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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말 기준, 인천시 인구는 294만 8542명이고, 장애인 등록 인구는 13만 8304명(4.6%)이다. 장애인 등록 인구 가운데 발달장애인은 1만 1117명이다.

남동구에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기업 '위더스 함께걸음(이하 함께걸음)'이 있다. 함께걸음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직업교육과 일자리를 연계, 발달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한다.

지난 17일, 김영실 함께걸음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가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확장하는 일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 김 대표에겐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아들이 있다.

김영실 사회적기업 '위더스 함께걸음' 대표
 김영실 사회적기업 '위더스 함께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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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 인정과 극복

"아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늦게 알았어요. 어렸을 때는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거든요. 두 살 때였을 거예요. 걸음이 좀 늦더라고요. 장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돼서야 알았어요. 아이가 자라면서 마음 한구석에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다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아이가 학교에 있을 때 학교 인근 장애인복지관에서 급식 봉사를 했다. 혹여나 일이 생기면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3년가량 봉사 활동을 하다 특수교육 실무원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특수교육 실무원은 특수교사를 보조해 장애아동들을 돌본다.

"2000년쯤이었을 거예요. 당시 교육청에서 특수교육 실무원 제도를 3개월 정도 시범 운영했어요. 이때 참여한 엄마들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자기 아이가 아니어도 장애아들을 더 세심히 살필 수 있었거든요. 많은 걸 느꼈고 배웠어요. 3개월이 끝나갈 무렵 엄마들이 모였어요. 실무원 제도를 도입시켜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서명을 받았어요. 그 활동이 매스컴에 탔고, 그 뒤로 실무원 제도가 정착됐어요. 지금은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저희가 시작한 거죠."

한고비를 넘겼지만, 또 다른 문제가 김 대표 앞에 놓였다. 아이가 자라 중학교에 입학해야 했는데 근처에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가 없었던 것이다.

"특수학교에 보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특수학교랑 특수학급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자료를 모았어요. 특수학급이 왜 필요한지 입증할 자료가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다시 교육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어요. 교육청을 움직이게 하는 데 정말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참고 노력했던 이유는 엄마고 아빠잖아요. 자식을 위해 무엇을 못 하겠냐는 심정이었어요."

아들과 사회적기업의 만남

결국 인근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생겼다. 고등학교 교육은 특수학교에서 마쳤다. 졸업 뒤에는 전공과 과정에 들어갔다. 전공과에선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진로ㆍ직업교육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아이는 특수학교가 아니라 복지관에서 전공과 과정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공격적인 행동을 심하게 보이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아요. 고교 때 문제행동으로 학교와 복지관에서 혼나고, 집에 오면 저한테도 혼났거든요. 결국, 전공과 과정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요. 그런 상황에서 현재 함께걸음 상임이사님인 정종기 선생님이 아이를 불렀어요.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계기였어요."

당시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은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구청 1층에 사회적기업 홍보관을 설치했고, 그 안에 카페와 일자리상담센터가 있었다. 정종기 이사는 복지센터를 운영하며 카페사업단을 꾸리고 있었다.

"아들이 정종기 이사님을 참 좋아해요. 어릴 때 안 분이거든요. 아이가 카페 일을 하며 즐거워한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배 전 청장님도 여러 차례 만났어요.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어요. 배 전 청장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고, 주민센터에서 방송댄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 활동이 방송에도 나갔어요. 다른 프로그램들도 확장하는 계기였어요."

사회적기업 '위더스 함께걸음' 설립

김영실 대표와 발달장애인인 카페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김영실 대표와 발달장애인인 카페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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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종기 이사가 운영하던 복지센터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영적자 때문이었다. 복지사업단과 더불어 카페사업단도 같은 위기에 처했다. 김 대표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복지센터에 투자하기로 했다. 15년간 해온 특수교육 실무원을 그만뒀다. 기존 복지센터와 사업 포괄 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2월에 함께걸음을 설립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제 아들이 일하던 곳이기도 했고,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었거든요. 돈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돈을 벌 목적으로 함께걸음 대표 자리에 앉은 게 아니에요. 단 한 명이라도 더 품을 수 있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사회를 연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저희 역할은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함께걸음은 식품제조가공업소에서 쿠키와 원두를 만든다. 함께걸음 카페에서도 팔고, 유통하기도 한다. 특수학급, 특수학교, 중ㆍ고교와 연계해 제과제빵ㆍ바리스타 수업도 한다. 이러한 수익사업으로 함께걸음을 운영한다. 수익사업 외에 발달장애인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발달장애인 직원 3명이 있어요. 출근하면 카페 청소나 쿠키 포장, 로스팅한 커피원두 담기, 돈 계산, 커피 내리는 일을 해요. 아이들을 더 고용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에요. 운영에 힘을 더 써야죠.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어요."

김영실 대표는 발달장애인 권리를 확립하기 위해 20여 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나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시간들을 돌이키면 정말 힘들 때가 많았어요. 하루하루가 싸움의 연속이었던 때도 있었고요. 그렇게 조금씩 변화시켜 왔어요. 저는 제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노력해온 거예요. 더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밑거름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에요.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시사인천>에도 게시했습니다.



태그:#사회적기업, #발달장애인, #위더스 함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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