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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뇌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청소되지 않은 창고이며 문이 닫혀있어 육안으로 볼 수 없다. 필요한 것을 찾으려면 창고의 문을 열고 어지럽혀진 여러 가지의 생각들 중에서 찾아야 한다. 찾는다고 해서 그 창고에 있는 것 중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최선의 생각인지 검증할 수 없다.

필요할 때는 시간이 임박한 상태가 대부분이고, 찾는 시간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손에 잡히는 대로 생각을 들고 나와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 그것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같다. 달리다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으며, 발을 헛디뎌 뛰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목표가 보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과 부딪힐 수도 있다.

글을 씀으로 해서 뇌의 창고에 들어있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며, 뇌의 생각을 글로 적음으로 해서 눈을 통해 활자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100미터 달리기에서 눈으로 목표물을 확인하는 경우와 같다. 달리기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눈을 감고 달리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100미터를 달린다. 그 사람들 속에서 눈을 뜨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이다. 그렇다. 글쓰기는 그런 엄청난 특혜를 받는 행위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았고 하는 일마다 나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 두기도 하고, 잘리기도 했다. 아마 그런 나를 보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롭게 시작했다.

일을 그만 둘 때마다 절망했고 좌절감에 술을 마셨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다른 알코올 중독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글을 썼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자체만으로, 어떤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도 새로운 힘이 솟았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했다. 스무 번 넘는 일을 가졌고 스무 번 넘게 좌절했다.

하지만 난 돈을 벌어야 했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했던 힘은 두 가지다. 내적인 힘은 정신을 정리하여 글을 씀으로 해서 활자로 보여지는 내가 처한 상황이며, 외적인 힘은 나를 걱정해주고 격려해준 가족이다. 글쓰기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넘어질 때마다 좌절과 절망은 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글을 씀으로 해서 나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풀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술을 마시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잠을 자도 다음 날까지 완전히 해독되지 않는다.

스스로 인식하지는 못해도 몸과 생각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면, 술을 마시지 않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술을 마시면 제대로 일을 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일반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이며, 글을 쓰면서 나의 문제점으로 인식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인식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인식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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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술을 마시니 100미터 달리기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그런 직원을 고용주나 상사가 좋아할 리 만무하다. 그러다보면 잘리게 되고, 그러면 또 좌절하여 술을 마시고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술 권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듯이 모임에는 술이 없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술을 마시는 것이 뭐 어때서라는 자기 합리화가 있었고, 그런 생각으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 새 술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도 알코올 중독자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인식했다.

글을 쓰는 어느 시점에 '당연히 마신 술'이 내 인생을 망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내가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독은 쉽사리 나를 자유롭게 해주지 않았다. 술부터 끊자는 생각으로 일을 쉬었고, 알코올 클리닉을 받으며 술 마시는 습관부터 버리려고 했다. 일을 하지 않으니 주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어 3개월 동안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술을 완전히 끊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감당하기 어려운 폭탄 같은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금주의 벽은 무너졌고 다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니 좌절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글을 썼다. 그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하지만 술을 끊지 않자 상황은 다시 나빠져, 어느 순간 벼랑의 끝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와 가족들 모두는 지쳐있었다. 하지만 내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가족도 마지막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노모의 안타까운 눈은 이젠 더 이상 금주를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다시 알코올 클리닉을 찾아가 약을 먹으면서 금주를 실천했다. 이번에는 막일을 하면서 한 금주였다. 그리고 3년여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난 술의 감옥에서 탈출했다. 다시는 그 속으로 걸어가는 미련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벌써 폐인이 되어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글을 쓰지 않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글쓰기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적으면, 그 다음 날은 두 줄을 적을 수 있고 한 달이 지나면 하루에 1페이지를 쓸 수 있다.

글은 결코 잘 쓴 글만 좋은 글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게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쓰면 자신에게만은 그것이 최고로 좋은 글이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작가가 되어 책을 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술을 매일 마시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알코올 중독임을 인정하고 가까운 알코올 클리닉 센터를 찾기 바란다. 사람의 손은 두 개다. 한 손으로는 술잔을 한 손으로는 가족이나, 일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없다. 술잔을 놓아야 일과 가족을 잡을 수 있다. 절제가 가능한 상태라도, 보이지 않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좌절을 하고 절망을 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7전 8기가 아니라 20전 21기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넘어지고 깨어진 나의 삶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고 공감이 되어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겠다.

난 다시 일어서서 가족에 대한 글을 쓴다. 작은 것 하나하나, 숨결 하나하나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려 하고 있다. 그것과 더불어 사람에게 다가가 그 사람의 삶의 가치를 적고 싶다. 사람이 목적이고 사람이 결과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글은 삶이다. 내 두 발은 펜이며 살아가는 땅은 백지다. 내가 걸어가는 발걸음이, 떼어놓는 발자국 하나가 하나의 글자이며, 하루를 걸으면 하루 분량의 삶이 적어진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결국 '글쓰는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내게 글쓰기란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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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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