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종목이다. 당시 모태범(29·대한항공), 이상화(29·스포츠토토), 이승훈(30·대한항공), 이른바 '빙속 3총사'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며 전환점을 맞았다. 소치에서는 이상화의 2연패와 이승훈의 팀추월 은메달이 더해지며 기쁨을 안겨줬다.

이번 평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조금 특별하다. 이상화는 올림픽 3연패와 함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이승훈은 평창에서 신설된 새종목인 매스스타트의 초대 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태범은 소치 이후 슬럼프를 딛고 재기를 노린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신예들이 함께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을 빠르게 질주한다. 평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레전드와 새 얼굴이 함께 뛰며 미래를 노래하는 '희망가'가 울려퍼질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이상화 vs 고다이라 나오 ISU 월드컵 17/18 시즌 및 지난 올림픽 여자 500m 맞대결  기록

[스피드스케이팅]이상화 vs 고다이라 나오 ISU 월드컵 17/18 시즌 및 지난 올림픽 여자 500m 맞대결 기록 ⓒ 고정미


 이상화 VS 고다이라 숙명의 마지막 맞대결 

평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맞대결이다. 이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해 최정상에 섰던 이상화와 30살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꽃피운 고다이라의 맞대결은 평창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을 예고한다.

최근 2년여간 전적을 본다면 고다이라가 우세한 것이 확실하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두 차례 금메달을 차지했던 밴쿠버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각각 12위와 5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이후 빙속 강국인 네덜란드로 자비 유학을 떠나 스피드와 파워를 키웠다. 그 결과 고다이라는 뒤늦게 세계 정상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 종목별 선수권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올 시즌 월드컵 등 7차례 맞대결에서 웃은 것은 모두 고다이라였다.

반면 이상화는 부침을 겪었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릎과 하지정맥류 등 여러 부상이 겹치면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실수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평창을 앞두고 빙속여제는 달라졌다. 올 시즌 기량을 꾸준히 끌어올리면서 2차 월드컵을 제외하고 모두 은메달을 차지했다. 기록도 점차 단축시켜 0.2초대 차이로 고다이라를 바짝 추격해왔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합작했던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와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해 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상화에게는 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이상화는 지난 12일 태릉에서 열린 전국 동계체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은 내 거'라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축제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상화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큰 대회에서 유독 강했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이상화는 금메달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당시 금메달 후보로는 예니 울프(독일)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올림픽은 유독 이변이 많고 어떠한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이상화는 더는 이룰 것이 없는 레전드의 선수다. 이제 그녀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위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출발선에 선다.

이승훈-김보름-박승희, 우리도 있다

이상화 경기 이외에도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이승훈, 김보름(25 강원도청), 박승희(26 스포츠토토) 등이다. 밴쿠버에서 10000m 금메달, 소치에서는 팀추월 은메달을 따냈던 이승훈은 이번에는 매스스타트와 팀추월 두 종목에 주력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매스스타트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16바퀴를 돌며 순위 경쟁을 펼치는데 쇼트트랙과 비슷하다. 4바퀴 간격으로 일정 포인트가 주어지지만, 마지막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에게 가장 큰 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선수 프로필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선수 프로필 ⓒ 고정미


이승훈은 특유의 막판 스퍼트와 쇼트트랙 출신으로서 다져진 코너링으로 이 종목의 절대강자다. 지난 시즌에도 월드컵 랭킹과 월드컵 파이널을 모두 석권했고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으며, 올 시즌에서도 월드컵 1,4차 대회를 우승해 랭킹 1위에 올라있다. 그는 후배 김민석과 정재원(동북고)을 이끌고 팀추월에도 나선다.

그와 함께 여자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보름이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김보름은 이승훈처럼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과거 주로 3000m 비롯해 중장거리를 책임져왔던 그는 매스스타트 종목이 신설된 후 간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그러나 올 시즌 월드컵에서 부상을 당해 위기를 겪었다.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아쉬움이 컸다. 지난주 동계체전에서도 "몸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며 불안 요소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큰 걱정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 프로필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 프로필 ⓒ 고정미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에서 두 종목에 모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박승희는 평창에서 1000m 종목에 도전한다. 소치에서 2관왕으로 명예롭게 은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택한 박승희는 평창에 서는 것만으로도 큰 발자국을 내딛는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 선수 프로필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 선수 프로필 ⓒ 고정미


레전드와 신예가 함께 하는 평창

이번 평창을 계기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때 활약했던 빙속 3총사들이 대부분 평창을 끝으로 은퇴가 예상된다. 지난 8년여간 국내 빙속계를 이끌어온 이들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를 새로이 쓴 든든한 기둥이었다.

평창에서는 이들과 함께 평창 이후 빙속계를 이끌어갈 신예들이 함께 레이스를 펼친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김민석(19 평촌고), 김민선(19, 의정부시청)이다. 김민석은 1500m를 비롯해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제2의 이승훈'으로 꼽힌다.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종목 5위에 올랐고,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을 차지했다. 평창에서는 1500m와 팀추월 경기에 나서는 1500m에서 개인전 깜짝 메달을 기대해도 좋다. 또한 선배 이승훈과 팀추월 메달에도 도전한다. 이미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민선은 제2의 이상화로 꼽힌다.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태극마크를 줄곧 유지했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이강석 의정부시청 코치는 "직선주로에서 정교함과 코너에서 탄력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시합 때 긴장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최고 성적 6위에 올랐고, 지난해 9월 폴클래식 대회에서는 이상화가 세웠던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81)을 깨고 37초70을 기록했다.

남자 단거리의 차민규(25 동두천시청)와 김준호(한국체대)이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과 함께 출전한다. 김준호는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이 있으며 차민규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올 시즌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가능성을 보였다. 차민규와 함께 단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김태윤(24 서울시청)은 정재웅(동북고)과 함께 1000m에 출전한다.

이승훈과 함께 팀추월과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정재원(17 동북고)도 주목할 만하다.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정재원은 김민석을 제치고 매스스타트 출전권을 따냈다. 이미 월드컵에서 팀추월 금메달을 차지했고,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의 금메달을 합작했던 경험이 있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로 평가 받고 있다.

*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및 경기일정
여자 500m: 이상화, 김민선, 김현영 (2월 18일)
여자 1000m: 이상화, 박승희, 김현영 (2월 14일)
여자 매스스타트: 김보름, 박지우 (2월 24일)
여자 팀추월 (2월 21일)
남자 500m: 차민규, 김준호, 모태범 (2월 19일)
남자 1000m: 김태윤, 모태범, 장원훈 (2월 23일)
남자 1500m: 이승훈, 김민석 (2월 13일)
남자 5000m: 이승훈 (2월 11일)
남자 10000m: 이승훈 (2월 15일)
남자 매스스타트: 이승훈, 정재원 (2월 24일)
남자 팀추월 (2월 21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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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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