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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기간제 여직원이 신청한 성희롱 민원을 '성희롱이 아니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관계 공무원의 조사와 처리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충남도가 기간제 여직원이 신청한 성희롱 민원을 '성희롱이 아니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관계 공무원의 조사와 처리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 pixabay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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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기간제 여직원이 신청한 성희롱 민원을 '성희롱이 아니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관계 공무원의 조사와 처리 과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 내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충남도 기간제 여직원인 A씨는 상급 공무원 B씨가 회식 자리에서 '키스해주면 연봉을 올려주려고 했으나 키스를 안 해줘서 연봉을 깎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충남도 관계자는 이 민원을 조사 중이던 지난 10일 오후 민원을 낸 피해자 A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요청을 한 충남도 관계자는 피진정인인 행위자 B씨의 상담조사를 맡은 공무원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시 대화 내용을 보면 해당 공무원은 행위자 B씨가 잘못을 인정했다고 전하면서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중재를 시도했다. 그는 "합의할 생각이 있다면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빨리하는 게 좋다"며 거듭 합의를 종용했다.

면담은 이날 오후 관계 공무원이 먼저 제의했다. 행위자 B씨에 대한 상담조사를 한 지 이틀 뒤였다.

회의실에서 만난 관계 공무원은 B씨가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하며 자신의 역할에는 '중재 역할'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 관계 공무원: "어제인가, 그저께인가 우리가 가해자 상담조서를 받았어요. 하여튼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 A : "그런데 지금 OO님이 하시는 역할 중에 중재하는 역할도 있는 건가요?"

- 관계 공무원: "네 초창기에는 중재역할을 해야 될 상황이 되거든요."

하지만 관계 공무원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중재를 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도 먼저 중재권한이 있다고 밝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관계 공무원은 거듭 피해자 A씨에게 '행위자인 B씨가 지난 8일 첫 조사에서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며칠 뒤인 지난 12일 B씨는 A씨에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시간될 때 연락주시면 정중하게 사과하러 가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직접 보냈다. 관계 공무원이 A씨에게 전한 상황과 B씨의 언행이 일치한다.

- 관계 공무원: "(행위자 B씨가)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지만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전해드리는 거예요. 판단은 알아서 하시는데 전해드리는 거예요."

-A : "그러면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는 게 조사서류에도 다 적혀 있나요?"

- 관계 공무원: "그렇죠. 잘못한 게 있긴 하죠."

하지만 해당 공무원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는 "B씨가 첫 조사 때부터 '문제의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관되게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피해자 A씨에게 전한 말과는 전혀 다른 설명이다.

충남도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지난 16일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남궁영 충남도행정부지사(충남도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는 위원회에서 성희롱을 인정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행위자 B씨가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B씨가 처음엔 사실을 인정하고 합의를 시도하다 합의에 응하지 않는 등 여의치 않자 이후 태도를 바꿔 사실관계를 부인한 것인지, 아니면 관계공무원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피해자에게 전한 것인지, 조사 확인이 불가피해 보인다. 

"판단은 알아서 하시라"면서... 합의 방식과 장소 구체적 언급

이날 관계공무원은 피해자 A씨에게 합의 방식에 대해서도 제안하고 나섰다. '원하시는 곳에서', '알아서 하시고'라면서도 다른 사람의 왕래가 적거나 없는 사무실이나 정책관실을 제안하고 있다. 행위자 B씨 입장에 선 합의 방식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만약에 합의를 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대면을 해서 우리 있는 데서 하던지 뭐, 정책관님 있는데서 하시든지... 원하시는 데서 (B씨가) 정식으로 사과를 하면 마무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지않고 이대로 가면 심의위원회 회부를 해야하는데 위원회에 회부돼서 가부간에 결정이 되면 인사 파트하고 감사 파트로 보내요. 그러니까 합의를 하려면 위원회 개최 전에 해야 되니까 그렇게 알아주시고... 하고 안하는 건 알아서 하시고... 절차를 알려 드리는 거예요."

A씨가 답변을 하지 않자 그는 거듭 '합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

"(피해자 분이 쓰신) 내용을 보니까 (B씨가) 사무관 승진을 앞두고 있어 엄청난 불이익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뭐 이런 이야기가 있대요. 단지 이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는 말씀이... 말씀은 좋아요. 좋고... 이런 말씀이 있어서 합의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 해서 그런 걸 알아보려고 하는 거고..."

A씨의 상담 조사는 다른 과 공무원이 맡았는데도 불필요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밥 비벼줄 때는 아주머니가 모른다 했던가요? 증인으로 안 된다(안 서주신다고) 했던가요?"

관계공무원은 통화 마지막까지 쐐기를 박듯 "사과 받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하루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다. 

"(피해자 분의 진술) 내용을 보면 '충남도청 밖으로 얘기가 나가서 조직이 다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런 말씀도 하시고 그러셨길래, 어떻게 생각하고 그러시는지 알고 싶고... 사과 받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하루 빨리 하는 게 좋은 것 같고, 그래서 한번 고민을 해주시던지 편하신대로 하시죠."

그는 "사과 받을 의향이 있으시면 저한테 가부간에 연락 좀 달라"고 재차 당부하며 면담을 마쳤다.

해당 공무원 "합의 의향을 물었을 뿐"

피해자 A씨는 "이전 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B씨의 상담 조사를 맡은 관계 공무원이 왜 당시 B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 나에게 전하며 합의를 종용했는지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관계 공무원은 "A씨에게 당시 진행 상황과 절차를 안내하며 의향을 물었을 뿐 행위자 편에 서서 합의를 종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과 대전, 세종 지역 17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도 공무원 성희롱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협의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특별감사를 통한 재심의와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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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충남도, #성희롱, #불공정, #충남도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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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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