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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5월 4일에 제작된 '국가조찬 기도회 영상 (e-영상 역사관/대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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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남 속이는 말이요, 입술을 재게 놀려 간사한 말을 하고 속 다르고 겉 다른 엉큼한 생각뿐입니다."(시편 12:2 공동번역).

권력과 야합의 길을 걸어온 국가조찬기도회

(사)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3월 8일, 50번째 국가조찬기도회를 맞는다. 이 기도회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조찬기도회'가 될 전망이란다.

1966년 시작된 기도회는 1967년 2회 기도회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모임이 자신의 정책을 선전하고 종교인들에게 충성 서약을 받는 중요한 모임으로 기능할 것을 알았기에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리하여 '국가조찬기도회'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오로지 국가의 권력과 '야합'하는 길을 걸어왔다.

박정희 유신독재가 막을 내리고 전두환 군부독재가 광주를 짓밟고 권좌에 앉았을 때에도 여전히 국가조찬기도회는 권력에 대한 칭송과 감사의 기도와 아부로 일관했다. 위에 인용한 시편 12편 2절의 말씀과 무관하지 않았다.

2011년 3월 3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 2011년 3월 3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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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노태우는 불교 신자이기 때문이었는지, 국가조찬기도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탓인지, 개신교의 영향력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별로 이 기도회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국가조찬기도회의 위상이 떨어지긴 했지만, 해바라기 권력지향적인 목사들은 국가조찬기도회에 초대받고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다.

노태우에 이어 장로인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자 국가조찬기도회는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했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종교는 달라도 이 기도회에 참여했다. 큰 틀에서 개신교가 국가를 위해서 이런 일들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선에서의 축사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달라졌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심각한 권력지향적인 자신들의 속내를 부족함 없이 드러낸다. 2011년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유래없이 대통령 부부가 함께 강대상에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무조건 충성했던 해바라기들

이들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을 받은 목사들은 대부분 보수대형교회 목사들이었으며,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고, 노골적으로 지지하면서 마치 권력과 종교가 한 몸이 된 듯했고, 이명박 정권의 시녀 노릇을 자처했다.

이들은 그들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에는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등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걸 사명으로 알고 살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도 보수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썼고, 십알단까지 등장시키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좌우의 대결,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며 분열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자신들의 모임을 적극 활용했던 박정희·전두환에 대한 용비어천가는 물론이고, 장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이명박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 박근혜로 이어지는 그들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에게 정권이 정의로운지, 민주적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무조건 권력의 편이었던 것이다.

회(回)만 있고 개(改)는 없는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

올해는 50회(기독교계에서는 50년을 '희년(기쁜 해)'이라 해 특별하게 여긴다)를 맞이해 5000명이 모이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3월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5000명의 기도용사가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염원을 담아 국내 5만 여 교회에 '공동기도문'을 발송했으며, 3월 8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동시간 기도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기도문에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명에 소홀했다'는 '회(돌아봄)는 있지만, '개(고침)'는 없다. 그리하여 이런 말은 그저 겉으로 번지르르하게 내뱉는 형식적인 기도일 뿐이다. 이들의 행태를 적절하게 드러내는 성경 말씀을 하나 소개한다.

"입만 열면 남 속이는 말이요, 입술을 재게 놀려 간사한 말을 하고 속 다르고 겉 다른 엉큼한 생각뿐입니다."(시편 12:2 공동번역).

소강석 목사가 참신한 젊은 목사?

소강석 목사가 3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3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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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웃음을 자아내는 건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한 변은 이렇다.

"소강석 목사가 교계를 대표 종교인 과세와 동성애 문제에 열정적으로 대응했고, 기독교 발전을 위해 적합한 목회자라 판단해 2016년에 이어 다시 설교자로 선정했다."

2016년, 박근혜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데 급급했던 소강석 목사, 종교인 과세를 끝내 반대하고 기독교 탄압이라는 억지주장을 해댔던, 동성애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머물러 있는 소강석 목사. 이런 목사를 기독교 발전을 위해 적합한 목사요, 참신한 젊은 목사로 판단하는 국가조찬기도회 준비위원회의의 판단 수준은 매우 의심스럽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늘 권력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기에 그들에게는 참으로 참신한 목사일 수는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님, 그런 행사에 참석하지 마십시오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함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그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아는 이들이 생겼다. 대통령은 정책실현을 하는 데 기독교계에 협조를 구하는 자리로 여김으로 청와대에서도 매년 대통령 일정에 넣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기독교계에 대표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런 권력지향적인 이들이야말로 기독교의 적폐로 생각하고 있는 목사들과 교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한기총 같은 단체가 기독교의 대표가 아닌 것처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책을 설명한다고 그들이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은 권력에 아부하는 것일 뿐, 진정 이 나라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일에 관심이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오히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들의 편협한 종교관과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관철 시키는 데에 있을 뿐이다. 50회면 오래도 했다. 이제 그만 부끄러운 줄 알고 국가조찬기도회를 멈춰라.

문재인 대통령님, 권력을 신으로 섬기는 것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이들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진심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기도하는 기도의 용사가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태그:#국가조찬기도회, #소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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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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