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 말 그대로 스피드로 메달 색깔이 갈리는 경기다. 하지만 최고 스피드를 일부러 낮추도록 트랙을 만들었다. 이러한 상호모순이 발생한 종목. 바로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중 하나인 루지(Luge)다.

루지 릴레이 한국팀 더블 지난 2017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 루지 월드컵 릴레이에 출전한 박진용.조정명이 포개진 채 질주하고 있다.

▲ 루지 릴레이 한국팀 더블 지난 2017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 루지 월드컵 릴레이에 출전한 박진용.조정명이 포개진 채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무 혹은 유리섬유로 만든 썰매 위에 반듯이 누워 미끄러져 내려가는 루지의 공식 최고 시속은 153.97km. 독일의 펠릭스 로흐(28) 선수가 2009년 2월 월드컵 대회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루지연맹은 이보다 낮은 속도를 만들기 위해 트랙 건설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남자 1인승 경기의 경우 최대 1350m를 넘겨서 안 되고 출발 지점부터 가장 낮은 지점까지 트랙 평균 경사는 10%를 넘길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또 미리 계산된 최대 스피드는 시속 135km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국제루지연맹이 이런 선택을 한 까닭은 간단하다.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루지는 역대 동계올림픽 중 네 차례 발생했던 사망 사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 때 영국의 카지미에르 카이-스크르지페키 선수가 트랙 훈련 중 숨졌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고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다. 조지아의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 선수가 훈련 중 코스를 이탈해 쇠기둥에 충돌해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는 전 세계 경기장 가운데 시속 150km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경기장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루지연맹(FIL)은 이 사고 원인을 선수의 썰매 조작 미숙으로 봤지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부터는 루지의 속도를 시속 10~15km 줄일 수 있는 트랙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위험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된 셈이다.

질주하는 한국팀 지난 2017년 2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 루지 월드컵 및 팀계주 월드컵 공식연습에서 박진영(앞), 최정명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다중노출)

▲ 질주하는 한국팀 지난 2017년 2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 루지 월드컵 및 팀계주 월드컵 공식연습에서 박진영(앞), 최정명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다중노출) ⓒ 연합뉴스


그럼에도 루지는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3총사(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중 가장 빠른 종목이다. 이유는 공기저항 때문이다. 봅슬레이는 가장 무거운 썰매 종목인 만큼 트랙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그만큼 공기저항을 받는다.

선수가 썰매를 밀고 달리다가 엎드려 트랙을 미끄러지는 스켈레톤 역시 루지보다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 누워서 타는 루지와 다르게 머리와 어깨가 앞을 향해 있어서 루지보다 4.5배 정도 공기와 닿는 면적이 큰 편이다. 루지의 출발점 경사도가 스켈레톤보다 10도 가량 가파른 점, 루지의 날이 스켈레톤의 날보다 트랙의 얼음에 더 적게 닿는 점 등도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별한 브레이크가 없고 다리를 이용해 썰매를 조종하는 만큼 선수의 담력과 근력이 중요한 경기 요소다. 선수들이 코너를 돌 때 중력의 4~5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뎌내면서 상·하체를 따로 놀려 썰매를 조종하기 때문이다. 상체의 근력도 중요하다. 선수들은 출발 직후 손으로 얼음바닥을 밀어서 추진력을 보태는데 이를 돕기 위해 길이 5mm의 스파이크가 박힌 장갑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루지는 지난 2017년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한 경험이 있는 봅슬레이(원윤종·서영우)나 스켈레톤(윤성빈)에 비하면 메달을 기대하긴 어렵다. '루지 국가대표 여자 1인승' 타이틀을 보유한 성은령(26) 선수, 독일 출신으로 특별 귀화한 아일렌 프리슈(26) 선수, 남자 1인승의 김동현(26) 선수, 2인승 경기의 박진용(25)·조정명(25) 선수 등이 국가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 루지(금메달 4개)
남자 싱글(1인승), 여자 싱글(1인승), 더블(2인승), 팀 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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