,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편지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리스트 이강석.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리스트 이강석. ⓒ 박영진


안녕하세요. 저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리스트이자 현재 의정부시청 팀 코치를 맡고 있는 이강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1월 12일 전국 동계체전 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직 제가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고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는 법이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코치로서 제가 맡고 있는 단거리 선수들의 기록 향상을 돕고 싶습니다.

저는 선수로서 지난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까지 세 차례 동계올림픽에 나갔습니다. 토리노에서 땄던 500m 동메달은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메달이었습니다. 당시 쇼트트랙에서 워낙 많은 금메달이 나왔던 터라 모르신 분들도 많이 있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인으로서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첫 번째로 일궈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뜻 깊었습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

반면 밴쿠버 대회는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습니다. 올림픽에서 정빙기가 고장 나  세 시간이나 경기가 지연되기란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에 출전했기에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이변만 없다면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것이라 믿기도 했었죠. 정빙기 고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끝까지 평정심을 지키지 못해 4위로 마감해 정말 아쉬운 대회였습니다.

사실 비인기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올림픽 때만 반짝 인기를 얻고 그 이후엔 무관심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히려 비인기종목일수록 더 꾸준히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상화 선수가 계속해서 세계 상위권을 오랜 기간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저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피드스케이팅이 국민 여러분께 더욱 사랑 받는 종목이 되길 바랍니다. 같은 빙상종목인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이 많이 나와 효자종목으로 조명 받고, 피겨의 경우 김연아 선수가 등장해 많은 유망주들이 탄생하면서 상대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이 조금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철저히 자기 자신과 싸움이 중요한 종목입니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긴장하지 않고 시합만 임한다면 결과가 그대로 따라 나오는 종목입니다.

저는 현재 의정부시청의 코치로서 이번에 입단한 김민선 선수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김민선 선수는 제2의 이상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입니다. 항상 시합 때마다 긴장하지 않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며, 안정적인 자세로 직선주로에서의 정교함과 코너에서의 탄력이 매우 좋은 선수입니다. 평창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이상화 선수에 이어 제2의 여자 500m 차세대 선수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기회의 장

올림픽은 기회의 장입니다. 밴쿠버올림픽 당시 저는 500m 세계랭킹 1위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빈손이었습니다. 반면 태범이는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렇게 1등인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는 반면, 평소 조명 받지 못한 선수가 제일 높은 곳에 설 수 있는 무대가 올림픽입니다. 평창에 나설 우리 후배 선수들은 '나는 안 돼'와 같은 생각 보다는 다른 올림픽 보다 두 세배 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해줬으면 합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에서 저는 해설위원으로서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이어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분들에게 경기장 소식을 편안하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지도자로서 제가 갖고 있던 테크닉, 시합관리 능력, 집중력 등을 선수들에게 알려주면서 제가 세웠던 한국 신기록을 깨게 하고 싶습니다. 한국 신기록을 깬다면 저는 두 번 목표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동계스포츠에 대해 많은 분들이 더 알게 되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그 열기를 유지해 우리나라의 동계스포츠 발전에 함께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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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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