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이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남자 농구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5일 홍콩(2월 23일)-뉴질랜드(26일, 이상 잠실실내체육관)와의 FIBA 월드컵 예선전에 나설 대표팀 최종 엔트리 12명과 예비 엔트리 24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최종엔트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허재 호에 처음으로 승선한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두경민의 합류다. 라건아의 경우 특별귀화 절차가 지연돼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했으나 지난 22일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면접을 통과하면서 마침내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동안 혼혈이나 한국계가 아닌 선수 가운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태극마크까지 달게 된 것은 라건아가 사상 최초다. 라건아는 올시즌 평균 23.6점(2위), 14.7리바운드(1위)를 기록중이며 지난 시즌부터 57경기 연속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 행진을 이어가는 등 KBL 최정상급 선수로 군림하고 있어서 한국농구의 골밑 전력 강화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듀얼가드' 두경민의 발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시즌 잠재력을 터뜨리며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경민은 36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16.72점 3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라운드 MVP(4라운드)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시즌 두경민이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경기가 단 3회에 불과할 만큼 국내 선수 중 가장 기복 없는 득점력과 활약상을 과시하고 있다.

두경민은 그동안 대표팀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동아시아대회 등 2진급 선수들이 나선 대회 등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중요한 대회에서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국제대회에서는 다소 어정쩡한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의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최정예멤버들이 소집된 이번 대표팀은 두경민의 돌파와 공격적인 경기운영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귀화 마친 라건아, 골밑에서 확실한 플러스 요인 될 듯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한국 국적 취득 소감 밝히는 라틀리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특별 귀화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허재 감독은 지난해 2017 FIBA 아시아컵(3위) 이후로 대표팀의 선수층과 색깔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황이다. 이번 대표팀은 그동안 붙박이로 활약해온 이승현(상무)이 때마침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건아와 두경민이 빈 자리를 메우는 모양새가 됐다. 새로운 선수들이 허재 감독이 추구하는 모션 오펜스와 팀플레이에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라건아의 존재는 골밑에서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표팀 빅맨들이 분전했지만 오세근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부족하다는게 아쉬움이 컸다. 라건아는 센터로서 신장은 크지 않지만 파워가 워낙 뛰어나고 스피드와 운동능력이 뛰어나 속공에도 가담할수 있는 빅맨이다. 라건아가 골밑에서 수비 리바운드만 확실하게 장악해줘도 대표팀의 속공 시도율을 높여서 공격루트의 다양성을 가져갈수 있으며, 공격에서는 라건아가 스피드를 활용하여 상대의 장신빅맨을 골밑에서 끌어내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는 KBL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듯이, 대표팀이 라건아에게 지나치게 의지하게 되는 상황이다. 공수에서 라건아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게 되면 오히려 그동안 한국이 추구해온 조직적인 팀플레이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허재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상무)과 허훈(부산 KT)은 이번에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허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발탁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들이 대표팀에 어울리는 실력인지 의문부호를 가지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허웅은 지난해 아시아컵에서 식스맨이자 '3점슛 스페셜리스트'로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정현(전주 KCC), 전준범(울산 모비스) 등이 건재하고 두경민도 가세한 상황에서 단신 2번(슈팅가드)으로 활용도가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 허웅을 계속 발탁하는 것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팬들도 있다. 단지 허웅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시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선수들의 최근 리그 내 활약상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에 뽑던 선수만 계속 뽑는게' 아니냐는 비판이기도 하다.

올해 농구월드컵 예선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전환점 될 수도

더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허훈이다. 올시즌 부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주전급 가드로 자리잡은 허훈은 대표팀에서도 지난해 열린 중국과의 A매치에서 과감한 돌파를 선보이며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잦은 기복과 불안정한 슈팅 성공률로 인하여 아직 대표팀 주전을 맡기에는 안정감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정통 포인트가드가 많지 않은 대표팀 사정을 감안해도 허재 감독이 박찬희(전자랜드)나 김시래(창원 LG) 같은 선배들을 제쳐두고 유독 허훈에게만 관대하게 기회를 몰아준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적지 않다. 올시즌 국내 선수 중 최다 어시스트(6.1개)를 기록하며 객관적으로 봐도 허훈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김시래가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 역시 많은 이들이 편향적인 발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는 이유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KBL 프로농구 KT 소닉붐과 SK 나이츠의 경기 4쿼터 kt 허훈이 드리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7일 오후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KBL 프로농구 KT 소닉붐과 SK 나이츠의 경기 4쿼터 kt 허훈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허재 감독도 "특정 선수라고 해서 선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수선발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기술위원회의 의견도 반영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표팀 특성상 그때 가장 필요로 하고 잘하는 선수를 뽑는다. 다만 장기간 열리는 국제대회가 아닌 홈앤드 어웨이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당장 바꾸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덧붙였다.

물론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뽑을 권리가 있고 대신 결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는 올해 농구월드컵 예선과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허재 감독이 이번에도 결과로서 대표팀을 향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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